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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
사극을 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훈장님 앞에 둘러앉은 학동들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소리 내어 천자문을 외는 모습 말이다. 물론 당시 책이 귀했기 때문에 훈장님이 먼저 소리 내어 읽으면 아이들이 따라 읽던 방식이 흔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그 이유뿐이랴. 분명 소리 내어 읽기에 뭔가가 더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만 들어 보니 소리 내어 읽는 기회가 드물다. 이러한 이유로 글쓴이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읽을 기회를 주려고 하는 편이다. 몇몇 개구쟁이를 제외하면 아이들 대부분은 소리 내어 읽기를 즐긴다. 내가 수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 때문이랄까. 교사가 소리 내어 읽어 볼 사람이 있느냐고 묻기도 전에 서로가 경쟁적으로 자원한다.
하지만 즐기는 게 곧 바르게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저학년 수업 중 가장 많이 접하는 실수는 바로 연음, 유음화, 그리고 조사의 발음 오류이다. ‘꽃이’라는 글자가 있다. 학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읽을까? 앞 음절의 끝 자음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뒤 음절과 합하여 발음되기 때문에 [꼬치]라고 읽어야 하지만 [꼳~이]나 [꼬디] 등으로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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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음화의 경우는 어떨까? ‘권리’라는 글자를 보자. ‘ㄴ’이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변하는 현상인 유음화가 일어나 [궐리]라고 읽어야 하지만 [권니]라고 읽거나, [권~리]라고 힘겹게 읽는 학생이 있다.
또한 앞말이 받침으로 끝났을 때 [를]로 읽거나 앞말이 모음으로 끝났는데 [을]로 소리 내는 경우도 때때로 볼 수 있다. ‘공책을’을 [공책를], ‘노래를’을 [노래을]처럼 말이다.
이럴 때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어 같이 연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중학년이나 고학년은 어떤 실수를 할까?
보통 중학년이나 고학년 수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실수는 주어와 서술어를 끊어 읽지 않는 것이다. 눈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소리 내어 읽을 때 역시 주어와 서술어 사이를 띄어 읽어야 의미를 파악하기 쉽다.
고학년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다소 난도 높은 칼럼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데, 생경한 단어가 많거나 긴 문장이 연속해서 나오면 주어와 서술어를 구분하여 읽는 것을 놓칠 때가 많다. 특히 주어와 서술어를 꾸며주는 표현이 길 때면 어김없이 학생들은 문장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이에 제법 긴 문장이 나오면 학생들에게 먼저 재빨리 칼럼을 훑으며 주어와 서술어를 찾는 시간을 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쉼(pause)이다. 숨이 달리면 주어와 서술어를 끊어 읽거나 의미상으로 띄어 읽지 못하고 문장을 마치 면치기 하듯 후루룩 읽게 된다. 그러면 읽는 이도, 듣는 이도 머릿속이 뒤엉킨 실뭉치가 되어 버린다.
학생들에게 쉼에 대해 설명하면 이후부터는 다들 삐거덕거리는 로봇이 된다. 설명 들은 것을 지켜가며 읽으려니 영 어색해지는 것이다. 그럴 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말하듯이 읽으라는 것이다. 물론 여러 차례 연습이 필요하지만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전달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한결 자연스럽고, 뜻도 명쾌하게 전달된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뭔가 공부할 게 더 늘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다. 지문을 제시하고 실수할 때마다 옆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고 하면 다들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 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때론 교사와 학생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하기도 한다.
이제 막 한글을 익힌 학생들도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우선 듣기부터 하면 좋다. 교사가 지문을 읽기 전에 학생들에게 몇 군데를 이상하게 읽을 것이라고 말해준 다음 해당 부분을 찾으면 학생의 승리라고 일러 준다. 그다음 교사가 실제로 이상한 목소리를 내거나 받침을 읽지 않거나 하는 방식으로 읽으면, 학생들은 즐거워하며 무척 집중해서 눈으로 지문을 따라 읽는다. 교사의 정확한 발음과 교사의 알맞은 띄어 읽기를 듣고,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리 내어 읽기를 배우는 것이다.
한 번은 수업 중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쇼미더머니’ 보세요? 요즘 나오는 사람들 완전 멋있어요.”
그때 해 주고 싶었던 말이다.
“얘야, 책만 소리 내어 잘 읽어도 ‘쇼미더머니’에 도전해 볼 만 하단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다시 소리 내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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