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논술화랑 대표에게 듣는 ‘고교학점제 시대, 생기부를 설계하는 기준’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1.09 09:00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인터뷰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2028 대입 개편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마음은 한층 무거워졌다. 내신 5등급제, 과목 선택,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면접 확대까지. 아이가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보다, 혹시 지금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지에 대한 불안이 먼저 앞선다. 점수만 붙잡고 가도 되는지, 진로를 지금 정해도 되는 건지, 과목 선택 하나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 버리는 건 아닌지 묻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26년간 독서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는 이런 불안을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공포”라고 말한다. 제도가 바뀐 만큼 준비 방식도 달라졌을 뿐, 아이에게 요구되는 역량 자체가 갑자기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핵심은 점수 경쟁이 아닌 진로와 탐구역량, 그리고 그 출발점에 놓인 독서다.

    김 대표는 독서를 단순한 국어 공부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발견하고 생각을 깊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로 본다. 내신 변화나 과목 선택, 면접 확대 역시 구조를 이해하면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흔들리기보다, 아이가 고교 3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차분히 설계하는 일이다.

    불안한 입시 환경 속에서 학부모가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김수미 대표에게 고교학점제 시대를 통과하는 현실적인 기준과 방향을 들어봤다.

  • 책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표지.
    ▲ 책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표지.

    - 그간 독서를 입시의 핵심 도구로 강조해왔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확대와 고교학점제라는 환경 속에서, 독서는 학생의 어떤 경쟁력을 가장 분명하게 만들어준다고 보시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진로와 탐구역량을 갖춰야 해요. 독서는 이 두 가지 모두에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죠. 우리가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혹은 국어 문제집을 풀다 ‘아~ 내 흥미 적성이 뭐구나~’라고 떠올리진 않잖아요. 

    다수의 경우 책을 읽다 흥미로운 분야를 계속 이어가다 보니 진로를 찾거나, 어떤 공부나 특정 경험이 인상적이어서 그 분야의 책을 찾아 읽다 진로를 찾게 되죠.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아무튼 텍스트를 읽어보면서 심화시키는 건 분명할 거예요. 이처럼 진로를 찾아가는 길목에는 반드시 책이 있어요. 

    탐구역량 역시 마찬가지죠. 고등학생의 탐구는 실험이나 조사보다는, 자신의 흥미·적성과 관련된 텍스트를 찾아 읽는 과정에서 시작돼요. 그리고 읽은 내용을 정리해 글로 풀어낼 때 비로소 탐구로서의 가치가 생깁니다. 결국 탐구역량이란 읽고 쓰는 능력, 즉 독서 능력이라고 볼 수 있고, 이 기반이 없다면 탐구도 힘을 갖기 어렵죠.

    - 여전히 점수, 등급 중심으로 입시를 이해하는 시각이 많은데, 이런 접근이 지금 시점에서 특히 위험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입시가 바뀌었다고 해서 점수와 등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점수와 등급은 여전히 기본이 되는 요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단지, 점수와 등급이 입시를 전적으로 좌우하던 구조에서, 이제 다양성이 추가됐다는 거죠. 

    과거에는 상위 16개 대학의 경우, 입학 정원의 40%를 생기부 없이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룰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정시에서도 생기부가 반영됩니다. 그것도 내신 등급만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종 방식으로 반영된다는 점이 중요하죠. 이건 무척 유의미한 점이에요.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학생부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가 된 셈이거든요.

    생각해보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며 공부해 온 학생이라면, 낮을 리는 없을 거예요. 많은 학부모님이 바뀐 입시에 막연한 불안을 느끼지만, 이는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바뀐 대입에서도 분명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 2028 대입 개편안을 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로 적성을 정하는 일을 마치 미래 전체를 결정하는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고1이 끝나기 전에 “앞으로의 삶을 정하라”는 것과, “네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공부가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죠. 

