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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1년 뒤에 선택하세요.”
최근 시행되고 있는 전공자율선택제는 대학 교육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입학 후 1년이 지난 뒤 의·치·약·간호 계열 및 사범대 등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 학생이 주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에게 충분한 전공 탐색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분명 반가운 변화다. 고등학교 3년의 짧은 고민만으로 평생의 전공을 결정해야 했던 기존 구조에 비하면 훨씬 유연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말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 보이지 않는 장벽, 기초 수학
이공계열이나 상경 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은 일종의 ‘전공의 언어’다. 그러나 최근 고교 교육과정 변화로 인해 기초 개념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전공 수업에서 처음 마주하는 대학 수학은 도전이 아니라 장벽이 되기도 한다. 흥미는 있지만 수학이 걱정돼서 전공 선택을 망설이는 학생도 있다.
전공자율선택제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제도라면, 기초 역량의 격차는 오히려 선택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가 열어 놓은 문 앞에서, 준비도의 차이가 또 다른 문턱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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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초 수학 프로그램, 선택의 기반을 만들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운영된 것이 AI 기반 기초 수학 학습 능력 증진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은 AI 기반 학습 플랫폼 ‘풀리캠퍼스’를 활용해 운영됐다. 학생별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수준에 맞는 학습 경로를 자동 설계하고, 학습 데이터를 교수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초 보완 학습과 전공 탐색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보충 수업이 아니라 고등학교 수학과 대학 수학 사이의 간극을 체계적으로 메우기 위한 설계로 운영됐다. 45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사전·사후 진단 평가를 통해 학습 수준을 점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보완 학습을 진행하며 기초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자신감’이었다. 파일럿 운영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3.90점, 2025학년도 신입생 280명을 대상으로 한 정규 운영 결과 만족도는 4.10 점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막연한 두려움이 줄었다”, “전공 선택이 부담이 아니라 도전이 되었다”라고 답했다.
기초를 다지는 일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단단한 변화를 만든다.
◇ 선택의 자유는 준비된 역량에서 시작된다
전공자율선택제는 단지 제도의 변화가 아니다. 대학이 학생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다.
그러나 제도가 성공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AI 활용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하도록 돕는 도구일 때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한 비교과 지원을 넘어, 전공 설계와 학습 코칭,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전공의 벽을 허무는 시대다. 이제는 기초 학습의 벽을 낮출 차례다. 자유로운 선택은 준비된 역량 위에서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대학만이 전공자율선택제의 취지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교육의 AI 전환] 경기대 : 전공을 선택할 자유, 준비할 기회는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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