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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었습니다. 골자는 ‘스마트폰 금지법’이었죠. 이후 청소년들의 SNS 피드 창이나 커뮤니티 갤러리에는 ‘폰질’, ‘폰압’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폰질’은 말 그대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행위’를 말하고, ‘폰압’은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주체로 보자면 ‘폰질’은 자녀가 되겠고, ‘폰압’은 부모와 교사가 될 테죠. 결국 이 두 단어가 자주 보인다는 건 학교나 가정에서의 ‘폰 전쟁’을 예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스마트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폰 전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사는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학생을 발견하고 “이제, 그만 가방에 넣자”고 타일렀지만, 학생은 “왜 휴대폰을 못 합니까?”라며 반발했어요. 이 과정에서 학생이 분을 못 참고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이 교사의 수업권과 교권을 무너뜨리는 사례였죠.
지금까지 ‘폰 전쟁’은 알게 모르게 학교나 가정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곤 했습니다. 최근에 주목할 만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죠. 3년 전, 한 교사가 수업 중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도록 지시하자 이를 거부해 교사가 학생에게 “이런 싸가지 없는 XX”라고 말해 학부모로부터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1, 2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당시 사건의 본질은 아동 학대였지만, 사달의 원인은 ‘교육 중 스마트폰 사용’이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과 관련해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새삼스러운 건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있었고, 싱가포르에서는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긴 아들이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자녀가 ‘폰압’을 당하자 미국의 한 청소년은 ‘스마트 냉장고’를 이용해 친구와 SNS를 한 일화도 화제가 되었죠. 또,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압수하자 끔찍한 살인까지 저질러 충격을 주었고요. 그만큼 자녀의 스마트폰을 회수한다는 건, 쉽고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내년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스마트폰 금지법’이 시행됩니다. 이번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학생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원칙’이겠지요. 즉, 내년부터는 자녀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불법’이 됩니다. 이렇게 되니 부모님들의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한 부모가 “학생이 수업 중이 아니라면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답은 학교가 규정한 ‘학칙’에 달려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법도 법이지만 부모가 주목해야 할 건, ‘학칙’입니다. 이번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의 스마트폰을 빼앗는 게 아니라 자녀의 시간과 삶을 돌려주는 데 있습니다. 이건 자녀를 둔 부모라면 동의하실 겁니다. 자녀가 교실에서 스마트폰 할 시간에 친구와 뛰놀고, 대화하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 지키자는 ‘약속’의 의미에 가깝죠. 그래서 이번 법 시행의 관건은, 앞으로 학교는 목적에 부합하는 ‘학칙’을 잘 정해야 하고, 부모는 정해진 학칙을 잘 살펴서 자녀가 바뀐 학교 환경에 잘 적응하는 데 있습니다.
학교는 또 다른 걱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강제할 때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입니다. 아이들이 학칙을 위반했을 때 원칙대로 징계를 주는 것도 한두 명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수 또는 집단일 때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선생님들의 부담이 커진 셈이죠. 여기에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민원도 걱정되고요.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SNS나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번 법이 학생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는 식으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잘 써왔던 휴대전화를 당장 뺏긴다고 생각하니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스마트폰의 문제를 인정하고 10년 만에 기존 결정례를 바꾼 셈입니다.
이렇게 되니 법 시행을 앞두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먼저, 이번 법이 자녀만 포함하는 법은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죠. 부모는 ‘스마트폰 금지법’의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인식하고, 자녀의 ‘적응’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자녀가 몰랐다고 해서 위법 행위가 번복되지 않는 것처럼 부모는 언론이나 학교가 제공하는 자료 등을 통해 이번 법을 꼼꼼히 살펴 자녀와 공유하고, 자녀가 개정된 ‘스마트폰 금지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둘째, 부모는 학교가 공정한 ‘학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관심과 신뢰를 보내주세요. 만일 법 시행 이후 한두 명의 부모라도 학교를 불신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면 자녀 전체가 혼란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는 더 위험해질 거고요. 이 법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잘해보자고 만든 법입니다. 절대 자녀를 힘들게 하려고 만든 법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주시고, 학부모의 일치된 의견과 협조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법 시행 이후 ‘역효과’도 대비해야 합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잘 쓰다 못 쓰게 되면 저항이 거셀 수 있습니다. 자녀가 스마트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죠. 더구나 자녀가 학교에서 못 썼던 휴대전화를 방과 후 받게 되면 휴대전화에 더 집착하고, 과의존하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법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대한 규제와 대안이 동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걸 정책의 ‘균형 효과’라고 하죠.
법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오늘부터 ‘스마트폰 금지법’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프로그램도 살펴주세요. 또, 이참에 ‘스마트 쉼 센터’ 나 ‘사이버 안심존’ 과 같은 공공 사이트에도 들러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건, 지금 부모의 준비가 자녀의 적응을 이끌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자녀가 ‘스마트폰 금지법’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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