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김진영 작가, “합격을 가르는 건 스펙이 아니라 적합성”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8.26 16:17

- 책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진영 작가

  • 김진영 작가 제공.
    ▲ 김진영 작가 제공.

    매년 수만 명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장에 선다. 하지만 정작 그 이력서를 읽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별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채용 공고에 나온 조건만 맞추면 될 것 같지만, 왜 화려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떨어지고 예상치 못한 인물이 합격하는 일이 반복될까?

    연간 1000건 이상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천 건의 채용 과정을 진행해 온 현직 헤드헌터인 김진영 작가. 그는 채용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목격하며 구직자가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 끝에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책을 통해 채용의 속내를 공개했다.

    채용의 본질은 ‘스펙’이 아닌 ‘적합성’이라고 말하는 김진영 작가를 만나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채용 시장의 현실과 실전 전략을 들어봤다.

    ─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배경을 들려주세요.

    헤드헌터가 되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런데 채용 시장 안에서 직접 부딪히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많은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와 지원자 모두가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받고 또 누군가는 기회를 놓치는 장면들을 여러 번 지켜봐야 했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직장인일 때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작은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제 경험을 글로 적어두었습니다. 시간이 쌓이면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묶으면 더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 결과 이렇게 제 첫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 ─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문구에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책 제목을 정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후보를 놓고 생각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 중에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던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 글의 제목이 바로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였고, 결국 그 문장을 책 제목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직이나 구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쓰는 게 이력서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나’를 중심으로 쓰는 데 집중합니다. 저 역시 직장인 시절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채용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이력서를 읽는 사람이 결국 회사의 채용 담당자,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정보, 그들의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담겨야 이력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기회로 이어지는 문서’가 됩니다. 반대로 읽는 사람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써도 소용이 없죠.

    그래서 제가 독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이력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시선에서 출발했습니다.

    ─ 현장에서 연간 1000건 이상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천 건의 채용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책을 준비하면서 제가 헤드헌터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년에 많을 때는 1200건에서 적어도 800~900건 정도의 서류를 직접 진행했더라고요. 실제로는 그 몇 배의 이력서를 검토해야 하고요.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1%, 10배수’라는 공식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한 명이 합격하려면 그 뒤엔 수십 명의 지원자가 있고, 그만큼 치열한 과정이죠.

    그 과정에서 주니어부터 임원, 심지어 대표이사까지 정말 다양한 이력서를 만났습니다. 덕분에 어떤 이력서가 눈길을 끌고, 또 어떤 표현이 회사를 움직이는지 자연스럽게 몸에 새겨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해외 파견 건이었는데, 아이티라는 나라로 후보자를 보내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재건 사업이 한창이었지만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이라, 후보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조율과 대화를 거쳐 결국 입사로 이어졌을 때는 저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한 번은 국내 기업의 중요한 포지션 때문에 일본 도쿄로 급히 출장을 간 적도 있습니다. 단 한 시간 남짓의 미팅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는데, 그만큼 중요한 자리였기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 외에도 서울과 지방을 오가거나, 해외에서 또 다른 해외로 이어지는 채용 과정들을 수없이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늘 느낀 건, 채용은 단순히 이력서를 검토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람과 회사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 작가님께서는 채용의 본질을 ‘스펙’이 아닌 ‘적합성’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채용 현장을 들여다보면 늘 흥미로운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겉으로는 스펙이 화려한 지원자가 1등 후보처럼 보이는데, 정작 최종 합격자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가 원하는 건 가장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현재 조직과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도 조직 문화와 역할에 맞지 않으면 오래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찾는 건 동그라미인데, 네모난 인재라면 아무리 뛰어나도 맞지 않는 것이죠.

    저는 탈락을 ‘부족함’이 아니라 ‘맞지 않음’으로 보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뛰어나서 해당 포지션과 맞지 않아 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합격을 곧 자기 부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지원자가 ‘내가 이 자리와 어떻게 잘 맞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능력입니다. 회사 역시 100% 완벽히 맞는 인재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후보 중에서 자신의 강점과 적합성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사람이 최종 선택을 받습니다.

    ─ 실제로 뛰어난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탈락하고, 예상치 못한 인물이 합격하는 경우를 자주 보셨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해주신다면요?

