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입시큐] ‘탈 대치? 탈 강남?’…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고교 선택 전략은?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기사입력 2025.10.27 10:43
  • “이제는 좀 내려가야겠어요. 아이도 힘들고, 내신도 잘 안 나올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쯤, 대치동 학부모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아이가 매일 지쳐 있다’, ‘내신이 너무 빡세다’ 그래서 “이참에 탈 대치·탈 강남 하자.”는 결심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탈 대치. 탈 강남’은 경쟁이 심한 학군지를 벗어나고 싶은 중등 학부모들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탈 대치. 탈 강남’은 ‘탈 00 학군지’로 바꿔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탈 대치. 탈 강남’의 이유로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크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입시 성공을 위한 전략적 이동이라면 실행에 옮기기 전에 세밀히 따져보기를 권한다.

    ◇ ‘탈 대치·탈 강남’ 성공 사례? 실패 사례?

    많은 학부모가 ‘조금만 덜 경쟁적인 학교로 가면 1등급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어느 지역이든 내신 상위권을 향한 경쟁은 치열하다. A 학부모는 대치동 중학교에서 늘 전교권을 유지하던 자녀가 매번 내신 불안에 시달리자, 통학 거리가 상당한 지역의 일반고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등교하는 시간만 40분이 훌쩍 넘었지만 학교 면학 분위기도 좋은 편이었고, 아이도 흔쾌히 동의했다. 의외로 상위권 간의 내신 경쟁은 치열했고, 등하교 3년은 정말 힘들었지만 결국 목표로 한 최상위권 의대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B 학부모는 아예 이사를 결정했다. 일단 대치, 서초, 송파를 제외한 지역의 고교를 탐구했다. 이사하기까지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처음에 쉽지 않았지만, 아이는 지금 재학 중인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고교에서 상위권 대학 수시 실적이 탁월한 학교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 둘 다 ‘탈 대치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두 학생 모두 목표로 하는 대학이 최상위권인 만큼 대치동 학군 못지않게 내신 경쟁에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C 학부모는 대치동 고교를 다니다가 지방 일반고로 전학을 결정했다. 고교 1학년을 마치고 내린 결정이었다. 내신 성적이 4등급에서 5등급으로 내려가자 “이제 좀 편하게 내신등급 올리자!”며 지방 일반고로 전학했다. 학교는 조용했고 경쟁도 덜했지만, 아이의 학습 긴장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말 뒤에는 “이제 공부를 덜 해도 될 것 같다.”는 착각이 숨어 있었다. 내신은 2등급대로 올라갔지만, 1학년의 낮은 내신이 일정 부분 발목을 잡았고, 학생부 기록은 학생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수시에서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그때 ‘탈 대치’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방 고교로 전학을 결정할 때, 그 지역 학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남았다. 

    ◇ ‘탈 대치·탈 강남’을 결정하기 전에 이것만은 챙기자!

    ‘탈 대치·탈 강남’의 고교 선택 전략은 대부분 내신을 중심으로 한 수시를 중심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꾸준한 학습루틴이 있고, 지속적 성취동기가 강한 내신형 학습 스타일인지 먼저 따져보기를 권한다. 내신형 또는 수능형 학습 스타일이 서로 간에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성향을 숙고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다음으로 다른 지역의 고교를 비교하거나 선택할 때,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학생 수, 학업 성취도의 차이, 학교의 중점과정, 학기별 과목 편제 구성, 혹시 가능하다면 지원할 학교의 학생부 기록에 대한 재학생 또는 졸업생들의 평가, 대입 실적 등이 있을 것이다. 또한 수고스럽더라도 아이와 함께 학교에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학교에 다니게 되는 것은 학부모가 아니라 우리 아이다. 지원할 학교 선생님과 짧은 상담이라도 가능하다면 학교에 대한 첫인상과 함께 아이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새롭게 선택하는 고교에 대해 대입 실적의 변화 추이, 실제 운영되는 학교 프로그램의 특성, 해당 고교의 내신 준비 환경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역 고교 설명회에 직접 참여해보고, 지역 학원도 가능하면 방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닐 고교인데 생생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면 발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대치동 또는 학군지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의 고교를 선택할 때는 수시 전형 지원을 염두에 두는데, 자녀가 목표로 하는 대학이 교과 또는 종합 전형에서 어느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러한 부분이 지원할 고교에서 충분히 준비 가능한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