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좋은 읽기의 방법, ‘궁금해하며 읽기’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5.07.23 09:00
  • 한강의 동화 ‘눈물상자’를 읽고 있으면 장면마다 질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아이는 왜 계속 울고 있을까?’,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아저씨는 왜 순수한 눈물을 아이에게서 구하려 하는 것일까?’, ‘왜 노인은 울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들은 깊이 있는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올바른 독서는 오로지 내용을 충실히 깊이 있게 이해하여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독서를 하는 것이란 내용을 충실히 깊이 있게 이해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한 것만으로는 독서를 완벽하게 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완벽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완벽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행동과 생각에 질문을 해야 한다. 독서는 독자와 작가의 글이 상호작용을 통해 감상과 지식확장으로 연결되므로, 스토리가 있는 책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질문하고 갈등의 해결 방법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으며 비문학의 경우는 비판적 읽기를 할 필요가 있다. 

  •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그렇다면 왜 독서를 하면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인물의 행동과 생각에 질문을 하면 읽기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고 인물에 감정이입을 한 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질문을 하면 사건을 통해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찾을 수 있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 방법에 대해 질문을 하면 우리가 이러한 읽기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다양한 부분에 질문하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긍정적 읽기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통해 어떻게 좋은 읽기를 할 수 있는지 한강의 동화 ‘눈물상자’를 통해 살펴보자.

    ‘눈물상자’에는 ‘눈물단지’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나온다. 아이는 보통의 사람들이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흘리는 일이 너무나 많았고 결국 아이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이는 왜 계속 울고 있을까?’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아이의 입장이 돼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계속 울고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아이의 마음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보다 보면 점점 우리는 아이의 입장에 공감하게 되고 결국 진정한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이처럼 궁금해하면서 읽기는 인물에 동감하여 주제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눈물상자’에서 눈물을 모으는 아저씨는 순수한 눈물을 얻기 위해 아이와 모험을 떠나고 그 모험에서 울지 못하는 노인을 도와준다. 아이가 자신은 순수한 눈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눈물을 모으는 아저씨는 아이와 함께하며 눈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노인을 만나 큰 경험도 함께한다. 여기서 우리는 ‘아저씨는 왜 순수한 눈물을 아이에게서 구하려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아저씨와 아이의 대화와 그들이 겪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저씨는 아이의 눈물을 유리잔에 담는다. 하지만 그 눈물은 모든 빛을 담고 있는 순수한 눈물이 아니었다. 아이는 실망하지만, 아저씨는 아이를 위로한다. 아저씨는 아이에게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둘은 헤어지지만 아이는 이제 울음을 꾹 참을 수 있게 된다.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아이는 이제 강인함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이가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글쓴이가 이 글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게 해준다. 슬픈 일에 마냥 눈물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참고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처럼 궁금해하면서 읽기는 글쓴이가 우리에게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 ‘눈물상자’에서 아저씨와 아이는 울지 못하는 노인을 만나 그를 도와준다. 노인은 아저씨가 준 눈물들을 먹고 자신의 과거들에 반성의 눈물을 흘린다. 여기서 우리는 ‘왜 노인은 울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노인이 울지 못하는 이유는 어렸을 적 어머니를 잃은 충격 때문이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아저씨는 그림자눈물만 흐르고 있다고 하였다. 겉으로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우는 사람의 슬픈 모습이 그림자눈물에 담겨 있다. 우리는 노인이 울지 못했던 이유를 찾아가면서 우리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슬픔을 감추기보단 다른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궁금해하면서 읽기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한다. 

    글을 읽으며 계속 떠오르는 궁금증과 질문은 글 읽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을 읽으며 계속 질문하는 것은 인물에 공감하고 주제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눈물상자’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두와 헤어지고 혼자 남은 아저씨는 파란 새벽의 새와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질문은 끝이 없고 우리의 읽기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