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1부터 적용된, 고교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내신 5등급제에 따른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교육 당국이 전체 고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라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내신 5등급제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 상황이, 실제로 고교생의 경쟁을 줄여 주고 있는 것인가다. 다음으로 내신 5등급제와 수능 9등급제의 비대칭 상황이 오히려 ‘정시 파이터’를 더 늘리는 결과로 이어져 공교육 해체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 내신 5등급제, 정말 경쟁을 줄여 주나요?
1등급 영역이 상위 10%로 넓어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중상위권 학생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상위 내신 동점자가 많아져서, 상위권 대학에 수시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의학 계열을 포함하여 최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려는 고1 학생들이 실제로 자퇴 또는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 과목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실제로 최상위 대학에 진학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계속 여론화되자 공교육 일각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이하 부산교육청)은 부산 81개 일반고 1학년 13,553명의 5등급제 성적을 분석해 기존 9등급제와 비교했다. 1학년 1학기에서 내신 평균 1.00을 기록한 학생은 281명으로 전체의 2.07%에 불과했다. 26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의치약한수·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수시(학생부 교과·종합 전형)의 모집 추정 인원은 약 10,154명으로 28학년도 대입의 수능 응시 예상 인원인 약 35만 명 기준으로 2.9%에 해당하기에 꼭 내신 1.0을 받지 않아도 최상위 대학, 학과에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더불어 수시에 적용되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와 세부 전형 요소(서류·면접)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등급만으로 최상위 대학, 학과 합격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는 관내 24개 고등학교의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결과를 조사했다. 전 과목 1등급(내신 1.0) 인원 비율 평균은 1.29%로 나왔다. 세부 결과를 보면 내신 1.0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고교도 있다. 내신 성적은 동점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점자 처리 규정이 존재하지만, 동점자가 많이 발생해 등급 경계에 있는 경우 중간 석차를 적용한 중간 석차 백분율에 의해 등급을 부여한다.(아래 그림 참조)
-
- 각급 교육청 학업관리 성적 지침
고교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해당 고교 재학생들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청 등의 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결론적으로 5등급제의 경쟁 강도는 이전의 9등급제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5등급제 하의 상대평가 과목 수는 대체로 7~8과목으로 이전보다 늘었다. 게다가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된 ‘미적분Ⅱ, 기하’를 비롯해 과학탐구 Ⅱ에 해당하는 4과목이 8과목으로 분화돼 있어 과목당 이수 인원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3학년이 돼서도 많은 공부량이 요구되는 과목들이 대부분 상대평가 과목이라 내신 관리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기간이 더 늘어난다.
◇ 내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고교를 그만두고 ‘정시 파이터’가 되어야 할까?
내신 5등급제 도입 후 검정고시 지원자가 증가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만, 수시로는 진학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고교를 그만두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28학년도 대입과 관련해서 대학별로는 아직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시와 관련해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내신 성적 또는 교과 역량평가를 강화한다는 예고안을 내놓는 등의 움직임은 있지만, 지금보다 더욱 구체적인 안을 조속히 공개하기를 희망한다.
일반적으로는 내년 4월 말이 돼서야 대학별 전형 계획이 나오는 것이 상례이겠지만, 더 이상 고1 학생들을 막연한 불안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시에서 수능에 비해 고교 내신 또는 학생부와 관련한 역량평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를 뚜렷이 해야 고교생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견으로는 정시에서 내신·학생부 등 다른 요소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고교생들에게 수험 부담을 더욱 가중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 고교를 다니면서 공부에 몰입하는 시기는 제각각 다를 수 있다. 다른 학생보다 다소 늦게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 정시에서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간다면 고교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이라고 본다.
[이종환의 입시큐] 고교 내신 5등급제, 이대로 괜찮은가
관련뉴스
- [이종환의 입시큐] ‘탈 대치? 탈 강남?’…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고교 선택 전략은?
- [이종환의 입시큐] 2028 서울대·경희대 대입 변화, 고교 선택의 새로운 분기점 될까?
- [이종환의 입시큐] 2026 대입 유형별 면접 준비, 이것만은 꼭 챙기자!
- [이종환의 입시큐] 2029 대입, 고교 선택이 합격 전략의 시작점
- [이종환의 입시큐] 9월 모평 이후 수시지원, 최종 점검 포인트는?
- [이종환의 입시큐] ‘이것만은 알고 가자!’ 입시 초보 맘을 위한 2026 대입 수시 지원 전략
- [이종환의 입시큐] 케이스로 풀자! 2026 의대 수시 지원 전략
- [이종환의 입시큐] ‘AI 시대’ 고교 학생부의 명암, 학종의 미래는?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