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 격하’ 즉각 중단하라… 발행사들 반발 심화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7.11 15:20
  •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및 개발사들이 1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철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및 개발사들이 1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철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하락한 가운데,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일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검정과 공급이 완료된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발행사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와 더불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재논의를 요구했다. 또한 정부, 국회, 발행사, 교원,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 교육 혁신 TF를 구성해 현장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력히 입장을 밝혔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주도 아래 추진돼왔으며,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급한 개발과 도입 시기, 검증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학교 자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선회했다. 현재는 일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채택해 활용하고 있다.

    교과서 발행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이라는 교육부의 발표를 믿고 그간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가 선택 도입으로 전환되면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 단위의 예산과 3만60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개발했으나, 이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비에는 국비 5300억 원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원받은 국비는 전부 교사 연수 등의 학교 교육 인프라에 사용됐다는 것이 발행사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실질적인 AI 디지털교과서 콘텐츠 개발 비용은 모두 발행사와 개발사가 부담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 박탈까지 이뤄진다면 발행사는 구조조정이나 고용축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장이 AI 디지털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장이 AI 디지털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향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지켜봐 달라는 뜻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장은 “지금 AI 디지털교과서에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신중히 파악하고 보완한다면 AI 디지털교과서와 공교육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아이들과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먼저 확인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또한 “한 번에 모두가 신뢰하도록 만들기 어려운 IT 서비스는 시간을 가지고 유지·보수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며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정부를 믿고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및 개발사들은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천재교과서 관계자는 “이주호 교육부장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은 국가 공무원 전체에게 책임이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늘 기자회견장에는 천재교과서와 천재교육을 비롯해 와이비엠, 동아출판, 금성출판사, 비상교육 아이스크림미디어,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등 20개의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와 교과서 발전위원회가 함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