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입시큐] 2029 대입, 고교 선택이 합격 전략의 시작점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기사입력 2025.09.15 09:19
  • 2028학년도 이후 대입 변화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고교학점제를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공교육에서 강하게 일고 있고, 내신 5등급제가 가지고 올 입시 유불리에 대한 예측도 해석이 제각각이다. 여기에 수능 과목 구성까지 변하면서 이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선택 그 자체가 대입 전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작이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결국 수능이 중요하다”라며 고교 선택을 단순히 학교 이름이나 알려진 이미지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고교에서 어떤 과목을, 어떤 수준으로, 어떤 지원을 받으며 배울 것인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이번 호에는 고입을 앞둔 중등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Q&A로 정리했다.

    Q.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어들면 입시환경이 많이 바뀔까요?

    A. 표면적으로는 등급 수가 줄었지만, 내신 1등급 해당 비율이 10%로 늘어나면서 실제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의학 계열과 상위권 대학의 모집인원이 늘지 않는 이상,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완화되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더 심각한 건 중위권입니다. 2등급이나 3등급 구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세부 성취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학에서는 과목 선택, 교과 이수 난이도, 세부능력 특기 사항(이하 세특)기록 등을 더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단순히 시험만 잘 보는 게 아니라, 어떤 학교에서 어떤 환경에서 공부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구조입니다. 고교 선택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Q.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은 어느 학교나 모두 동일한가요?

    A.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게 바로 고교 선택이 중요해지는 핵심 이유일 수 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심화 수학, 심화 과학, 고급 영어, 국제계열 등의 전문과목까지 대학이 주목하는 과목들을 다양하게 개설합니다. 연구 활동과 비교과 탐구 기회도 풍부한 편입니다. 다만 내신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상위 등급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반고는 내신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학교마다 격차가 큽니다. 일부 학교는 학점제 취지를 살려 다양한 심화 과목을 제공하지만, 또 다른 일부 학교는 학교 사정상 사실상 쉬운 선택 과목 위주로만 편성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 격차는 생각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학군지의 일반고와 비학군지인 지역 일반고의 과목 다양성은 아무래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Q. 2028 이후 대입, 내신과 수능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하나요?

    A. 이제는 둘 다 해야 합니다. '내신은 포기하고 수능만' 하는 전략은 철 지난 방식이 됐습니다. 2028 이후 대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고1부터 수능 과목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고2, 고3에서 수능 과목을 집중학습했지만, 이제는 고1부터 통합사회. 통합과학처럼 수능 출제 과목과 내신 과목이 미리 겹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대수, 확률과 통계 등의 수능 과목을 아예 1학년부터 배우는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1 첫 학기부터 수능 대비와 내신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과목 선택과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내신과 수능을 따로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Q. 실제로 고교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나요?

    A. 세 가지 핵심 기준을 제시합니다.

    첫째, 내신 경쟁 구도를 정확히 파악하세요. 자사고·특목고는 내신이 불리할 수 있지만, 대학들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이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고1부터는 내신성적 기록에 표준편차가 기재되지 않는 등 학생부 기재 변화가 있지만, 선택 과목의 다양성, 교과 성취도의 분포 비율 등 학교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도 존재합니다. 일반고는 내신 확보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상위권 대학을 노린다면 내가 지원하는 고교의 경쟁집단 수준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개설 과목과 심화 과정입니다. 의대 지망 학생이라면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등 예전의 화학Ⅱ, 생명Ⅱ에 해당하는 심화 과학 또는 고급 과학, 과학 실험 과목 등의 학기별 개설 여부와 시기는 필수 확인 사항이에요. 인문·사회계 지망이면 심화국어, 고급영어, 다양한 사회탐구 과목 등의 개설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다행히 선택과목과 관련해서는 최근 발표한 서울대를 비롯하여 고려대, 경희대 등의 권장 이수 과목 기준이 점차 완화 추세로 이어지고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학교 프로그램과 지원 체계입니다. 학습 동아리, 진로 세미나, 대학 연계 프로그램은 학생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고의 경우 과학 중점 교육과정과 더불어 내년부터 자공고로 지정되는 고교들의 00 중점 과정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또한 서울대 수시 실적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 사례가 지속적으로 많다면 해당 고교의 학생부 관리가 꽤 잘되어 있다는 근거로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Q. 학생 성향별로 고교 선택 전략을 달리해야 할까요?

    A. 당연합니다. 획일적인 접근은 금물입니다. 상위권 성적대의 학생이라면, 내신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전공 적합성 또는 진로 역량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고려할 만합니다. 중위권 성적대의 학생은 내신 성적 확보가 우선입니다. 다양한 과목 선택보다는 내신 등급 관리가 수월한 일반고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수능 강세형 학생은 내신이 불리하더라도 수능으로 만회 가능하다면 경쟁적 환경이 강점인 자사고 또는 지역에서 수능이 강한 일반고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내신을 반영하는 추세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 전형의 평가 요소 중에서 수능이 아직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2028 대입 이후부터는 정시에서도 내신이나 학생부 반영 비율을 예전보다 높이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니 적정 수준 이상의 내신 확보는 정시에서도 중요합니다. 

    Q. 학부모들이 고교 선택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 세가지

    A.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자녀와 함께 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가 희망하는 전공 연계 선택 과목을 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가?”

    “내신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 환경(학생 수, 내신 시험 난도 등)인가?”

    “세특과 탐구 활동을 풍부하게 채워줄 교사와 프로그램(실험. 연구 프로그램 등)이 있는가?”

    이 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2029 대입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고교 선택은 더 이상 단순히 학교 이름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신 관리 가능성, 과목 선택 폭, 비교과 활동 기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고교 선택을 더 이상 소극적 선택이 아닌 성공적인 대입의 출발점이자 장기 전략으로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