    한 가지 사례를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 잘 적응하는지, 또 어떤 유형의 인력이 금세 떠나는지를요.

    그래서 겉보기에는 우수한 학력이나 대기업 경력이 당연히 유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인력이 조직에 녹아들지 못했던 경험이 많다면 서류 단계에서 바로 걸러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공고에는 ‘대졸 이상’이라고 쓰여 있어도, 실제로는 인서울 명문대 출신보다는 지방대 출신, 대기업 경력보다는 중소·중견기업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전에 대기업·명문대 출신 인재를 뽑았을 때 금방 회사를 떠났던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죠.

    이처럼 ‘좋은 스펙’이 있다고 해서 합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결국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이 사람이 우리 조직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느냐 하는 ‘적합성’입니다. 채용 시장에서 반복해서 확인하게 되는 진실은 바로 이것입니다. 스펙이 아니라 적합성이야말로 합격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 채용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전문가로서, 최근 채용 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예전에는 지원자의 학력이나 기업 이름 같은 ‘간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어느 학교 출신인지, 어떤 회사에서 일했는지가 우선시되곤 했죠. 그런데 요즘은 간판보다 실제로 무엇을 해냈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다”라는 이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주목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경력만 나열하는 대신, 매출 성장률·프로젝트 성과 같은 수치나 지표로 본인의 결과를 증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평소에 성과를 잘 기록해 두지 않으면, 막상 이력서를 쓸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채용 과정 자체의 검증 단계가 다양해졌다는 겁니다. 예전처럼 서류와 면접만으로 끝나지 않고, AI 평가·인적성 검사·과제 제출·레퍼런스 체크까지 과정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죠. 이제는 성과만큼이나 조직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평판은 어떤지, 장기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도 함께 평가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채용자가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핵심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이력서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 지원자가 이 자리에서 잘 맞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에요. 학력이나 연차 같은 기본 정보는 이미 시스템적으로 걸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채용자가 눈여겨보는 부분은 조금 다릅니다.

    가장 먼저 보는 건 지원자가 맡았던 업무의 깊이와 이해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구체적인 성과예요. 단순히 ‘무엇을 했다’라고 적는 것보다는, 그 일을 통해 어떤 결과를 냈는지 보여줘야 수많은 이력서 가운데 눈에 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쓸 때는 본인이 어떤 역할을 어디까지 해봤는지, 또 그 결과 조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게 좋아요. 결국 회사가 사람을 뽑는 이유는 성과와 기여를 기대하기 때문이니까요.

    또 하나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채용 공고(Job Description, JD)와의 연결성입니다. JD와 관련 없는 경험이나 성과는 채용자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 않아요. 반대로 JD에 맞닿아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이 후보자가 이 포지션에 잘 어울린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구직자들이 이력서·자소서 작성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나 실수는 무엇입니까?

    가장 흔한 실수는 이력서를 너무 ‘나 중심’으로만 쓰는 겁니다. 물론 자기소개 문서이니 본인을 드러내는 건 당연하지만, 결국 이 서류를 읽는 건 채용자잖아요.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서 글씨가 너무 작거나 빽빽하게 적혀 있으면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실제로 채용 담당자 중에는 40~50대 이상도 많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글자 크기, 줄 간격, 여백 같은 기본적인 읽기 편안함을 꼭 챙기셔야 합니다.

    또 하나는 경험만 길게 나열하는 경우예요. ‘이 일을 했다’라는 식으로 적기보다는, 그 일을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매출 증가율, 프로젝트 성과, 비용 절감 같은 수치나 지표가 있으면 훨씬 눈길을 끌 수 있죠.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엄하신 아버지, 따뜻한 어머니’ 같은 성장 배경 이야기는 사실 채용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요. 또 자소서를 글짓기처럼 길게 쓰는 것도 실수입니다. 길면 1~2페이지 안에서, 지원하는 포지션과 연결되는 경험과 강점을 감성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원하는 회사와 역할마다 서류를 맞춤 편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 번 만든 이력서를 여러 군데 그대로 제출하면, 채용자가 관심을 가질 확률은 확 떨어집니다. 특히 예전에 지원했던 회사명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는 정말 치명적인 실수이자 큰 결례가 되니 반드시 꼼꼼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 이력서 작성 시 지원자의 잠재력과 적합성이 충돌하는 경우, 채용자는 어느 쪽을 더 우선시할까요?