    물론, 교육부의 취지는 미래를 고민하고 전공 선택에 진지하게 접근하라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전공이 반드시 평생의 직업이나 삶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진로 적성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학생이 즐거워하고 비교적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일이죠. 청소년이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자신이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고교 3년을 의미 있고 즐겁게 공부해 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미래를 결정짓는 선택은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대학원 진학, 부전공, 전과 같은 선택지도 열려 있죠. 그래서 고교학점제에서 말하는 진로는 고교 3년을 잘 보내기 위한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 특히 고교학점제와 내신 변화와 관련해 “이 부분만큼은 꼭 강조하고 싶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기존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진 것 같아요. 실제로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지난해 고1 학생들 가운데서는 내신 때문에 좌절해 자퇴나 반수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이후 입시는 아직 한 번도 치러진 적이 없어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을 자극하는 근거 없는 소문과 불안만 난무하는 상태인 거죠. 저는 이런 ‘카더라’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리부터 내신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부담도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고요. 이럴수록 우왕좌왕 불안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공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대학은 이미 내신 등급 하나만으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8 대입부터는 학생마다 이수 과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내신의 변별력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2등급이나 3등급이 나왔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 진학을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학교생활의 스토리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바뀐 입시에서는 학교생활 전반에서 성실함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학교생활은 대충 하고 학원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 책에서 ‘수강 리스트가 곧 진로가 되게 하라’는 조언했어요. 이 말의 의미를 풀어 설명해주신다면요?

    지금까지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같은 과목을 수강하고, 같은 시험을 봤습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이후에는 학생마다 수강 과목이 달라지고, 시험도 각자 선택한 과목으로 치르게 됩니다.

    이제는 심화 과목에 도전하는 학생도 있고, 비교적 쉬운 기초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학생도 생기게 되죠. 만약 두 학생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쉬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더 좋은 내신 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학이 내신 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자연스럽게 수강 과목 자체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어요.

    또, 수강 과목이 모두 다르다면, 대학은 전공에 맞는 공부를 꾸준히 해 온 학생을 선호하게 되겠죠. 예를 들어 건축공학과라면 물리·수학 계열 과목 이력이 중요하게 보일 수 있고,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목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질 수 있어요. 따라서 지원 전공과 연결되는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그 과목에서 성적과 세특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해요.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고교학점제 때문에 “과목 선택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고 불안해하는 학생들도 많은데요.

    그런 불안이 느껴진다면, 마음속으로 이 말을 열 번만 반복해 보세요. “이 고민을 나만 할까?”, 열 번입니다.

    질풍노도라고 불리는 청소년기에는 미래를 확신하기도 어렵고,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립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 바뀌는 것 역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다만 이런 변화가 누적돼 생기부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면, 입시에서는 분명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입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죠.

    우선 1학년은 탐색기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경험은 오히려 플러스가 됩니다. 과목도 대부분 공통과목이어서 선택의 부담이 크지 않죠. 

    핵심은 2~3학년입니다. 만약 과목 선택이 아쉬웠다면, 그 과목이 왜 내 진로에 필요했는지를 어필해야 해요. 이때 학생이 직접 설명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 세특을 비롯한 생기부 기록이 그 역할을 합니다. 그럼 대학은 기록된 공부 내용을 보며 ‘아~ 이 과목을 이런 이유로 들은 거구나.’라고 이해하게 되죠. 그래서 중요한 건, 전공과 직접 맞지 않는 과목이라도 지원 전공과 연결해 풀어낸 탐구 보고서예요. 

    -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독서나 탐구 활동으로 잘 보완해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고교학점제 이후 학생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을 꼽자면 세 가지 정도입니다. 진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 원하는 과목이 학교에 개설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진로를 중간에 바꾸면서 기존 수강과목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죠.

    이런 상황에서 공통된 해법은 결국 탐구보고서입니다. 저는 고교학점제를 ‘진로로 시작해 탐구보고서로 끝난다’라고 표현하곤 해요. 탐구보고서는 독서와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예를 들어 건축공학과 지원 학생이 세계지리를 수강했다면, 자연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물의 특징을 주제로 탐구보고서를 작성해 전공을 염두에 두고 이 과목을 공부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또 언어와 매체를 수강했다면, 건축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유튜브 채널 기획과 같은 탐구를 통해 다소 다른 과목도 전공 준비 과정으로 연결할 수 있죠.

    - 면접이 는다면 오히려 말수 적고 표현이 서툰 학생들이 불리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대학 면접은 기본적으로 말을 얼마나 잘하느냐를 평가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기업 면접처럼 태도나 순발력, 발표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생기부에 적힌 내용이 실제로 학생이 한 활동인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죠. 그래서 중요한 건 말솜씨가 아니라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대학 면접은 생기부에 기재된 활동을 바탕으로 질문합니다. 예를 들어 탐구보고서를 썼다면, 왜 그 주제를 선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묻는 식이에요. 이때 중요한 건 유창한 표현이 아니라, 본인이 한 활동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죠. 말수가 적더라도 직접 고민하고 탐구한 내용이라면 충분히 답할 수 있어요.

