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 ‘사랑의 매’라는 신화와 법적 선언 사이, 훈육의 이정표를 잃은 부모들
김선희 영남대학교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
기사입력 2026.01.13 10:08
  •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바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다. 과거처럼 엄격한 권위로 아이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폭력이 아닌 대화와 이해로 훈육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이러한 고귀한 다짐은 훈육의 거친 현실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리곤 한다. 아이가 통제되지 않는 극한의 상황이 오면 부모는 속수무책이 되고, 결국 머리로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빠르고 확실해 보이는 ‘체벌’의 유혹에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남는 것은 깊은 좌절감과 죄책감뿐이다.

    ◇ 내 안의 모순, ‘사랑의 매’라는 신화적 믿음

    부모들이 겪는 이 딜레마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부모가 이성적으로는 체벌을 부정적인 훈육 방법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과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모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 맞았던 경험이 나를 바르게 자라게 했다는 ‘신화적 통념(mythical belief)’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부모들의 고백 속에서 체벌은 두 가지 강력한 효능을 가진 도구로 인식된다. 첫째, 문제 행동을 즉각적으로 멈추게 한다는 점, 둘째, 아픔을 통해 교훈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는 점이다. “나도 맞고 자랐지만, 잘 컸다”는 믿음은 현재 겪고 있는 복잡하고 힘겨운 훈육 상황을 타개할 가장 단순하고 익숙한 해법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을 ‘학대’와 구분 짓기 위해 ‘사랑’이라는 의도를 강조한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것은 폭력이 아니라 ‘훈육의 최후 수단’이며 정당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 소리 없는 법 개정, 그리고 대안의 부재

    부모들의 이러한 내면적 갈등은 2021년 대한민국의 법적 변화와 충돌하며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민법 제915조인 ‘친권자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가정 내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은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됐다. 이것은 역사적인 선언이었지만, 정작 이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부모들에게는 닿지 않는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실제로 2023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성인의 68%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본 연구에 참여한 부모 10명 전원도 법 개정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이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 아닌 ‘당혹감’과 ‘두려움’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이 ‘하지 말라’고만 했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체벌이라는 익숙한 도구를 빼앗긴 상태에서 아이를 가르칠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는 막막함에 시달린다. 더 나아가 체벌 없이는 아이를 올바르게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 부모로서의 권위를 잃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선언에만 그친 법 개정은 부모들을 훈육의 공백 속에서 길을 잃게 만들고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논문 ‘영유아 부모의 체벌에 대한 인식 및 자녀 훈육의 어려움’ (유아교육학논집, 2025)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