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학 혁신과 풀리캠퍼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별 맞춤형 학습을 위해
최재원 아주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
기사입력 2025.12.22 09:00
  • 개별 맞춤형 학습은 오랫동안 이상적인 교육 방법으로 추구되어 왔다. 학습자는 각기 다른 배경지식, 학습 속도, 동기와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교육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늘 같은 한계 앞에서 멈춰 섰다. 현실의 교육 제도는 물리적 공간, 교과과정, 교원 수, 예산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운영되며, 개별 학습자의 학습 상태를 정교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라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이제 ‘맞춤형 학습이 옳은가’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해야 맞춤형 학습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가’이다. IT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화 학습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은 이미 갖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맞춤형 학습이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AI 기술의 도움을 받더라도, 개별 맞춤형 학습을 충실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수자의 업무 부담이 기존의 강의식 수업 방식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맞춤형 학습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개별 학생의 수준과 학습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진단 결과에 기반해 적절한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과정이 학습 전이나 특정 시점에 한 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AI 기술로 완전히 자동화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며, 교수자의 최종적인 판단과 개입을 배제하는 방식은 교육적·윤리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할 수 있는 접근이 바로 모듈형 맞춤형 학습 설계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수업은 한 학기 16주 동안 주 2회 진행된다. 

    이 모든 수업 과정을 전면적으로 맞춤형 학습으로 운영하는 것은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듈형 맞춤형 학습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학기 중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학습 내용만을 선별해 비교적 간편하게 맞춤형 학습 모듈을 구성하고 운영하자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대학 물리학 수업 전체를 맞춤형 학습으로 전환하기보다는, 개념 이해에 어려움이 집중되는 일부 주차만을 선별해 맞춤형 학습을 적용함으로써 수업의 효과를 높이고 교수자와 학생의 피로도를 동시에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맞춤형 학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다양한 전공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학습 콘텐츠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교수자가 수업 목적과 상황에 맞게 필요한 수준의 적응형 학습 모듈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주대학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ALS(Ajou Adaptive Learning Square)를 구축하고 있다. AALS의 핵심은 대학의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중심으로, 학생에게는 자기 주도적으로 맞춤형 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교수자에게는 수업 운영 목적에 따라 맞춤형 학습 모듈을 구성해 자신의 LMS 코스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데 있다.

  • AALS(AjouAdaptive Learning Square) 개념도. / 프리윌린 제공.
    ▲ AALS(AjouAdaptive Learning Square) 개념도. / 프리윌린 제공.

    이를 위해 아주대는 외부 맞춤형 학습 콘텐츠 서비스인 풀리캠퍼스를 LTI(Learning Tools Interoperability) 방식으로 LMS와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TI는 학습관리시스템과 외부 학습 도구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하는 국제 표준으로, 개별 학습 도구와 LMS 간 연동 구조의 복잡성을 크게 낮춰 준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학습자는 LMS라는 익숙한 출발점에서 추가 로그인이나 복잡한 설정 없이 다양한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교수자는 기존 수업 구조를 유지한 채 맞춤형 학습 모듈을 점진적으로 수업에 도입할 수 있다.

    맞춤형 학습의 현실적 구현을 위해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가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제도 안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의 정교함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학습 경험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표준화된 기반 위에서 유연한 개인화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이야말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맞춤형 학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경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