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2명 중 1명 결제… ‘중고책 0원 매출’ 딜레마, 구독 모델로 해법 모색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1.27 15:58

- 스콘(SCONN) 구독패스, 무료체험 후 유료 전환율 56%, 잔존율 80%
- 개념 학습과 문제 풀이는 전자책, 실전 대비는 종이책… ‘디지로그’ 학습 방식 확산
- 구독패스 도입한 출판사·강사진, 전년 대비 매출 80% 증가

  •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민수(28) 씨는 매일 지하철로 약 1시간을 이동한다. 과거에는 여러 권의 문제집을 가방에 넣고 다녔지만, 이동 시 두꺼운 책을 펼치기 어렵고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책을 넘기는 과정도 번거로웠다.

    이 같은 불편함으로 김 씨는 디지털 학습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학습용 전자책 플랫폼 ‘스콘(SCONN)’의 구독패스를 무료 체험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뒤, 일주일 후 유료 구독으로 전환했다. 

    김 씨는 “아이패드 하나로 강사의 모든 커리큘럼 교재를 언제 어디서든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이 유료 전환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며 “키워드 검색으로 필요한 개념을 바로 찾을 수 있고, 개별 구매가 부담스러운 교재도 구독을 통해 볼 수 있어 학습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용 중인 스콘의 구독패스는 기존 도서 구독 서비스와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여러 출판사의 책을 묶어 제공하는 통합형 서비스가 아니라, 특정 출판사나 강사가 자신의 교재만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단독 브랜드(PB)’ 구독 상품이다. 이를 통해 출판사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핵심 콘텐츠인 수험서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할 수 있다.

    스콘 구독패스에 대한 수험생들의 반응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났다. 무료 체험 이후 유료 전환율은 55.9%로, 무료 이용 경험이 있는 수험생 2명 중 1명 이상이 유료 결제를 선택했다. 이는 일반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평균 전환율인 5~15% 수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무거운 교재와 제한적인 정보 접근 환경에 대한 불편함,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 방식에 대한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스콘의 구독패스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단일 저자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수험생의 학습 방식에 맞춰 설계됐다.

    ◇ 중고책 유통 구조 속에서 주목받는 구독 모델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는 교육 환경과 태블릿 기반 학습에 익숙한 수험생들의 변화는 출판업계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학령 인구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중고거래 활성화가 맞물리면서 신간 교재 판매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교재 제작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한 번 판매된 수험서가 중고 시장을 통해 재유통되면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출판업계는 디지털 콘텐츠 도입 시 종이책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전자책 도입 초기의 경험과 불법 복제에 대한 부담도 여전히 남아 있다. 종이책 중심의 유통 구조와 실제 학습 환경 사이의 간극 속에서 수험생들은 자연스럽게 중고 거래를 경험해 왔다.

    이에 대해 유주심 스콘 비즈니스오너(BO)는 기술 환경의 변화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디지털 권리 관리(DRM)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파일 유출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의 구독 모델은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으로 운영되며 모든 학습 데이터가 개인 계정에 연동돼 공유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스콘은 구독패스가 중고책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판사의 매출 손실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이책은 중고 거래 시 재판매가 가능하지만, 구독권은 계정 기반으로 운영돼 양도가 불가능하다. 중고 교재를 구매한 수험생이라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열람과 검색 편의성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구조다. 구독 모델은 중고 시장으로 이동하던 수요를 다시 출판사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학습 기록이 축적될수록 서비스 이용이 지속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 종이책과 전자책의 역할 분화

    수험생들의 학습 방식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개념 정리나 간단한 문제 풀이에는 휴대성과 검색 기능이 있는 디지털 교재가 활용되고, 실전 모의고사나 심화 학습에서는 종이책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선택의 기준이 매체 자체가 아니라 학습 목적에 따라 나뉘고 있는 셈이다.

    에듀테크 기업 플렉슬은 스콘에 구독패스를 도입한 이후, 구독 서비스와 종이책이 함께 활용되는 양상을 확인했다. 스콘의 ‘공무원 구독패스’ 활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구독패스로 이용 중인 전자책을 종이책으로도 추가 구매해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학습을 시작한 이후에도 동일 도서를 전자책과 실물 교재로 함께 활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구독패스는 서비스 이용 지속성 측면에서도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시험 합격 시점까지 구독패스를 이용하거나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93%에 달했다. 출시 4개월 차 기준 회차별 평균 잔존율은 약 80%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구독패스를 도입한 출판사와 강사진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

    디지털 전환은 종이책 유통 구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학습 효용을 경험한 수험생이 이후 심화 학습이나 실전 대비를 위해 종이책을 추가로 구매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종이책과 디지털 구독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는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출판업계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교육 콘텐츠 시장의 구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