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스의 EDU톡] 중학교 영어 내신, 암기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
박수현 플래너스어학원 계양원 부원장
기사입력 2025.09.18 09:00
  • 암기는 영어 학습의 ‘씨앗’과 같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열매를 기대할 수 없지만, 씨앗만 손에 쥐고 있다고 열매가 열리지는 않는다. 중학교 영어 내신 역시 마찬가지다. 본문 암기는 기본이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성적과 실력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힌다.

    최근 몇 년 사이 내신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내용을 변형해 문장을 구성하거나, 새로운 맥락에 맞게 활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무엇보다 국제적 교육 흐름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같은 교육 과정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강조한다. 우리 교육 역시 이 방향을 반영하면서, 단순 암기를 넘어 문맥 속에서 사고하고 설명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또한 쓰기·말하기 평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수행평가와 지필시험 모두 서술형 문항이 늘어나고, 배운 표현을 응용해 문장을 완성하거나 본문을 변형해 글을 작성하게 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이는 ‘얼마나 외웠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내신 전반의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출을 살펴보면 교과서 속 표현을 그대로 묻기보다, 변형·확장된 형태가 많다. 단순히 암기에만 의존한 학생은 막히지만, 평소 읽기·쓰기·말하기 속에서 사고하며 연습한 학생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내신 대비의 핵심은 ‘암기에서 멈추지 않고, 언어로 확장하는 것’이다. 영어는 시험 과목이기 전에 언어다. 언어는 암기했을 때가 아니라 사용할 때 살아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확성(Accuracy)과 유창성(Fluency)이다. 정확성 없이 유창성만 강조하면 기초가 흔들리고, 유창성 없이 정확성만 강조하면 언어가 굳어 버린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아이들의 언어는 시험을 넘어 살아 있는 힘이 된다.

    앞으로의 내신은 사고형·서술형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암기는 출발선일 뿐, 종착지가 아니다. 내신은 이제 아이들에게 묻는다. ‘얼마나 외웠는가’가 아니라, ‘외운 것을 얼마나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가.’를 말이다.

    결국 중학교 영어 내신은 지식을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힘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정확성과 유창성을 동시에 갖춘 배움 속에서 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