    다만, 서울대나 주요 의대처럼 제시문 기반 면접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 경우는 일반 면접이라기보다 구술형 논술에 가깝죠. 그래서 말 잘하는 연습보다는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요약하며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논술형 훈련이 필요합니다.

    -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학생이 ‘절대 지금 하면 안 되는 선택’이 있다면 어떤 걸 가장 경계해야 할까요?

    입시를 두고 ‘이게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려 드는 태도인 것 같아요. 고교학점제나 새로운 입시 제도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심리적으로 거부하게 되고, 그때부터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죠. 그사이 준비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습니다.

    지금 입시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의 대상입니다. 내 아이가 치러야 할 입시라면, 먼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비하는 게 우선이에요. 판단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제도를 평가한다고 바뀌는 건 없고, 중요한 건 내 아이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일입니다.

    또 하나 위험한 선택은 과거의 성공 공식에 매달리는 것이에요. 입시 환경이 이미 달라졌는데도, 예전 방식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수능 하나에만 올인하거나 눈에 보이는 성적만 붙잡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지금 입시는 아는 사람이 분명히 유리한 구조입니다. 구조를 모른 채 과거 방식만 반복하는 건 가장 근시안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할수록 필요한 건 휩쓸림이 아니라, 차분하게 입시 구조를 이해하려는 태도예요. 하루라도 더 빨리 알고 준비하는 것이, 지금 입시에서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 중학생이라면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고등학교 3년을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이득이 될까요?

    아직 중학생이라면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에요.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잘 모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생기부는 기재 방식과 분량, 항목, 수행평가 방식까지 거의 같습니다. 한마디로 중학교는 고등학교 생기부의 프롤로그라고 볼 수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생기부 작성을 연습해 두면, 고등학교에서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유리해질 수 있죠.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보통 1학년 때만 세특이 작성되고, 2~3학년에서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 고입 준비를 하는 상위 15% 이내 학생에게만 세특이 기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세특 관리의 골든타임은 중1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시점은 초등 5~6학년 때 새 대입 구조를 이해하고, 중학교 3년 동안 고등학생처럼 생기부를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중2나 중3이 되었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경우, 셀프 세특 관리를 한 학기나 1년이라도 진지하게 해보는 게 좋습니다.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세특을 써보고, 자율 탐구 보고서도 작성해 보는 거죠. 다만 중학교에서는 자율 탐구 보고서를 직접 제출할 수 없으므로, 독서록 형태로 정리해 과목 선생님께 제출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 고1·고2 학생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1·고2라면 가장 먼저 내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현재 내신 등급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범위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생기부와 수능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내신 2등급 이내 상위권 학생이라면,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생기부를 반영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기부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수시에 중점을 두는 학생들 역시 수능 최저가 결코 가볍지 않은 허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진로를 명확히 하는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진로는 미래 직업을 확정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잘하거나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계열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과목 선택은 물론 창체를 포함한 학교생활 전반을 설계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진로와 연결된 선택 과목의 깊이를 다지는 일입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가는 겨울방학에는 지금까지 세특에 기재된 학업·탐구 내용을 정리해보고, 이후 어떤 탐구를 이어갈지 계획서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은 점검 방법이 됩니다.

    - 마지막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노인이 이런 말을 합니다.

    “물고기야, 너와 나는 한 몸이고 형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는 시간을 겪게 됩니다. 고독하고 힘에 부치는 일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지금 나의 체력과 마음을 소진시키는 고3 아이는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힘들긴 하지만, 내 아이와 이렇게 완벽한 ‘원 팀’이 되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또 언제 있을까요. 이 순간은 힘들고 버거운 장면이 아니라 분명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 같은 멋진 대목일 거예요. 

    저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노인처럼 이 시간을 끝까지 함께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렵다면 더 정확히 알려고 노력하고, 힘든 순간에는 애쓰는 아이와 그 곁을 지키는 나 자신을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위의 불안과 소문에 휘둘리기보다 나와 내 아이가 주인공인 입시를 치르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26년 차 독서교육 전문가이자, 연간 1만 5000명이 대기하는 대치동 대표 독서논술 학원 ‘논술화랑’의 대표이다. 논술화랑은 어려운 책을 읽히는 ‘독서 선행’ 교육을 하지 않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독서와 독후 활동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김수미 대표는 보다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책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