    거듭 말하지만, 회사는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 포지션과 조직에 얼마나 잘 맞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더라도 회사와 맞지 않으면 선택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완벽한 조건은 아니어도 회사가 찾는 적합성과 잘 맞으면 합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가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이력서를 10명, 20명 받아 순위를 매겨본 적이 많은데요. 항상 상위 1, 2등이 합격하는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예상치 못한 10등, 15등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스펙보다 적합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느꼈죠.

    물론 잠재력이나 뛰어난 역량은 분명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주로 신입사원 채용에서 더 많이 고려되는 요소예요. 반대로 경력직 채용에서는 기본적인 능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그 위에 얼마나 회사의 문화·업무 방식과 맞을 수 있는지가 최우선으로 평가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지원자가 스스로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도구는 무엇일까요?

    적합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첫 번째는 채용 공고의 JD(Job Description)를 꼼꼼히 살펴보는 겁니다. 내가 해왔던 업무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 그 경력과 경험이 이 포지션에 연결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거죠.

    두 번째는 회사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에요. 헤드헌터와 얘기를 나눠보거나, 신문 기사나 최근 자료를 통해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를 파악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 회사가 내 가치관이나 커리어 방향과 맞을까?’를 자연스럽게 점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면접 자리예요. 면접관은 대체로 그 포지션을 직접 관리할 상사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고 왜 이 인력을 뽑으려는지 직접 들을 수 있거든요. 이 대화를 통해 ‘내가 이 포지션에 잘 맞는 사람인지’ 가장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헤드헌터로서 드릴 수 있는 정보도 있지만, 모든 경우에 100% 정답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직접 부딪히면서 확인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면접 현장에서 지원자가 짧은 시간 안에 ‘신뢰’를 주려면 어떤 태도와 대화법이 필요할까요?

    면접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회사 입장에서는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또 이 사람이 조직에 잘 어울릴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결국 한 번도 함께 일해본 적 없는 사람을 뽑는 일이니, 지원자가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건 신뢰감입니다.

    신뢰는 거짓이나 꾸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진솔함이 기본이에요. 중요한 경험과 강점은 구체적으로 어필하되, 부족한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보완하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회사가 원하는 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여기에 적극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아무리 진솔해도 소극적이면 전달이 안 되거든요. 질문에 짧게만 답하기보다는, 관련된 경험이나 성과를 덧붙여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해 보세요. 면접은 검증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 연봉이나 퇴사 사유처럼 민감한 질문에는 어떻게 답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기본은 역시 솔직함입니다. 거짓된 답변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솔직하되 표현은 신중하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퇴사 사유를 묻는 질문에서 ‘상사와 갈등이 있었다’라거나 ‘보상이 너무 적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면접관은 ‘우리 회사에서도 같은 상황이 생기면 금방 불만을 갖고 떠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같은 사실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좋아요. 금전적 아쉬움은 ‘성과에 맞는 보상을 받을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라거나, 조직 내 갈등은 ‘협업 방식과 업무 효율성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싶었습니다’처럼 같은 경험이라도 이렇게 말하면 훨씬 순화된 인상과 함께, 본인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진솔함을 바탕으로 하되,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균형이 잘 맞을 때, 짧은 면접 시간 안에서도 강한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 책에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정년을 보통 60세 정도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령 정년까지 다닌다고 해도 지금은 100세 시대잖아요. 이후로도 30~40년은 더 살아가야 하는데, 단순히 한 회사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을 하는 시기가 보통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에요. 길게 잡아도 회사 생활은 20~30년 남짓인데, 그 시간이 끝난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내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제2의 직업이나 새로운 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주어진 일만 하는 데 머물지 않고, 커리어 전환에 도움이 될 스펙이나 자격증, 새로운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순간 회사를 떠나야 할 때,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과 좌절을 겪게 되거든요.

