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 감시받는 부모, 고립된 가정… ‘훈육의 삼중고’를 넘어
김선희 영남대학교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
기사입력 2026.01.27 09:00
  • 지난 연재에서 우리는 체벌 금지라는 시대적 흐름과 부모 내면의 관성 사이의 충돌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부모들을 정말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단순히 훈육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체벌 논쟁의 이면에는 현대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세 가지 짐, 바로 ‘훈육의 삼중고(三重苦)’가 존재한다.

    ◇ 첫 번째 고통: 정보의 홍수 속 확신의 가뭄

    과거에는 동네 어른이나 가족 공동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훈육이나 육아를 배웠지만, 이제 그 빈자리는 미디어가 채우고 있다. TV와 소셜미디어에는 육아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정답’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문제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긍정 훈육’과 현실 훈육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방송 속 전문가의 솔루션은 마법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 아이에게 적용하면 너무 더디고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괴리는 부모들에게 심각한 자기 의심을 심어준다. “남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나?”,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불안해한다. 결국 이 방법 저 방법을 전전하다 훈육의 핵심인 일관성을 잃게 되고, 부모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양육 효능감 저하’의 악순환에 빠진다.

    ◇ 두 번째 고통: ‘파놉티콘’이 된 사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이의 모든 행동 문제를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금쪽같은 내 새끼’ 류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의 문제는 100% 부모 탓”이라는 인식이 거대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부모들을 마치 만인의 시선이 꽂히는 감옥, ‘파놉티콘(Panopticon)’에 가둔다.

    공공장소는 부모에게 살얼음판과 같다. 아이가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버릇없이 키운다”는 비난의 눈초리가 날아온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아이를 차분히 말로 타이르면 “남들에게 폐 끼치는데 한가하게 둔다”고 욕을 먹고, 단호하게 제지하면 “아동학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어떤 행동을 해도 비난받을 수 있다는 깊은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 세 번째 고통: 고립된 섬이 된 가정

    마지막 고통은 철저한 ‘고립’이다. 부모들은 학교와 사회가 훈육의 기능을 멈췄다고 느낀다. 체벌 금지 이후 학교조차 적극적인 지도를 꺼리게 되면서 발생한 ‘훈육의 공동화(空洞化)’ 현상 속에서, 아이를 바르게 가르쳐야 할 책임은 오로지 가정, 즉 부모에게만 전가되고 있다. “우리만 애쓰고 있다”는 절망감은 부모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 결론: 비난을 멈추고 ‘사회적 약속’을 맺을 때

    부모들의 이러한 절박한 고백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부모들이 겪는 혼란은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효과적인 대안과 사회적 지지가 사라진 ‘진공 상태’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부모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훈육의 사회적 약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은 한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시대적 과제다. 우리 사회 전체가 부모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키우겠다”는 따뜻한 연대와 구체적인 지원을 보낼 때, 비로소 폭력 없는 건강한 훈육 문화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논문 ‘영유아 부모의 체벌에 대한 인식 및 자녀 훈육의 어려움’ (유아교육학논집, 2025)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