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논술화랑 대표에게 듣는 ‘성적을 넘어서는 생기부’ 만드는 법 (인터뷰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1.08 09:00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인터뷰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내신이 이 정도면, 이제 뭘 더 해봐야 할까요?”

    입시 상담 현장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등급이 아니면 어렵다’는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지금의 선택이 아이의 가능성을 넓히는 길인지, 아니면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닌지 고민은 깊어진다.

    하지만 최근 입시 현장에서는 이런 불안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내신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학교생활의 과정과 맥락이 분명하다면 상위권 대학 합격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점수보다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다.

    독서·논술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 대학은 성적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관심을 갖고 어떻게 공부해 왔는지를 본다”며 “내신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 책《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표지.
    ▲ 책《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표지.

    최근 출간한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에서 김 대표는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한다.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이 ‘이 학생은 다르다’고 판단하는 결정적 지점은 어디인지. 김수미 대표와 함께, 불안한 입시의 갈림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을 짚어봤다.

    -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내신 1등급이 아니어도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현장에서 직접 보신 변화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나(가명)의 사례가 떠오르네요. 유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지만, 학군지의 이른바 ‘갓반고’에 진학하면서 내신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1학년을 마쳤을 때 내신은 2.7이었죠. 보통이라면 학생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수능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나는 달랐어요. 수능 준비와 함께 학교생활에도 끝까지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유나는 최종 내신 2.4로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 합격했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낸 결과였죠.

    이처럼 다소 부족한 내신을 극복하고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학교생활에 진심이었고,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었다는 점이에요. 유나 역시 환경동아리 회장을 2년간 맡으며 재활용 수거율 분석, 서울시 환경 정책 분석 발표 등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학교생활의 밀도가 유나의 내신을 보완하며 합격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 이런 사례들을 통해 볼 때, 과거와 비교해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과거에는 ‘성취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이제는 성취도에 더해 ‘역량’까지 함께 본다는 점이에요.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성취도와 역량의 차이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취도는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암기했는지를 말합니다. 시험을 통해 확인되는 부분이죠. 반면 역량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는 개념입니다. 탐구 보고서나 활동 결과물로 드러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생물 교과에서 성취도는 시험을 얼마나 잘 보느냐이고, 역량은 배운 생물 지식을 활용해 어떤 탐구 보고서를 만들어냈느냐입니다. 과거 입시에서는 성취도만 충실히 관리하면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역량까지 보여줘야 해요. 다만 모든 과목에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이 가장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과목 한, 두 개에서 역량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 이처럼 입시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과거 입시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믿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입시는 그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첫 본격적인 입시는 2028학년도입니다. 아직 누구도 이 입시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죠. 모두에게 미지의 영역인 셈이에요. 다만 완전히 알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합니다. 고교학점제가 부분적으로 운영돼 온 과정, 그리고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려는 흐름은 이미 학종을 통해 반복해서 드러나 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변화 자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두려움 때문에 외면하거나 부정해 버리죠. 그리고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과거의 성공 공식에 더욱 매달립니다. 혹시 지금의 입시 준비가 그저 불안을 덮기 위한 질주로 변질하지 않았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 대표님이 책에서 말하는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란, 어떤 생기부라고 이해하면 좋을까요?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지원 전공과 관련된 공부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과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생기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학부모가 생기부를 어렵게 느끼지만, 사실 생기부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복잡해질 수도, 단순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달리기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굳이 전문적인 수치와 용어를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죠. 결국 핵심은 ‘잘 뛴다’는 사실입니다.

    생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항목 하나하나를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하려다 보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기부는 결국 고교 3년 동안 학생이 어떤 관심을 갖고, 어떻게 배우며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이 큰 틀을 중심에 두고 학교생활에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성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담긴 생기부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기록이 쌓였을 때, 내신 1등급에 못지않은 힘을 가진 생기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실제로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더라도 합격으로 이어진 생기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담겨 있었나요?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더라도 합격으로 이어진 생기부들을 보면,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진로를 향해 가는 학생의 이야기가 지속성·연계성·성장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지속성은 한 번 생긴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학년에 걸쳐 꾸준히 이어진 모습을 말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오랫동안 붙잡고 고민해 왔다는 흔적이 보이는 경우죠.

    연계성은 그 관심사가 한 과목이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교과와 탐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을 뜻합니다. 한 과목에서 시작된 주제가 다른 과목의 탐구나 프로젝트로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장성은 관심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1학년에 로봇에 흥미를 느꼈다면, 2학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탐구로, 3학년에는 심화된 주제로 발전해 나가는 흐름이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담긴 생기부는 성적 이상의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 반대로, 아쉬움이 남았던 생기부들에는 어떤 공통적인 한계가 있었나요?

    생기부는 한 마디로 학생의 성장 스토리예요. 토막토막 적힌 각 항목의 기록들이 어울려서 하나의 스토리로 읽혀야 해요. 그런데 다수의 생기부는 스토리로 엮이질 못하고 따로 놀아요. 마치 재료가 조화롭지 않은 요리처럼이요. 이런 생기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관통하는 하나의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거 조금 찔러보다 저것도 조금 찔러보는 식의 생기부가 돼버리는 거죠. 

