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 “아이의 눈빛에서 미래를 봅니다”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0.02 09:40

- 성과와 따뜻함을 함께 품은 글로벌 교육 모델 ‘NLCS Jeju’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

    한국 사회에서 조기교육과 사교육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돌 정도로 부모들은 불안감 속에 아이들을 일찍부터 경쟁에 내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학습 부담과 발달 저하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어린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성적이 아니라 호기심, 자기표현, 협동심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조기 입시 경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 부모의 열망과 세계적 교육 흐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곳이 있다. 바로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자리한 NLCS Jeju다. 이 학교는 국제적 교육 철학을 토대로, 학부모가 원하는 성과와 아이의 온전한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조선에듀는 헨리 위긴스(Henry Wiggins) NLCS Jeju 교장을 만나 학교의 철학과 성과, 그리고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교장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학교’란 무엇인가요?

    저는 영국과 한국에서 20년 넘게 다섯 개의 명문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왔습니다. 그 경험 속에서 확신하게 된 것은, 교육이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은 학교는 올바른 가치와 기본기를 바탕으로, 아이가 인격적으로 성장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줄 아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교 공동체에 대한 투자입니다. 교사들이 존중받고 신뢰받을 때, 학생들에게 활기차고 영감을 주는 교실이 만들어집니다. 학부모와의 신뢰 어린 소통도 필수적입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학생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 사이의 협력과 존중을 배워갑니다.

    ― 교장으로 부임하시기 전부터 NLCS Jeju에서 함께해 왔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물론 IB 디플로마나 IGCSE 같은 국제 학력 평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은 큰 자랑입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세계 IB 디플로마 랭킹 100위 안에 들었고, 12년 연속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기록했죠. IGCSE에서도 상위 등급 비율이 65%에 달합니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학했고, 아이비리그와 옥스브리지에서도 꾸준히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닙니다. 학생들이 모의유엔에서 수상하고, 아시아 스포츠 대회에서 활약하며, 공연 무대에서 열정을 보여주고, 봉사 동아리가 지역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낼 때, 그 순간들이야말로 이 학교의 교육이 가진 힘을 보여줍니다. 이런 성취는 점수로만 환산할 수 없는 ‘사람을 키운 결과’이기에 더 소중합니다.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

    ―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졸업생 중에는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까지, 무려 14년간 NLCS Jeju에서 배운 학생이 있습니다. 그는 IB 디플로마 만점을 받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자랑스러워하는 건 점수가 아닙니다. 아이 한 명이 존중받으며, 스스로의 잠재력을 끝까지 발휘할 수 있었던 과정이야말로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졸업생 김현서 학생(Year 1~13 과정 이수)은 올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성장’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며 “학교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 이끄는 태도, 그리고 경청하는 자세를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라고 말했죠. 그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 NLCS Jeju의 높은 성과가 인상적입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첫째, IB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체계적인 학습 습관을 쌓도록 돕습니다.

    둘째, 교사진의 헌신입니다. 우리 교사들은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학생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주는 멘토이자 코치입니다. 전문 진로 상담팀도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도록 세심하게 지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우선으로 하는 문화’입니다. 높은 기대와 따뜻한 배려가 동시에 자리 잡은 문화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래서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스스로 극복하며, 친구의 성취도 함께 축하할 수 있습니다.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과 학생들.
    ▲ 헨리 위긴스 NLCS Jeju 교장과 학생들.

    ―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NLCS Jeju가 지향하는 미래 교육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학생들이 단순히 성적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과 태도를 갖추길 바랍니다. 비판적 사고, 적응력, 창의성, 협력, 공감 능력 등은 모두 앞으로의 삶에 꼭 필요한 힘입니다.

    NLCS Jeju는 디지털 활용 능력, 학제 간 체험 학습, 실제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역량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동시에 정서적 안정과 균형감, 자기 인식을 키워주는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마음의 힘이 아이들을 버티게 하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학교 선택은 부모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NLCS Jeju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이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동체에 합류한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은 교실 안팎에서, 운동장에서, 공연 무대에서, 봉사 현장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교는 언제나 곁에서 세심한 돌봄과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믿는 것은 ‘사람’입니다. 성과보다 신뢰가 오래가고, 말보다 태도가 깊게 남습니다. NLCS Jeju는 언제나 학생 한 사람의 눈빛을 끝까지 지켜보는 학교로 남고 싶습니다.

    ☞ 헨리 위긴스(Henry Wiggins) NLCS Jeju 교장

    스퍼드 대학교에서 현대사 학사(Hons)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사 자격증(PGCE)을 받았다. 영국 사립학교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왔으며, Hampton School(웨스트 런던)에서 학년 부장 교사(Head of Year)를, 길포드의 Royal Grammar School에서 역사부장과 부교감을 역임했다. 이후 Portsmouth Grammar School에서 교감(Teaching and Education)을 맡았다. 지난 2023년 NLCS Jeju에 교감(Staff Relations and School Organization)으로 부임했으며, 지난 8월부터 교장으로서 학교를 대표하며 학교의 비전과 교육 방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