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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제주 서귀포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초등학생 유인을 시도한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해당 남성은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학생을 차에 강제로 태우려 한 혐의를 받았으며, 조사 결과 과거 추행 등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대구에서도 초등학생을 유괴하려다 실패한 60대 남성이 붙잡혔다. 가해 남성은 초등학생 A 양에게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팔을 끌어당긴 것으로 확인됐으며, A 양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초등학생 4명을 상대로 유괴를 시도하던 20대 남성 3명이 붙잡혔고, 인천 남동구에서도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유인한 40대 남성이 검거됐다. 경기 광명시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초등학생 유괴를 시도해 충격을 안겼다.
이렇듯 유·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괴 관련 범죄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아동들의 약취 유인 범죄에 경찰력을 총동원하겠다며 나섰지만,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기세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후 뒤처리 식의 정책이 아닌, ‘사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아동에게 ‘큰길로 다녀라’, ‘CCTV가 있는 곳으로 다녀라’,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해라’ 등의 교육보다 더 간단하고 명확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유괴범의 시나리오에 현혹되지 않도록 상황을 설정하는 ‘체험 교육’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에듀는 서민수 교수와 함께 최근 증가한 아동 약취 유인 범죄 유형과 원인부터 가정에서의 대처법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최근, 아동 유괴 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괴 범죄가 다시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성년자 유괴사건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증가했고 뉴스에서도 연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성년자 유괴사건이 급증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유괴의 목적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금전 이득’을 위해 유괴 범죄를 저질렀어요. 최근 발생하는 유괴에 여성 아동이 많은 것으로 보아 ‘성 착취’의 목적이 의심됩니다.
아동의 가정환경 변화와 외부 활동이 증가한 것도 유괴 범죄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동의 방과 후 활동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와 아동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겠죠.
디지털 환경을 통한 ‘모방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유괴사건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SNS와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공개되고 있는데요. 이는 범죄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하나의 재미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어요. 실제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약취 유인 사례를 보면, 소수이기는 하지만 항상 ‘재미나 장난’형의 범행이 존재해왔습니다.
─ 경찰은 인력을 총동원해 초등학교 등의 주변 순찰을 강화에 나섰죠. 현재 어떤 활동들을 펼치고 있나요?
치안 활동에 있어서 더 많은 관심과 비용을 들이는 쪽이 ‘사회적 약자’인 건 사실입니다. 아동은 아주 중요한 보호 대상이기도 하고요. 경찰은 이번 유괴사건을 잠재우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먼저, 112신고 분류에서 유괴 신고에 대해 등급을 상향 조정해 ‘우선출동’ 신고로 변경했어요. 신고출동 시, 예전에는 강력팀 또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에서 출동했지만, 지금은 지구대, 강력팀,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동시에 출동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전국 학교전담경찰관들은 학교를 방문에 유괴 예방 교육을 진행합니다. 아동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며, 이에 더해 지구대와 합동 순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단기간 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새롭게 준비 중인 대책도 있나요?
경찰은 기존에 운영해 왔던 정책과 제도를 다시 살펴 이를 재정비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오랫동안 시행돼 오고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의 효과성은 높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 이번 유괴사건을 통해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피고 있어요.
또한,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을 확장해 좀 더 아동 보호에 비중을 둘 수 있도록 유치원, 어린이집, 태권도 도장 등 아동 관련 시설 중심으로 찾아가는 예방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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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괴 범죄 예방 교육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가정에서는 ‘반복 교육’과 ‘체험 교육’을 진행해주셔야 합니다. 결국 유괴는 아동이 범죄자의 시나리오에 현혹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괴범이 범행을 계획할 때는 언제나 범죄 시나리오를 준비합니다. 지금까지의 유괴 범죄 사례를 보면, 짜장면, 과자, 물고기, 인형, 알바 등과 같은 소재로 범행 시나리오를 짰던 걸 알 수 있거든요. 이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직접 몸으로 익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동에게 “큰길로 다녀라”, “CCTV가 있는 곳으로 다녀라”,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해라” 등의 교육은 물론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이보다 더 간단하고 명확한 교육이 필요해요. 범죄 사례에 따라 상세한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끌어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큰 소리’를 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 자녀 유괴 상황 발생 시,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무조건 신고해야 합니다.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와 윤리적인 협상을 한다는 건 기대감이 떨어지는 일이예요. 물론 아이의 안전이 걱정돼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질 수는 있습니다. 범인이 금전을 요구하면서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부모가 범죄자에게 끌려가서는 절대 아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돈을 요구하는 범인에게 아이의 안전을 맡기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고요.