    물론 생기부 전략이 꼭 1학년 때부터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2학년이 되기 전에는 정해져야 하고 이후에는 흔들림 없어야 해요. 이외에는 안목의 부재를 꼽을 수 있어요. 이 경우는 생기부 기재 사항이 어떻게 적혀야 유리한지를 전혀 모를 때 생기죠. 

    대학은 막연한 기록을 신뢰하지 않아요. 열심히 했음, 무엇을 했음, 우수한 성과를 보였음 같은 나열은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요. 

    대학이 원하는 기록은 무슨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그때 어떤 역할을 했고, 발표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기록이에요. 똑같은 활동을 했어도 어떻게 기록되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거죠. 이건 미리 알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생기부에 대해 제대로 모르니 이런 실수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결국 좋은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기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해요. 남들이 많이 가는 데로 일단 우르르 따라가는 건 최악의 선택이에요. 아는 만큼 준비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 이미 스토리가 흩어진 생기부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쉽고, 현실적인 보완 전략 하나를 꼽아주신다면?

    제가 늘 강조하는 보완 전략은 탐구 보고서 하나로 생기부를 다시 묶는 것입니다. 세특을 만드는 것도, 방향이 흩어진 생기부를 정리하는 것도 결국 탐구 보고서에서 출발해요. 비교과 역시 어디서 시작했든 마지막에는 ‘무엇을 탐구했고,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1·2학년 때 배운 과목들이 진로와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3학년에서 하나의 탐구 주제를 정해 이전 학습과 호기심을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면, 흩어진 기록은 오히려 확장과 성장의 증거가 됩니다. 중요한 건 과목을 버리는 게 아니라, 왜 그 과목들이 필요했는지를 설명해주는 탐구 주제를 만드는 힘입니다.

    탐구 보고서는 거창한 논문이 아닙니다. 읽은 자료에서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예요. 이 과정을 통해 학년 간 연결성과 성장성을 함께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합니다. 흩어진 생기부를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하나의 탐구 보고서로 모든 과목과 경험을 다시 연결하는 것입니다.

    - 실제 평가자 관점에서 “이 학생은 진짜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갈린다고 보나요?

    생기부에 적힌 내용을 학생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대학이 생기부를 보는 이유는 표현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기록이 진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면접이 존재합니다.

    면접에서 활동 하나하나에 대해 “왜 했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물었을 때, 학생이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순간 평가자는 ‘이 학생은 진짜다’라고 느낍니다. 반대로 겉보기엔 잘 꾸며진 기록이라도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기록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탐구 과정과 생각의 흐름이 분명하면 면접에서는 충분한 설득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생기부의 모든 기록은 대답할 수 있는 기록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입니다. 활동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엇을 읽고 어떤 질문을 가졌으며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정리해두는 거죠. 그렇게 준비된 면접은 말솜씨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해온 탐구를 확인받는 과정이 됩니다. 대학은 발표력이 아니라, 이해의 깊이와 사고의 흔적을 봅니다. 그 지점에서 평가자는 이 학생이 진짜인지 판단하게 됩니다.

    - 생기부에서 ‘독서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들은 책을 읽은 뒤 어떤 행동까지 이어가고 있었나요?

    생기부와 독서활동은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생기부는 독서 활동의 결과물이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했다’는 건 결국 관련 분야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다만 교사가 학생이 무엇을 읽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는 결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록이 어렵고, 이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 보고서 제출입니다. 그래서 독서가 탐구 보고서로 이어지지 않으면 생기부에 기재되기 힘든 구조예요.

    물론 생기부를 위해서만 독서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읽고 생각한 과정 자체는 어떤 형태로든 학생에게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 생각을 보고서로 정리해 제출했을 때, 독서는 생기부 안에서 훨씬 더 큰 가치를 갖게 됩니다.

    - 독서를 입시에 활용하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대표님이 보기에 “이 정도면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입시를 위해 꼭 ‘코스모스’나 ‘총, 균, 쇠’ 같은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시에서 중요한 건 책의 난도가 아닙니다. 읽는 태도예요.

    아주 쉬운 책이라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읽기에 머무를 수도 있고, 읽으면서 의문을 만들고 자신의 관심 분야로 확장하는 생산자의 읽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청전’을 읽고 교훈을 이해하는 데서 멈춘다면 소비의 읽기지만, 작품을 계기로 복지 제도, 사회 구조, 경제적 가치, 의학적 해석, 해양 환경 등으로 질문을 확장한다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읽기가 됩니다.

    이런 읽기를 저는 ‘심화독서’(Contextual Reading)라고 부릅니다. 책 속의 지식(Text)을 책 밖의 맥락(Context)과 연결하는 읽기죠. 그래서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무엇을 읽든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려는 태도를 갖췄다면, 그 학생은 이미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 장희주 기자.

    ☞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

    26년 차 독서교육 전문가이자, 연간 1만 5000명이 대기하는 대치동 대표 독서논술 학원 ‘논술화랑’의 대표이다. 논술화랑은 어려운 책을 읽히는 ‘독서 선행’ 교육을 하지 않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독서와 독후 활동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김수미 대표는 보다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책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