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국제학교, 실상은 학원”… 비인가 국제학교 제도적 보완 요구 커져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0.10 10:53
  •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는 지난 3월, 초등생 자녀의 개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녀가 다니던 국제학교에서 돌연 ‘1년간 영업 중지’를 통보한 것이다. 환불은 90일 내로 이뤄진다고 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등록금을 포함한 학비는 묶여 있고, 연락마저 끊어졌다. 학부모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알리자 학교 측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라고 협박했다.

    이처럼 비인가 국제학교의 문제는 단순한 교육 선택에 그치지 않고, 아이와 가정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교복, 시간표, 입학·졸업식, 심지어 생활기록부와 유사한 문서까지 제공해 마치 정식 국제학교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적 실체는 단순히 ‘학원법에 근거한 사설 업체’이다. 학력이 인정되지 않고,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검증도 거치지 않는다. 건물 일부를 교실로 개조해 과밀 학급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음악실, 과학실, 운동장 같은 기본 시설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이다. 

    문제는 이런 학교가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적이 인정되지 않는 학생의 경우 공교육 복귀가 쉽지 않아 교육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의회와 교육청도 비인가 국제학교 운영 문제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부산시의회 김창석 의원(교육위, 국민의힘, 사상구2)은 지난 7월 교육위원회 부산시교육청 업무보고에서 “비인가 국제학교는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라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누적된 벌점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 피해 규모에 비해 낮게 책정된 벌금 등 관리·감독의 미비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성국 국회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교육청이 시설 폐쇄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벌칙 조항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육청의 행정 명령에 실효성이 부족해 사실상 불법 운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제재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관리·감독이 강화될 여지가 커진다.

    다만 아직 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 있으며, 실제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국회 차원에서도 시작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 운영이 불투명하고 언제든 행정처분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여전히 ‘내 아이의 학교가 내일도 열 수 있을지’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결국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법안 논의가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정식 인가를 받은 국제학교는 교육부·교육청의 심사와 시설·교사 기준, 학사 관리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그만큼 설립·운영 비용이 크고, 입학 경쟁도 치열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자유로운 운영 방식을 내세우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제도적 보호는 다소 미흡하지만, 화려한 홍보 문구나 원어민 교사, 외국 커리큘럼 같은 요소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경우에 따라 교육 격차를 넓히거나, 제도 밖의 학교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교육 시스템의 보완 과제를 드러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면 정식 인가 국제학교는 교사 자격, 교육과정, 시설 기준, 학생 안전 등에서 제도적 관리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행정적·법적 절차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가 일정 부분 보장되며, 학적·학력 인정 문제도 비교적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인가 여부와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실효성 있는 행정 조치와 더불어 인가 체계의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자원의 공공성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의 선택 역시 제도적 안정성과 현실적 여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인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불확실한 시대에 비교적 안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비인가 국제학교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차원에서도 교육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부모의 불안 심리가 비공식 시장을 키우고, 그 피해가 다시 다른 가정에 돌아가는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