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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쪽 내외의 양장본 책을 읽던 2학년 학생들이 80~100쪽 분량의 비문학 도서로 넘어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어렵다’는 문의가 들어온다. 책이 익숙지 않은 4-5학년 학생들에게도 250쪽 넘는 도서가 주어지면 ‘너무 길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소설은 곧잘 읽던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도 깊이 있는 사회학/과학/인문학 도서로 넘어갈 때에 비슷한 반응이다.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레 이 과정을 거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학생들을 생각하며 독서 단계와 전환점을 주제로 칼럼을 써보기로 했다.
먼저, 초등학생들의 경우다.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어휘’의 난관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역사 도서 속 옛말들, 과학 도서의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면 쭉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낀다. 혹은 읽긴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며 눈만 움직이게 되어, 책을 다 읽었을 때 드는 후련함이나 알차게 채워지는 감정은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디딤돌이 필요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간략한 뜻이나 용례, 책 속에서의 문맥적 의미를 설명해 주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전 찾아봐”라는 말은 이 시기에 적합하지 않다. 두꺼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상태인데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한다면 책 읽기가 번거롭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종이든 인터넷든 사전을 읽을 때에도 독해가 필요하다.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그 뜻을 이해하고 잘 적용해 읽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혹시, 단어의 뉘앙스는 알고 있지만 명확한 뜻을 말해주기 어려워 “사전 찾아봐”라는 답을 주는 것이라면 함께 사전을 읽어보고 적용해주는 편이 더 좋다.
다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 처음 한두 챕터를 함께 읽어주면 왠지 뒷부분은 스스로 읽을 힘이 생긴다. 대체로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온 핵심 개념이 뒷부분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즐겁고 편하게 읽히던 책’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노력’을 더해야만 한다. ‘쾌락의 독서’에서 ‘노력의 독서’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연필을 들고 모르는 단어를 써 두고, 구조도를 그리기도 하고, 앞을 다시 들춰보기도 하면서 한두 권을 애써 읽어본 사람은 알게 된다. 나의 인지를 뛰어넘는 책읽기가 얼마나 나에게 성장을 가져다 주는지 말이다. 또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읽는 것보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사고 구술을 듣는 국어 수업을 하다가, 홀로 노력하는 읽기로 전환될 때 수능 비문학 지문 독해의 비결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심지어 1-2권을 애써서 읽어보면, 그때 알게 된 어휘들이 여기저기 책에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핵심 개념에 대한 튼튼한 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지를 조금씩 더해가며 개념/지식의 그물을 만드는 것 뿐이다.
노력의 독서로 넘어갈 때 중요한 점은 ‘시간’이다. 지적 긴장감을 가지고 읽는 것은 필요하지만, 쫓기듯이 읽는다면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능하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곱씹고 찾아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고, 그때 읽기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현재 초등학생, 중학생이라면 그 누구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지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비교하지 않으며 실력을 쌓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급하지 않게, 하나하나 이해하는 기쁨을 책을 통해 누리길 바란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독서 단계를 끌어올리는 전환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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