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얘들아, 오늘 나눠주는 책은 어떤 세상일까?”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5.10.01 09:00
  • 선선한 바람과 함께 높은 하늘이 펼쳐지는 가을, 우리는 이 풍요로운 계절을 ‘독서의 달’이라 부른다.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고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책은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안전하고도 넓은 창(窓)이 되어준다.

    ◇ 책은 가장 안전하고 넓은 교실

    아이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책 속 세상은 무한하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수백 년 전의 역사적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며,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사는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다. 이 같은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은 아이들의 경험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역사책을 읽으며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배울 수 있다. 교과서 속 역사 지식은 사건과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지만, 역사책을 통해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생각, 감정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임금이나 독립운동가들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읽으면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책은 아이들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주며,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과학책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깨우치게 해준다. 어린이용 과학책이나 실험 기록이 교과서에서 다루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복잡한 과학 원리도 실제 생활과 연결하여 설명된 책을 통해 아이들은 흥미를 갖고 과학적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작품 주인공의 갈등과 성장을 따라가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는다. 또한 비문학 독서를 통해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으며, 독서 후 글쓰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힘도 키운다.

    실패의 두려움 없이 마음껏 도전하고 탐험할 수 있는 책이라는 교실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용기를 선물하는 것이다.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교육센터 원장.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교육센터 원장.

    ◇ 다양한 관점을 통해 생각의 힘이 자란다

    세상에 정답이 하나만 있진 않다.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얽혀 복잡하게 움직이는데 독서는 아이들이 이러한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다각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여러 관점의 책을 읽거나, 동화 속 주인공과 악역의 입장을 모두 헤아려보는 활동은 아이들의 좁은 시각을 깨고 생각의 유연성을 길러줄 수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가 되어 정답만을 찾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 교과 연계 독서의 힘

    교과 연계 독서는 단순한 지식 암기에 머무르지 않고, 생각하는 힘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은 논리적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독후 활동으로 토론이나 글쓰기를 병행하면 말하기와 쓰기 능력도 함께 발전한다. 이런 학습 경험은 단지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길러 준다.

    ◇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온전히 배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질문하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책을 다 읽은 학생에게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나 교훈을 강요하기보다는,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 “만약 결말이 달랐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열린 질문을 던지면 학생와 책의 내용을 매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둘째, ‘현실 세계와 연결’시켜줄 필요가 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학생 주변의 삶과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식물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함께 작은 화분을 키워보고, 특정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주말에 함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볼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책 속의 지식이 박제된 정보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학생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보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나볼까?’라며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다가가는 목적을 달리하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학생들의 생각은 더 깊어지고, 세상은 더 넓어질 것이다. 독서는 단순히 공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과 감성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이다. 책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 아이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 학생들이 지식뿐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책과 함께하는 가을, 학생들의 독서 여정이 더욱 풍성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