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간호학 수업” 강의실을 넘어선 학습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7.10 09:32

- 백석문화대, 프리윌린과 함께 AI 콘텐츠 개발
- 의학용어 과목 중심 ‘공유형 학습모델’ 확산 기대
- 전열어·황성우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 인터뷰

  • 프리윌린 제공.
    ▲ 프리윌린 제공.

    간호학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가 ‘의학용어’다. 해부학, 생리학,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혼재된 이 과목은 오랜 시간 단순 암기에 의존해왔고, 그만큼 학습 부담이 큰 교과목으로 꼽힌다.

    특히 다양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간 기초 실력 격차가 커지면서, 획일적인 강의만으로는 모든 학생의 학습 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석문화대학교 간호학과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플랫폼을 도입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 AI·디지털 전환(DX) 사업을 통해 여러 대학이 협력해 AI 기반 공유대학 모델을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조선에듀는 실제 현장에서 AI 교육을 도입하고 운영해온 전열어, 황성우 백석문화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를 만나 간호학 교육의 디지털 혁신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황성우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좌),전열어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우).
    ▲ 황성우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좌),전열어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우).

    ─ 간호학 교육에 AI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 어떤 계기로 AI 기반 공유대학 모델을 추진하시게 되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황성우: 처음엔 기초 영어, 수학, 국어 같은 과목에 AI를 시범적으로 적용해봤어요. 특히 수학에서 효과가 확실했는데, 학생 수준에 맞춰 콘텐츠가 제공되니까 학습 효과도 좋고 강의 평가도 높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전공 수업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저와 동료 교수님 수업에 간단히 AI 기능을 넣어 실험해봤고, 학생들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실질적으로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 그런 경험을 통해 ‘이건 정말 AI가 꼭 필요하겠다’고 확신하게 된 순간이 있었을까요?

    전열어: 간호학에서는 특히 의학용어가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입시 전형이 다양하다 보니 기초가 부족한 학생도 많고, 반면에 잘하는 학생은 또 잘해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학습이 필요했고, AI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마침 AI·디지털 전환(DX) 관련 교육혁신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저희는 이를 활용해 여러 대학과 함께 간호학에서 꼭 필요한 의학용어를 중심으로 AI 기반 공유 교육모델을 시도하게 됐어요. 한림대 소프트랩과 협력해 작년부터 시범 운영도 시작했고요.

    무엇보다 AI 플랫폼의 장점은, 학생 개인 수준에 맞춘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강의실 수업은 어쩔 수 없이 일방적이지만, AI는 학생마다 다른 속도와 수준을 반영할 수 있어서 실제 학습 효과가 크더라고요. 이게 저희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예요.

  • 황성우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
    ▲ 황성우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

    ─ 실제 수업 현장에서 ‘AI가 꼭 필요하다’는 걸 가장 실감하셨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학생 반응이 있을까요?

    황성우: 간호학 수업은 학생 간 수준 차가 큽니다. 수업 하나로 상·하위권을 모두 커버하긴 어려워요. 강의평에서도 “어렵다”는 학생과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학생이 늘 공존하죠. 특히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반복 학습이 필요한데, 교수 혼자 일일이 대응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AI 플랫폼의 맞춤형 반복 학습 기능이 절실하게 다가왔어요.

    초기엔 LMS로 문제 풀이와 짧은 피드백 영상을 직접 구현해봤지만, 시간과 기술적 한계가 컸고요. 그러다 한림대와 교육부 에듀테크 사업 협업 제안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AI 도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공 중에서도 의학용어처럼 반복이 중요한 영역부터 콘텐츠를 만들었고, 현재는 여러 대학과 공동 운영하며 검증 중입니다. 교수 부담은 줄이면서도 학생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에요. 이게 저희가 AI 기반 교육을 확신하게 된 이유입니다.

