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사고의 과정”… 한국형 IB의 도전과 미래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1.04 10:35

- 홍정아 IB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인터뷰

  • 홍정아 IB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 홍정아 IB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인터뷰①에 이어)

    정답을 외우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경쟁보다 협력을 배우는 교실.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만들어내는 변화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인 IB는 이제 한국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으며, ‘탐구 중심 학습’과 ‘학생 주도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고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IB 월드스쿨과 후보학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대학과 교육청, 지방자치단체까지 참여하는 한국형 IB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다. 입시 중심 교육의 틀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는 힘’을 잃지 않게 하려는 시도다.

    조선에듀는 국제 바칼로레아 한국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홍정아 매니저를 만나 IB의 철학과 국내 확산 과정, 그리고 교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직접 들어봤다.

    그는 “IB는 단순히 제도를 옮겨오는 게 아니라, 우리 교육이 가진 강점 위에 새로운 균형을 세우는 과정”이라며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교실이 바로 미래 교육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 현재 IB 월드스쿨과 후보학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형 IB 모델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요?

    IB가 우리 교육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입시 제도와의 연결이 현실적으로 잘 설계되어야 해요. 지금 일부 대학이 IB 성적을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능 중심의 점수 체계 안에서는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거든요. IB 학생들이 평가받는 방식이 대학 입시에서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대학과의 긴밀한 협의,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꼭 필요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교사 역량이에요. 결국 교육의 질은 교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니까요. 우리나라 교사들은 이미 검증된 열정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 IB 연수나 IBEC(IB Educator Certificate) 같은 체계적인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더하면, 탐구 중심 수업을 이끌고 학생의 주도성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교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육 환경의 개선이에요. 좋은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죠. 시간표나 공간, 행정, 예산 등 여러 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의미의 ‘탐구 기반 수업’이 가능한 토대가 만들어집니다.

    IB의 한국형 모델은 단순히 해외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우리 교육이 가진 강점 위에 IB의 철학을 더해 ‘한국적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향후 IB 프로그램이 국내 공교육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IB가 우리 공교육의 수업 방식과 평가 문화, 그리고 교사의 역할을 새롭게 바꾸는 촉매제가 될 거라고 봐요. 이미 IB를 운영하는 학교들에서는 탐구 중심, 과정 중심의 학습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되찾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IB의 장점은 ‘우리 것’을 지우지 않는다는 거예요. 한국 교육이 가진 탄탄한 학습 기반 위에 국제적으로 검증된 IB의 교육 과정을 결합해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 수준의 교육 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죠.

    앞으로 IB는 학교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을 거예요. 지역사회, 대학, 교육청이 함께 연결된 하나의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갈 겁니다. 그 안에서 교사들은 더 자유롭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더 주체적으로 배우며, 지역은 교육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거예요.

    결국 IB는 공교육의 경쟁력과 신뢰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배움이 살아있는 교실을 되찾게 하는 혁신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IB가 강조하는 ‘탐구 중심 학습’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나요?

    가장 큰 변화는 ‘관계의 방향’이에요. 예전처럼 교사가 위에서 가르치고 학생이 받아 적는 구조가 아니라, 이제는 함께 탐구하고 성장하는 파트너십으로 바뀌고 있죠.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교사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 탐구자가 됩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때마다, 교사도 그 안에서 배우게 돼요. 

    그래서 IB 교실은 가르침과 배움이 분리되지 않는 공간이에요. 탐구 중심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경험이에요. 수업이 끝나면 “오늘은 아이들에게서 이런 걸 배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게 IB가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교사들이 IB를 수업에 적용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IB 측의 방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IB의 탐구 중심 수업은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오랫동안 ‘가르치는 일’에 익숙했던 교사들이 이제는 학생의 질문을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하니까요. 강의식 수업을 넘어, 학문 간의 경계를 잇고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하죠.

    처음엔 누구나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IB는 교사들이 이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PD)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이나 혼합형 학습, 리더십 인증 과정 등을 통해 교사들이 서로 배우고,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IBEC(IB Educator Certificate) 과정이에요.

