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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자로 현재 한국어를 기록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휘력,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자어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한자어 학습은 한글 교육을 보완하고 언어 이해력을 확장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함께 가야 할 중요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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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어휘의 60% 이상은 한자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 중 많은 수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 국립국어원의 통계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약 60~70%가 한자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만 보아도 ‘자연’, ‘과학’, ‘사회’, ‘환경’, ‘문제’, ‘해결’, ‘과정’, ‘선택’과 같은 낱말은 모두 한자어다. 이러한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히 문장을 읽더라도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이유를 써보세요.’라는 문장에서 ‘과학(科學)’, ‘기술(技術)’, ‘사회(社會)’, ‘불평등(不平等)’, ‘완화(緩和)’가 모두 한자어다. 한자에 노출되지 않은 채 한글로만 이 문장을 접하는 학생들은, 문장 구조를 따라 읽을 수는 있어도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 응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어휘력과 사고력 향상의 지름길
한자어 교육은 단순히 한자를 쓰고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자의 뜻과 조합 원리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사고력이 확장된다. 예를 들어 ‘개발(開發)’과 ‘발전(發展)’, ‘발령(發令)이라는 단어를 비교해 보면 모두 ‘발(發)’이라는 글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각각의 앞글자와 결합하면서 다른 의미의 어휘가 된다. 표의(表意)문자 기반인 한자어 학습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의미를 유추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초등 시기는 어휘 습득의 황금기다. 이 시기에 한자어의 의미 체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접하는 복잡한 개념어와 추상어를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사고의 깊이 또한 자연스럽게 확보될 수 있다.
◇ 문화적 정체성과 연결된 문자 교육
한자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우리의 옛 문헌들은 모두 한자로 기록돼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 가요 등을 비롯한 시가, 소설 등의 고전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한자로 기록돼 있고 한글 소설이 오히려 더 희귀하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어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이 필수적이다. 초등학생들이 한자어를 배우는 것은 단지 언어 학습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유산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열쇠를 갖는 일이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고대 시대부터 중국의 한자를 문자로 활용했기에 현재까지도 한자 문화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같은 문자를 활용했던 문화를 가진 나라들과 교류가 활발한 오늘날, 한자에 대한 이해는 미래 세대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 연수 전문 기관인 ‘외교연구원’(FSI, Foreign Service Institute)에서는 영어 원어민 외교관이 외국어를 익힐 때 필요한 교육 시간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70개 언어를 4등급으로 분류하고, 한국어를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와 함께 ‘가장 어려운 언어’(Super-hard languages)인 ‘카테고리 4’로 분류한 보고서를 2017년에 발표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같은 한자 문화권인 언어를 우리는 이미 모국어로 갖고 있으니,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아이들에게 한자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굉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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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초등학생이 수천, 수만 개의 한자를 외워서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어를 통해 우리말 어휘의 뿌리를 이해하고, 문장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초를 쌓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글 교육과 함께, 한자어의 뜻과 쓰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통합적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실용성’만을 강조해 한자어 교육을 배제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언어 능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휘력은 곧 사고력이며, 이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탄탄한 한글 교육과 함께 의미 있는 한자어 교육이 더해질 때, 학생들이 풍부한 어휘력과 사고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 한자어는 더 이상 ‘옛 문자’가 아니라, ‘깊이 있는 언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문해력과 한자어 교육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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