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 미충원 50명 발생…서울권 2명·지방권 48명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2.30 10:52

- 불수능·사탐런 여파, 정시 합격선 변수 커질 듯

  • 2026학년도 의과대학 수시모집에서 전국 39개 의대 가운데 11개 대학에서 총 50명의 미충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8명(96%)이 지방권 9개 대학에서 발생했으며, 서울권에서는 연세대와 고려대 각 1명씩 총 2명에 그쳤다. 경인권 4개 의대에서는 수시 미충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별로는 인제대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대 11명, 한림대와 원광대가 각각 5명씩 미충원이 발생했다. 이 밖에 연세대(미래) 4명, 동국대(WISE)·건국대(글로컬) 각 3명, 고신대 2명, 조선대·연세대·고려대 각 1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부울경 16명, 충청권 14명, 강원권 9명, 호남권 6명, 대구경북권 3명 순이다.

    의대 수시 미충원 규모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었다. 의전원에서 학부 체제로 전환이 완료되고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기 전인 2023학년도에는 9개 대학에서 13명, 2024학년도에는 14개 대학 33명에 그쳤다.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늘었던 2025학년도에는 20개 대학에서 80명으로 급증했다. 2026학년도는 11개 대학 50명으로 전년 대비 30명(37.5%) 감소했지만, 모집 확대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종로학원 측은 "2026학년도 수시 미충원이 전년보다 줄어든 데에는 의대 모집 정원 축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의대 중복합격 규모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봤다. 

    다만 모집 정원 확대 이전인 2023학년도(13명), 2024학년도(33명)와 비교하면 미충원 규모가 크게 증가한 점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불수능’ 영향이 지목된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절대평가인 영어 과목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1등급 확보가 어려웠고, 이른바 ‘사탐런’ 현상까지 겹치며 과학탐구 영역에서 1·2등급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실제로 미충원이 발생한 주요 대학의 수시 전형은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3개 영역 등급합 4’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시 지원자들이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고, 중복합격으로 빠져나간 인원을 추가 합격으로 채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불수능의 영향이 지방권 의대 수험생에게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수능과 사탐런 여파로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의 수능 고득점자 풀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다시 축소되면서 상위권 N수생 유입이 줄어드는 요인까지 겹칠 경우, 정시모집에서는 대학별 합격선 편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 규모가 줄어들면서 의대 경쟁 구도가 다소 완화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