    IBEC(IB Educator Certificate) 과정도 IB 공식 연수와 함께 교사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IBEC과정은 국내 대학과 협력해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로, 서울교육대학교를 포함해 현재 12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IBEC는 단기 연수가 아니라, 교사의 성장 경로를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시스템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늘어나면서, 결국 IB 수업의 질과 지속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 IB 교육의 철학이 국내 교육문화에 어떤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고 보십니까?

    IB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요.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돕는 촉진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우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 중심의 학습 문화가 자리 잡습니다.

    IB는 또한 과정 중심, 역량 중심의 평가를 강조합니다. 점수보다 학생의 ‘배움의 여정’을 존중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학생, 교사, 학교, 지역사회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갑니다.

    결국 이런 변화는 단지 한 교실 안의 혁신에 그치지 않아요. IB의 철학이 스며든 학교는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고, 지역 교육의 경쟁력까지 함께 키워내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것이 IB가 한국 교육에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이라고 봐요.

    ─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아이들의 눈빛이에요. 많은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어요”라고 말씀하세요. 그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는 순간의 변화예요.

    IB 수업은 누가 가르쳐주는 걸 기다리는 수업이 아니에요.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고, 또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습니다. 내가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말투가 달라지고, 결국 눈빛이 달라집니다.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아, 이게 진짜 배움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요.

    ─ IB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단연코 ‘주도성’과 ‘탐구력’이라고 생각해요. IB 수업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증명해나가죠. 그 과정 하나하나가 바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배움이에요.

    아이들은 발표를 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들으며 사고의 폭을 넓혀갑니다. 이건 단순히 공부 잘하는 법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IB는 결코 성적을 위한 교육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힘, 즉 ‘삶의 주체성’을 길러주는 교육이죠.

    ─ IB의 평가 방식은 일반 시험과 다르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가요?

    IB의 평가는 ‘성적을 매기는 시험’이라기보다 ‘성장을 관찰하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우선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므로, 모두가 잘하면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서로 경쟁하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예요. 이건 성적에 반영되지 않아요. 교사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살펴보며 어디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피드백을 주고, 학생은 그걸 바탕으로 스스로 보완해 나갑니다. IB에서는 ‘실패’도 배움의 일부예요. 한 번의 실수나 낮은 결과가 끝이 아니라, 그걸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아질 기회를 얻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야말로 IB가 가진 가장 따뜻한 교육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IB 시험은 굉장히 긴 시간 보는 걸로 알고 있어요. 

    IB의 학습 여정은 길고 결코 쉽지 않습니다.

    DP 과정 학생들은 6과목을 선택하되, 최소 3과목은 하이레벨(HL, 240시간), 나머지는 스탠다드 레벨(SL, 150시간)로 이수합니다. 평가는 두 단계로 구성돼요. 학교 수행평가에 해당되는 내부평가 인터널 어세스먼트(Internal Assessment)와 3주에 걸친 외부평가(External Assessment)입니다. 특히 고급과정 과목은 한 과목당 최대 3가지 유형의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학생의 사고력, 지식, 표현력, 이해력, 분석력을 다각도로 심도 있게 측정합니다. 그만큼 깊이 있게 배우고, 오래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게 4000단어 논문(Extended Essay)입니다. 학생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초안을 쓰고, 교사의 피드백을 받아 여러 번 고쳐가며 완성하죠. 보통 1년 반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을 버텨내며 배우는 건 단순한 글쓰기 능력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그게 IB가 길러주는 진짜 역량이에요. 그래서 IB를 마친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훨씬 안정적이에요. 이미 ‘스스로 배우는 법’을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죠.

    ─ 실제로 학생들이 협력과 성장의 가치를 체감하는 사례가 있나요?

    정말 많아요. 예전에 제가 지도하던 반에서는 11명의 학생이 모두 만점(7점)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 중에는 한국어를 거의 못 하던 학생도 있었는데, 친구들이 서로 자료를 번역해주고, 발표를 도와가며 함께 성장했죠. 시험이 끝나던 날, 그 학생이 저에게 와서 “선생님, 같이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인사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또 다른 학생은 발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IB를 하면서 이웃을 바라보는 눈이 열렸어요.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큰 힘이 생긴다는 걸 배웠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참 뭉클했어요.

    IB의 진짜 힘은 바로 이런 ‘함께 배우는 경험’입니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면서 배우는 그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지식 그 이상의 배움으로 남거든요.

  • ─ 최근 교육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AI(인공지능)입니다. IB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나요?

