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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크레용하우스, 2022)를 읽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던 중이었다. 주인공의 엄마가 주인공 얼굴에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던지는 장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선생님, 이 엄마는 교양이 없어요. 어떻게 냄새나는 양말을 얼굴에 던져요?”라고 말했다.
이 소리가 신호탄인 양 교양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뜻을 발표했다.
교양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겨드랑이에 두꺼운 책을 끼고 다니는 사람인가? 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잘 차려입는 사람인가? 아니면 공공장소에서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대화하는 사람?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은행나무, 2018)에서 페터 비에리는 보다 심층적인 교양에 대해 말한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교양, 깨인 사상으로서의 교양, 역사의식으로서의 교양 등 교양이란 무엇인지 다양한 각도로 정의한다.
그중 ‘표현으로서의 교양’을 읽는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교양인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더 나아가서는 ‘교양인은 책을 읽은 후에 변화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식을 담은 전문 서적을 읽고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고 하고, 문학 작품을 읽고서는 사건을 더욱 세분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사건을 더욱 세밀하게 분화시켜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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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떤 곳이고, 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벽돌을 쌓듯 하나씩 알아간다면 세상을 더욱 여유 있게 바라보고, 나의 삶도 한걸음 떨어져서 한층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독서를 통해 책벌레가 되어 책 속 지식을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사려 깊은 사람이 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매주 책을 읽고 이야깃거리를 잔뜩 준비해 오는 아이들 머리 위로 마치 포인트가 적립되듯 ‘띠리링, 띠리링’하고 교양이 쌓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교양을 갖춘다는 것, 알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손이 닿을 거리에 책을 두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진정한 교양을 쌓게 된다면 기후 위기에 대한 뉴스를 듣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기후 위기에 취약한 저개발 국가의 국민, 혹은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 반지하 침수 피해자 등 기후 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기후 위기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교양을 갖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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