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옥 교사가 말하는 우리에게 ‘비문학’이 중요한 이유(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10.03 15:00
  • 이현옥 교사.
    ▲ 이현옥 교사.

    과거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등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우리는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마주하곤 한다. 스마트폰 속 숏폼이나 웹툰은 저마다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일까.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몇 년째 이어지는 현대인들의 문해력 문제 또한 당장 내 해결되지 않을 듯싶다.

    이현옥 중등교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 지문은 비문학”이라며 “실생활에서 만나는 각종 안내문과 설명문 모두 비문학으로 돼 있으며,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는 수능 문제도 비문학”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많은 것들은 비문학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는 상품 설명서부터 깊게는 대학 생활 중 읽어야 하는 논문들까지도 모두 비문학이니 말이다. 이러한 비문학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고 분석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이현옥 교사는 중등 시절이 비문학을 공부하기에 가장 적기라고 말한다. 조선에듀는 이현옥 교사와 함께 비문학 학습의 중요성과 학습 방법, 더 나아가 현대인들의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아이들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AI의 도입으로 변화하는 속도를 아이들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디지털과 함께 태어나 온라인 세상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 변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인데요. 여기서 아이들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소비하는 아이들은 추천되는 영상을 통해 세상을 접합니다. 그러면서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되지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고의 편향을 깨는 것이 신문입니다.

    신문은 다양한 주제의 최신정보를 다룹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의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지요. 신문을 읽으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문에서 다루는 각종 사회경제 이슈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배경지식을 삶 안으로 확장하게 만듭니다. 기사 내용의 주장과 근거를 분석하면서 사회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판적 사고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또한, 신문을 통해 한자어와 다양한 문장구조를 접한다면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비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계시죠. 중학생 시기에 특히 더 중요하다면 그 이유가 있을까요?

    비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 지문이 비문학이기 때문입니다. 실생활에서 만나는 각종 안내문과 설명문 모두 비문학으로 돼 있죠.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는 수능시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대부분 주요 과목이 비문학 지문입니다. 비문학 지문은 글의 구조와 논리를 분석하며 읽어야 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난이도 있고 퀄리티 높은 지문으로 분석하고 읽어내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연습하지 않으면 글자는 읽지만 내용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 후에도 각종 논문이나 보고서 작성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평생에 거쳐 꼭 읽어야 하는 대부분 글이 비문학으로 이뤄진 것이죠.

    비문학은 읽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중학생 시기에요. 우리는 중학생을 보통 사춘기의 핵심 시기라 말하는데요. 이 시기에 뇌는 폭발적인 재구조화와 발달이 진행됩니다. 보통 초등 시기에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사고력이 높아지면서 수준 높은 형태의 정보와 비판적 사고력이 생깁니다. 논리적, 추론이나 복잡한 텍스트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비문학 지문을 접하기 아주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죠. 

    ─ 요즘 아이들은 독서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비문학, 신문기사의 경우,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적인 요소가 없어 더 어려울 텐데요. 아이들의 비문학 접근을 어떻게 유도해야 할까요?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이 흥미 있는 비문학 주제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심이 있으면 아이들도 한번은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돌에 관심 있는 아이에게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사로잡다’라는 신문기사는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글 읽기는 싫어하는 아이라도 ‘한국의 E 스포츠 저력-대상혁’에 대한 기사는 흥미롭죠. 이 같은 내용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언제 다 읽었나 싶게 술술 익히는 재미를 줍니다. 실제 기사가 너무 수준이 높고 어렵다면 중등필독신문 같은 학생 전용 기사를 다룬 책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 독서는 단순히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고들 합니다. 읽은 것을 토대로 생각을 확장하고 학습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중등필독신문3’에서 안내하는 시그널 정독법이 그 구체적인 활동방법입니다. 글을 읽고 인식하고 생각을 확장한 다음, 쓰기나 말하기까지 활동을 넓혀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인식하기 위해서는 글의 제목이나 소제목, 문단구조나 핵심어, 주제나 논리 전개 장치의 신호를 파악해야 해요. 글의 구조를 이해하면서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읽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글의 정보나 주제로부터 생각을 확장해, 연관된 사회현상이나 실생활 사회 이슈를 탐색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면 더 쉽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좋습니다. 자신만의 시각이나 의견, 대안, 비판적 질문이나 아이디어를 말이나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마무리하면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에 더해 타인과 의견을 비교하며 토론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독서를 마무리한다면, 모든 학습 과정에서 글 이해력이 높아져 학습의 효과도 커지게 됩니다.

    ─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독서 영역은 어떻게 확장돼야 할까요?

    학년별로 학생들의 교과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시면 쉽습니다. 교과서는 독서와 학생의 발달 단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선별한 문장과 어휘들인 만큼,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초등 저학년의 경우는 읽기의 흥미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놀이 형식의 독서를 권하는데요. 저학년의 독서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의 스토리 위주의 독서는 스토리 이해뿐 아니라 정서적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줍니다. 

    초등 고학년은 비문학 영역이 도입되는 시기로, 각 교과의 전문 어휘가 조금씩 등장해요. 이럴 때는 과학 사회 관련 도서를 추천합니다.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으며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면 더 좋습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은 기사나 시사, 역사 진로 미래 등 다양하고 심화된 전문영역의 독서로 확장하면 좋아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서적이나 고전문학, 인문사회 과학책을 읽으면서 자기만의 생각을 확립하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독서를 권장합니다. 