    결국 핵심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게 진짜 안정이고, 앞으로의 시대에 꼭 필요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이직을 고민하는 경력직 직장인이 각각 꼭 명심해야 할 전략적 관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미 경력이 쌓인 시니어 직장인들은 이동에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커리어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향후 경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라면, 어떤 산업과 어떤 직무를 선택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업무라도 산업에 따라 대우와 평가가 다르고, 한 번 진입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직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 R&D 등은 대부분 비슷한 범주 내에서 경력을 이어가게 되므로, 초반 선택이 향후 커리어의 뼈대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직을 고민하는 경력직 직장인이라면 현재 커리어를 어떻게 확장할지와 앞으로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조건이 좋아 보여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강점을 어떻게 살리고, 향후 어떤 분야에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기업 형태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며, 각 환경의 특성을 잘 이해한 뒤 본인 성향과 맞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커리어 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를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습관이나 방법을 추천한다면요?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채용 시장에서 나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본인은 뛰어난 실적을 갖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특별한 경쟁력이 되지 못할 수 있어요. 반대로 스스로 처우가 낮다고 여겼는데, 실제 시장에서는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기준이 아니라 시장 기준으로 나를 점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다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강점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비슷한 길을 걸은 선배들이 어떤 경험을 쌓아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갔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어렵다면, 오히려 강점을 더욱 전문화해 ‘이 분야 하면 이 사람’이라는 전문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꼭 강조하고 싶은 습관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역량을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에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학이나 특수 전문성을 쌓아두면 언젠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잡는 발판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장가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며, 의도적으로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는 습관입니다. 이런 습관이야말로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채용 시장에서도 서류 및 면접에서 AI 활용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요즘은 AI 면접, AI 인적성 검사처럼 채용 과정에 AI가 쓰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범위는 더 넓어질 거라고 보고요. 개인적으로는 AI가 사람을 완벽히 평가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이니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도 결국 사람이 만든 도구예요. 면접관이 놓치거나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려고 활용되는 거죠. 결국 목적은 똑같습니다.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지원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진솔한 태도와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신뢰를 주는 솔직한 답변은 AI 평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꾸미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AI 시스템은 일관성과 진실성을 확인하려는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대처법은 진솔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다만 AI 면접은 기존 면접과 형식이 달라서 지원자들이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미리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 사례를 연습하면서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와 연습을 통해 긴장을 줄이고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AI시대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AI 면접이나 이력서 자동 필터링 같은 기술이 오히려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나 오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AI를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AI 면접이나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걸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참고 지표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AI 면접이 빠르게 확산됐는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낯설어해요. 예를 들어 차·부장급 이상 경력자분들은 화상 미팅 자체도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능력이 충분히 있으신데도, 긴장하거나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오류를 범하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저 역시 인적성 검사를 직접 해보면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죠. 결국 이런 결과는 실제 역량 부족이 아니라 경험과 익숙함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원자분들께는 ‘AI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관문 정도로 받아들이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신 미리 연습해 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 사례를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준비해 두면 불필요한 실수도 줄이고, 자신감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 이직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직을 한다면 최소한 현재 회사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 규모가 커지거나, 업무 범위가 넓어지거나, 평가나 연봉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이번 경험이 다음 커리어 전환에 도움이 되는 등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게 없다면 합격했더라도 오히려 가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이에요.

    신입사원이나 주니어는 커리어 플랜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상사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성과급이 적었다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내가 원하는 커리어 방향에 맞춰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쌓을지, 또 어느 시점에 이직할지를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커리어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니까요.

    경력직 분들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앞으로 남은 직장 생활과 정년 이후의 삶까지 생각해야 해요. 이직이 정말 필요하다면, 새 회사에서 적응과 성과를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기대치가 큰 만큼 오히려 짧게 머물다 나올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이직은 단순히 지금보다 나아 보인다가 아니라, 내 커리어와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김진영 작가

    CJ푸드빌과 원앤원 등 외식업계에서 다양한 직무를 거친 뒤, 현재는 연간 약 1000건 이상의 서류를 추천하는 헤드헌터로 활동한다. 주니어부터 임원급까지, 국내외 다양한 산업군의 채용을 진행하며 이직과 채용의 흐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수많은 지원자와의 만남, 채용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경험을 틈틈이 기록하며, 채용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최근 책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