이제 유괴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의 역량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자녀가 유괴를 당하게 되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유괴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라고 하죠. 유괴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아이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어집니다. 이 점 잊지 말고 신고에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범죄 또한 심각합니다. 미성년자 대상 범죄가 유난히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날 디지털 환경은 부모에게 자녀 양육의 ‘공백’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부모는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하지만 부모님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아이가 인터넷에 접속하면 그 시간만큼은 부모가 아이의 사고나 행동을 감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유괴’도 참 걱정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접근해 달콤한 말과 사물로 유혹하는 것인데요. 아이 스스로 유괴범에게 찾아가게 하고, 쉽게 만남을 허락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이 ‘사이버 유괴’의 무서운 점이죠.
범죄자들이 아동을 범죄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린 아동이 성인이나 고학년 청소년보다 범행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러한 정보가 확장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죠. 이를 통해 사회 학습력이 증가하고 더 조심스러운 태도로 범죄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범죄자 입장에서는 성인과 고학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더 어리고 더 어리숙한 아동을 타켓팅할 수밖에 없어요. 대표적인 범죄 유형으로는 인터넷 사기와 성범죄가 되겠죠.
─ 국회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책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국회에서는 이번 유괴사건을 계기로 ‘유괴 방지 3법’ 등을 추진하고 있더군요. 물론 처벌을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건 좋지만 이건 ‘사후’ 개념의 정책으로 보입니다. 유괴가 일어나면 이렇게 하자는 식의 ‘뒤처리형’ 제도로 보이거든요. 물론 틀렸다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동 문제에 대한 고민은 ‘사후’ 보다는 ‘사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방 정책이 필요한 것이죠.
저는 사회 구조 특히, 학교 중심의 ‘교육 사회’가 인정받아 아동 중심의 사회 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유괴로 보자면 대표적으로 ‘도로’를 좀 주목하고 싶어요. 도로가 아이들에게 너무 무방비하게 만들어져 있는 게 걱정되거든요. 도로 자체가 어른 중심의 구조다 보니, 아이들이 사람과 차량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에 노출되기 쉬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도로상에서 최소한 초등학교 기준으로는 ‘안전한 통학로’가 확보되고 통학로를 중심으로 안전장치 등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끝으로, 아이들이나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이번 유괴사건이 부모에게는 아이를 한 번 더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부모는 아이와의 거리를 측정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로 부모와 자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자녀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은 영유아 부모에게는 더 중요한 일일 수 있어요.
자녀와 거리를 두더라도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야 합니다. 즉, 당장 아이의 옆에 부모가 없더라도 아이가 부모의 보호 속에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결국 제가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와의 거리를 조금만 더 좁혀주세요.”입니다. 아이가 안전감을 느끼는 것과 관련해 부모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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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수 인재개발원 교수
경찰인재개발원 112지역경찰교육센터장 및 교수요원으로 활동 중인 서민수 교수는 아동·청소년들과 관련한 각종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저서로는 <내 새끼 때문에 고민입니다만,>과 <이론만 빠삭한 부모, 관심이 필요한 아이> 등이 있으며 조선에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하 서민수 교수 약력.
- (현) 경찰인재개발원 112지역경찰교육센터장 및 교수요원
- (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 범죄·교육 연구기관 외부 연구 자문위원
- (현)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운영 위원
- (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정책협의회 전문가 위원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야 아이가 안전합니다”(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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