    ─ 여러 전공 중에서도 의학용어 과목을 AI 기반으로 가장 먼저 개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열어: 의학용어 과목은 단순히 1학년 때만 배우고 끝나는 과목이 아니에요. 2학년 기본 간호학 실습이나 3·4학년 임상 실습을 앞두고도 반드시 다시 학습하게 되고, 임상 현장에서도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죠. 실제 병원에서는 의학용어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습이나 취업 이후 현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요즘은 병원에서 채용할 때 의학용어 시험을 보는 곳도 많아지고 있어서, 이 과목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고요. 결국 이건 한 학년의 교과목이 아니라 전 학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기본역량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의학용어 과목을 AI로 가장 먼저 개발하자고 결정한 것도, 모든 학년이 활용할 수 있고 교육 효과와 활용 범위가 넓어서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1학년뿐 아니라 2·3학년에게도 적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AI 기반 교육을 도입했을 때 교수님들, 학생들, 그리고 학교 차원의 반응은 어땠나요? 초기 우려나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열어: 사실 대학 본부는 단순히 수업 하나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교과목 운영 방식과 제도 전반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예요. AI 기반 교과목을 어떻게 평가할지, 교수님의 업적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할지, 또 필요한 지원은 어떤 식으로 제공할지 등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교수님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거든요.

    이런 변화는 특정 부서 하나만으로는 어렵고, 학교 내 여러 부서가 함께 인식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희 학교는 다행히 총장님 이하 여러 부서에서 AI 기반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해 주셨고, HTHT 아시아 교육협회 등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사전 공유와 준비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실제 사례를 운영하면서 강의 평가 점수도 거의 만점(4.9/5.0) 가까이 나왔고, 학생들도 맞춤형 학습 방식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이런 결과가 교수님들께도 좋은 동기부여가 됐고요. 

    또 초기엔 사업비나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프리윌린 측에서 많은 부분을 지원해주셔서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도적 준비와 재정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AI 융합 교육이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프리윌린 제공.
    ▲ 프리윌린 제공.

    ─ 많은 서비스 중에서 프리윌린의 ‘풀리캠퍼스’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구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본 점이 있다면요?

    황성우: 가장 중요하게 봤던 건, 이게 단순히 영어 단어가 아니라 전문 의학용어라는 점이에요. 암기도 쉽지 않고, 학생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재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문제 유형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어요.

    단어 암기에만 그치지 않고, 그걸 바탕으로 해부학이나 생리학 등 기초 전공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뒀죠. 보건계열에서는 이 세 가지 과목이 필수 기반이니까요. 그래서 콘텐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활용 범위를 넓게 보려고 했습니다.

    풀리캠퍼스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문제 유형 다양화와 AI 기술 접목이 가능했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일일이 만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AI가 빠르게 처리해주고, 해설이나 피드백도 정확하게 제공해줘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단순 콘텐츠를 넘어, 학습의 깊이와 확장성을 고려한 플랫폼이 필요했는데, 그 점에서 풀리캠퍼스가 가장 적합했어요.

    ─ 콘텐츠를 만들면서 예상과 달랐던 점이나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요?

    황성우: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의학 용어의 방대한 양이었어요. 수만 개에 달하는 용어가 있지만, 학생들이 그걸 다 외울 필요는 없거든요. 그런데 초기에 콘텐츠를 유형화하면서 그걸 충분히 걸러내지 못해 학생 수준에 비해 고난이도 단어가 많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일부 학생들은 “이런 것까지 외워야 하나요?” 하고 부담을 느끼기도 했죠. 그때 느꼈죠. 학생 수준과 현장 전문가 수준을 구분해 콘텐츠 난이도와 범위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겠다는 필요를요.

    또 하나는 기술적인 시행착오였어요. 초반에 단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만들었는데, 네트워크 지연 때문에 오타로 처리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어요. 학생들이 틀렸다고 나오니까 불만도 있었고요.

    다행히 저희가 시범단계라는 걸 충분히 설명하고, “여러분이 직접 참여해 주는 게 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라고 설득했더니, 학생들도 의의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오류를 리포트 해줬어요. 캡처해서 보내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소소하게 기프티콘도 보내기도 했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도 함께 개발한다는 보람을 느꼈고, 저희 역시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다듬을 수 있었어요. 다음 학기에는 훨씬 더 안정적이고 만족도 높은 운영이 가능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전열어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
    ▲ 전열어 백석문화대 간호학과 교수.