    ─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에 있어 학부모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독서는 다독이 우선이라는 생각부터 바꾸셔야 합니다.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지난 2024년 경기도 학생들은 연간 46권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해력은 여전히 걱정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문해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빨리 읽어라.”라고 하시기보다 제대로 읽으라고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꾸셔야 합니다. 한 부분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그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이 더 가치 있습니다. 독서의 속도와 양에 치중하기보다 제대로 깊이 있게 소화하며 읽기를 권장합니다. 중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반복 읽기가 어려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양만 늘리는 독서는 지양하고 깊이 있게 정독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세요. 정독한 부분에 대해 부모님과 견해를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좋습니다. 

    ─ 문해력 논란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요. 몇 년 사이 아이들은 물론 현대인들의 문해력이 문제가 두드러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들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기 어려운 이유인데요. 바로 숏폼 영상의 대중화 때문입니다. 숏폼에는 도파민 분비로 눈길을 사로잡기 자극적인 문구와 영상이 넘쳐납니다.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영상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목적이죠. 스마트폰, 게임, 소셜미디어의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고 자극적이고 짧은 정보를 소비하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긴 글은 읽으려고 하지도 않고 어휘력도 표현력도 덩달아 낮아졌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대로된 교육을 해주는 기관도 없습니다. 학교 교육은 주입식, 시험 위주로 예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회인들은 대화와 텍스트 기반 의사소통이 줄어들면서 제대로 된 문해력을 배우고 익힐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죠. 함께 협동해서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합니다. 

    정보의 양은 늘어나니 개인이 혼자서 정보를 선별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짜뉴스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 거르지 않고 퍼트리면서 전반적으로 비판적 사고력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팝콘 브레인 현상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도파민의 유혹을 끊을 수 없으니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 ─ 그렇다면 교사로서 실제 학교현장에 머무르며 느낀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 실태는 어떠한가요?

    모든 교과별 선생님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세요. 학생의 행동 지도를 하시는 학생부장님이 음담패설을 주의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 단어 뜻을 모릅니다. 19금이라고 해석해주면 그때 서야 이해합니다. 학습 진도를 나갈 때도 당연히 기본어휘는 알겠지 하고 개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원에 나오는 어휘 뜻을 먼저 다 설명해주고 진도를 나가야 겨우 개념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이해력도 부족합니다. 문장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뜻을 묻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질문하지 않고 넘어가는 친구들은 더 큰 문제입니다. 학습 결손이 누적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의사 표현을 할 때 완전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문장 끝을 흐리고 말의 핵심도 없다고 걱정하시는 선생님도 많아요. 뉴스에 나오는 문해력 저하 현상이 부풀려진 것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문해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한자어가 70% 이상인 우리나라 어휘의 특성상 어휘교육이나 한자 교육이 더 필요합니다. 한문이 선택과목이 되면서 한자를 배우지 않는 중학교도 존재합니다. 초등에서부터 한자 공부를 통해 어휘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해요. 단순히 한자 급수를 따는 것이 학부모 사이에서 유행일 때도 있었는데요. 한자는 독서를 통해 그 어휘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오래 기억에 남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그리고 어휘력은 글을 읽는 것에 가장 기초가 되는 능력이죠.

    아이들이 성장한 다음에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활용해 문해력 교육을 하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는 신문기사를 통해 비문학 지문을 읽으면서 분석하고 토론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생각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확장해가는지 배울 수 있어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상으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도 추천하는데요.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이나 기사를 찾아 읽는 것이죠. 숏폼 영상을 계속 소비하는 아이들을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그것을 활용하면 됩니다. 숏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관련 도서를 찾아본다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 학생들이 스스로 독서에 재미를 느끼고 주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할까요?

    얼마 전 20대 사이에서 텍스트힙 문화가 유행이었죠. 고전을 읽고 소비하는 사람이 핫하다는 분위기였는데요. 이런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독서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이 한 번의 흐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벨문학상 작가의 원작을 읽는 나라,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라는 자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세상에 하나뿐인 한글을 쓰는 자부심과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아이들도 기꺼이 우리 문화와 문학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연대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연대해 인공지능이 만든 것을 평가하고 도입하려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성장해야 하니까요. 이런 흐름 덕분에 독서 모임이나 교환독서 등 새로운 흐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영상이 아이들의 혼을 빼놓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압니다. 책을 읽어야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동아리 활동이나 도서관 확장, 집중할 수 있는 독서공간과 시간 확보, 관심 기반 책 선택권 보장 등의 문화가 자리 잡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 끝으로,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에게 응원이나 당부의 말 부탁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참 많습니다. 인간미나 인성도, 학업적 능력이나 사고력 모두 키워줘야 하는데 부모 혼자서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아이와 먼저 연대하시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십시오. 아이가 스스로 나아갈 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내 아이가 명문대 가는 법. 행복해지는 법은 유튜버나 전문가는 알지 못합니다. 정답지는 내 아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오늘 저녁에는 스마트폰 내려두고 아이가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 체인지업 제공.
    ▲ 체인지업 제공.

    ◇ 이현옥 교사

    25년차 현직 중등교사이자 작가. 최근 ‘중등 필독 도서(이하 중필신)3’를 새롭게 출간하고, 청소년들의 독서와 문해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출간된 중필신 1, 2는 청소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청소년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리 잡았다. 사춘기를 겪는 많은 중학생을 접하며 사춘기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실감한 그는, 사춘기라는 시기가 아이들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저사로는 ‘중필신 시리즈’와 ‘초등 똑똑한 질문법’, ‘10대를 위한 비판적 사고력 수업’, ‘현명한 부모는 사춘기를 미리 준비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