    IB는 AI가 등장한 뒤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어요. 탐구 중심의 IB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고, 그 근거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핵심이잖아요. 그래서 ‘AI를 금지하자’는 접근보다는 어떻게 올바르게, 윤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I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에요. 그렇다면 교육은 ‘하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가르쳐야 하죠. IB는 초등부터 고등까지 단계별로 AI 활용 방법과 인용 윤리를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사고력이에요. IB는 AI를 배움의 도구로 삼되, 그 안에서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을 잃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 최근 교육부에서도 평가나 생활기록부 등에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IB는 교사 평가 방식에서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요?

    IB의 평가는 기본적으로 서논술형 평가예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 아니라, 학생이 가진 생각과 지식을 어떻게 융합해 표현하느냐를 봅니다. 그래서 평가의 핵심은 ‘결과’보다 ‘사고의 과정’이에요. 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IB는 루브릭(Rubric)이라는 세부 기준표를 사용합니다. 또 한 명의 교사만 평가하지 않고, ‘모더레이션(Moderation)’ 제도를 통해 여러 교사가 함께 검토하면서 동일한 기준으로 공정성을 확보하죠.

    AI는 이런 평가 이후, 피드백 과정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의 글을 읽고 루브릭에 맞춰 피드백을 주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들거든요. 그런데 AI가 초안을 정리하거나 문장 구조를 분석해주면, 교사는 학생의 사고를 더 깊이 들여다볼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IB의 목표는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AI가 교사의 ‘성찰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것이에요. 그래서 교사도, 학생도 함께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IB의 방향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IB와 고교학점제는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을까요?

    두 제도의 뿌리는 같다고 생각해요. 결국 핵심은 ‘학생의 주도성’이거든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를 바탕으로 배울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잖아요. 그런데 IB는 이미 1968년 도입 초기부터 그 철학을 실현해온 프로그램이에요.

    예를 들어 DP 과정에서는 여섯 과목을 배우는데, 모두가 똑같이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은 물리나 화학을, 공대를 꿈꾸는 학생은 물리와 수학을 택하죠. 즉, ‘내가 왜 이걸 배우는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학습이라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와 IB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두 제도 모두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배움을 설계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죠.

    ─ IB 교육이 ‘특목고나 해외 대학을 진학을 위한 교육’이라는 오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정말 오해예요. 일부 사례만 보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현재 IB는 이미 공교육 체계 안으로 깊이 들어온 교육과정입니다. 

    IB는 단기 암기식 공부와는 전혀 다른 구조예요.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발표하는 탐구형 프로젝트 학습이 중심이거든요. 이건 사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주 표선고의 경우, 교육청이 의뢰한 외부 설문에서 “IB 도입 이후 사교육 의존도가 급격히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하면서 배움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거죠.

    IB는 ‘엘리트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입니다. 저는 그 점이야말로 IB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 국내 대학들이 IBEC 프로그램 등을 통해 IB 교육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차원에서 IB 학생들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고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IB를 이수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굉장히 우수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여러 연구에서도 IB 졸업생들은 일반 고교생보다 등록 유지율, 학점(GPA), 졸업률 모두 높은 결과를 보였어요. 그만큼 탐구력, 비판적 사고, 독립적 연구 능력, 글로벌 역량이 잘 길러진다는 뜻이죠.

    대학에서도 이런 부분을 높이 평가합니다. 단순히 시험 점수가 아니라, 학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배웠고 얼마나 주도적으로 사고했는지를 중요하게 보거든요. 그래서 많은 해외 대학들은 IB 성적을 입학 서류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특정 점수 이상에 대해 학점 인정이나 조기전형, 장학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들이 IB 성적과 증빙 서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일부는 문서심사나 조기전형 등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IB는 결국 ‘배움의 깊이’를 보여주는 교육이에요. 대학들은 그런 학생들의 가능성을 점점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IB PYP부터 DP까지 두 아이를 직접 키워본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현장에서 느꼈어요. 아이들이 IB를 배우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 질문하는 법,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는 걸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B는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에요. 아이에게 ‘스스로 배우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면, 저는 자신 있게 IB를 권하고 싶어요. 배움이 즐거운 아이, 배우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아이 — 그 모습을 매일 보는 게 부모로서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