    ─ 이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전열어: 가장 시급했던 건 출석과 수업 참여에 대한 명확한 증빙 체계였어요. 대학에서는 이 AI 수업이 정식 교과목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육부 평가나 감사에서 실제 수업이 이뤄졌다는 근거 자료가 필요하거든요. 교수는 학생이 50분 수업에 실제로 참여했는지, 출석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죠.

    그런데 기존 AI 플랫폼은 초·중·고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출결 관리나 교수별 평가 방식까지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특히 대학은 교수마다 평가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출석 비중, 중간·기말고사, 과제 등 강의계획서 기반의 평가 구조가 제대로 반영돼야 합니다. 이걸 플랫폼이 유연하게 수용하고 자동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교수자는 실질적인 운영이 가능하거든요.

    이번 학기 시범 운영을 하면서 그런 한계들을 직접 체감했고, LMS 연동 문제나 출결 증빙 시스템도 더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면 앞으로 대학 차원에서도 AI 기반 플랫폼을 훨씬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확산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 AI 학습 환경이 기존 간호학 교육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전열어: 기존 수업은 대부분 단어 암기 중심이었어요. 반복적인 퀴즈와 강의로 구성돼서 학생들이 지루해하고, 수업이 끝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AI 기반 학습 환경에선 시간 제약 없이 반복 학습이 가능하고, 단순한 스펠링 암기가 아니라 관련 개념까지 함께 익힐 수 있게 구성돼 있어요. 의학용어 하나를 외우더라도 해부학·생리학·간호 진단이나 치료와 연결된 전공 개념들이 함께 문제 안에 녹아들어 있어 단어를 넘어선 확장 학습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또 하나는 학습 향상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학생이 처음에는 30점이었는데 반복 학습 후 80~90점까지 올라가는 걸 직접 확인하니까,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주간 우수 학습자 랭킹이 올라오면 친구들끼리 자극도 되고요. 실제로 어떤 학생은 놀랄 정도로 많은 문제를 풀며 집중해서 학습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자기 주도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다만, 학습 의지가 약한 학생들은 여전히 교수자의 코칭이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하위권 학생들을 어떻게 AI 플랫폼 안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델을 고민하고 연구해보려고 해요. 이 부분이 다음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변화된 학습 환경이 국가고시 준비나 취업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황성우: 가장 큰 목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높이고, 전체 학습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에요. 상위권 학생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을 심화하고, 중·하위권은 교수자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간호학은 생명을 다루는 만큼 완전 학습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한 반에 30~40명을 일일이 코칭하긴 어렵거든요. 그런 면에서 AI는 교수자의 부담을 덜면서 학습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봅니다.

    또 학생 스스로 점수를 올리는 걸 확인하면서 동기부여도 생기고, 반복 학습을 통해 개념 이해도 확장되죠. 다만 하위권 학생은 여전히 교수자의 코칭이 필수라, 이 부분은 운영 모델 안에서 보완이 필요해요.

    장기적으로는 이 시스템이 국가고시 대비를 넘어 실제 임상에서도 기본기를 갖춘 간호사 양성의 기반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한두 교수님이 아닌, 더 많은 교수들의 참여와 교육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꼭 필요해요. 콘텐츠가 전공별로 확장되고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간호교육의 질도 분명히 달라질 겁니다.

    ─ 말씀해주신 의학용어 외에도 AI 융합이 효과적일 거라고 보시는 다른 과목이나 분야가 있을까요?

    황성우: 특히 기초 전공과목에는 AI 적용 효과가 클 거라고 봐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같은 과목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반복 학습이 필요한데, 교수자가 매번 일일이 설명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난이도별·수준별 학습이 가능하고, 반복해서 개념을 익힐 수 있어서 완전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교수 개인 역량에 따라 수업 질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표준화된 양질의 콘텐츠로 전국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강사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도 의미 있고요.

    또 하나는 국가고시와의 연계 가능성이에요. 간호학은 국가고시가 필수인데, 많은 대학이 이를 대비한 모의고사를 치르거든요. 여기에 AI를 활용해 수준별 문제 제공, 유사 문항 자동 생성이 가능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예요. 더 나아가 미국 간호사 자격(RN) 과정이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글로컬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 AI 교육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더 널리 확산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전열어: 대학은 초·중·고와는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AI 기반 교육을 도입하려면 제도적인 진입 장벽이 많아요. 저희도 교육부의 AI·DX 사업을 통해서야 겨우 접목이 가능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국가 차원의 지원 사업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내부적으로도 제도와 규정, 교수 지원 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AI 교과 운영이 가능해요. 단순히 시스템만 도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평가 기준이나 교과 편성, 업적 반영 같은 부분도 함께 바뀌어야 하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성과 공유 시스템이에요. 열정 있는 몇몇 교수님들이 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그게 각 학교 안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확산이 어렵습니다. 대학협의회나 전문대학협의회를 통해 사례를 발표하고, 교수 간 협업이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는 보건계열 전체가 함께 쓸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요. 지금은 일부 플랫폼이 간호학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다른 학과에서는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수학처럼 누구나 들어와도 쓸 수 있는 구조로 플랫폼을 확장해야 교수들도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교육이 확산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한 번 참여가 어려울 뿐, 시작만 하면 교수님들도 계속 활용하게 돼요. 학생들 반응도 좋기 때문에 정책적·제도적 기반만 잘 마련된다면 확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프리윌린 제공.
    ▲ 프리윌린 제공.

    ─ 풀리캠퍼스 보건계열 AI 공유대학과 기존 공유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전열어: 백석문화대가 중심이 돼 운영 중인 보건계열 AI 공유대학은 기존의 디지털 신기술 혁신공유대학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실제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 그리고 대학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운영 방식, 대학 간의 실질적인 협업 구조가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리캠퍼스를 기반으로 구축된 이 모델은 같은 전공 안에서 검증된 공통 콘텐츠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수업자료와 연결해서 현장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강점이 커요.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기존에 해오시던 수업 방식과 크게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AI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목할 수 있거든요.

    또 하나 의미 있는 부분은 참여 대학들이 서로 수업 방식과 학생 성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단순히 콘텐츠만 나누는 게 아니라, 실제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수업을 계속 고도화해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는 거죠.

    기존 공유대학이 어느 정도 일괄된 콘텐츠 제공이나 개별 대학 단위 운영에 머물렀어요. 반면, 풀리캠퍼스 보건계열 AI 공유대학은 ‘공동 설계 – 공유 운영 – 성과 확산’이 동시에 가능한 협력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실질적이고, 또 앞으로의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보건 계열 AI 공유대학 모델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시나요?

    황성우: 이 플랫폼이 같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님들 간의 수업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대학에선 교수들이 수업 방식을 따로 공유하지 않는데, 동일한 과목이라면 “나는 이렇게 가르쳤더니 효과가 좋았다”는 식으로 서로 토론할 수 있다면 훨씬 풍부한 수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우리 학교 평균 점수가 다른 학교보다 낮다면 교수자도 “어떻게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할 계기가 되겠죠.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경쟁과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 있고요. 

    교수는 서로 배우고, 학생은 스스로 성장 동기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 플랫폼이 진짜 의미 있는 공유대학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열어: 교수마다 학생 수준에 따라 수업을 다르게 운영하잖아요. 실제로 저희가 해보니까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학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수업 효과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교수님들이 AI 교과목을 적용해본 사례나 모델을 공유하면, 처음 도입하는 분들도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현재 AI 관련 콘텐츠나 기능이 여러 업체에 흩어져 있어서 하나하나 별도로 도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퀴즈 앱이나 디지털 배지 기능 같은 것도 따로 구독하거나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한 플랫폼 안에 통합돼 있으면 훨씬 편리하고 학습 효율도 높아질 것 같아요. 회사는 복잡하겠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그런 통합형 맞춤 플랫폼이 앞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