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스트레가상’ 최연주 작가 “일상 속 따뜻함 전하는 작가 되고파”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7.04 15:00
  • 최연주 작가.
    ▲ 최연주 작가.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낯선 숲속으로 모험을 떠나며 용기를 얻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그림책 ‘모 이야기’는 국내를 넘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 곳곳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가체 에 라가치상, 프랑스 소시에르상 등 각종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연주 ‘모 이야기’ 작가는 “누구나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새 시작을 앞둔 분들에게 ‘모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림책 작가로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최연주 작가는 지난달 ‘모 이야기 2’를 출간하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자신이 그린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이 따뜻하고 소중해지길 바란다는 최연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라가체 에 라가치상 한국인 최초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마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첫 책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사실 무척 놀랐고 얼떨떨한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음 작업에 대한 부담도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영광의 순간에 기뻐하지 못하면, 돌아봤을 때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서 온 마음으로 기뻐하는 중입니다.

  • ‘모 이야기’의 주인공 고양이 모.
    ▲ ‘모 이야기’의 주인공 고양이 모.

    ─ ‘모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두려움과 용기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구성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모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고양이 ‘모대리’(이하 ‘모’)를 주인공으로 만든 이야기예요. ‘모’는 어느 겨울 길에서 제 동생을 따라 집 앞까지 왔고 우리와 가족이 됐어요. ‘모’가 길에서 온 고양이이기 때문에 상상할 것들이 무척 많았는데요. 어디서 왔는지, 왜 집 밖으로 나왔는지,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겪었을지 상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됐죠.

    ‘모 이야기’는 어린 고양이 ‘모’가 어느 늦은 밤에 반짝 웃는 빛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웃는 빛을 찾아 숲으로 나와 겪는 일을 그린 모험 이야기입니다. 이제 막 모험을 시작한 어린 고양이 ‘모’는 호기심도 많고 겁도 많은 고양이예요. 이런 ‘모’의 모습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가지고 있는 모습이죠. 누구나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시작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이니까요.

    숲속 동물들은 ‘모’에게 검은 곰을 조심하라며 경고해요. ‘모’는 잘 알지 못하는 검은 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죠. 모험의 끝에 ‘모’는 검은 곰의 거대한 그림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용기를 내 한쪽 눈을 뜨고 바라본 검은 곰은 생각처럼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어요.

    ‘모’가 한쪽 눈을 떠 두려움과 마주한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모’처럼 사랑스러운 어린 친구들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앞둔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마다의 시각으로 ‘모 이야기’를 읽어보신다면 각자에게 와닿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 ‘모 이야기’ 작업 과정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어려움이 있나요?

    단편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주로 해왔던 터라 기승전결이 있는 긴 호흡의 이야기 작업은 쉽지 않았어요. 이야기가 될 만한 에피소드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생각해냈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출판사 엣눈북스 대표님과 만나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고 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이야기를 엮어나갔어요. 작업하면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지는 때가 생기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응원해 주시고 지혜를 나눠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가족들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있다 보니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거든요. 가족들에게도 작업으로나,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 작가님의 작품 대부분에서 ‘모대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모는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모대리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소중한 가족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예요. 제게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려준 연약한 생명이기도 해요. 저와 언니의 결혼 전에는 본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키웠지만, 저희 모두 결혼한 후에 모대리는 언니네 집에서 살고 있어요. 평일 낮에는 제가 출근해 그림 작업을 하며 돌보고, 저녁 시간에는 퇴근해서 돌아오는 언니가 돌봐요. 사람의 돌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이죠. 이 소중한 생명을 돌보고 함께하며 책임감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모’ 덕분에 그림책 작업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모’를 만나고부터 매일 ‘모’를 그렸고, 단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만 머물던 관심이 ‘이야기’로 넓어졌거든요.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수락하면서도, 주인공은 당연히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 최연주 작가는 보통 어떤 장소나 상황에서 영감을 얻나요?

    주로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감을 받아요. 

    가족들과 유대가 깊은데 ‘모 이야기’의 캐릭터들도 가족들의 성격이 조금씩 반영돼 있어요. 지나는 길에 보이는 자연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고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식물들, 비가 내려 우중충한 하늘, 나무에 뚫린 구멍, 작게 자라난 버섯 등 자연의 사진을 찍어 두고 작업할 때 자세히 관찰해요. 그림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이 구멍 속엔 누가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기도 하죠. 

  • ─ 최근 ‘모 이야기 2’를 출간하셨습니다. 2권에는 어떤 스토리와 교훈이 담겨 있나요?

    2권은 여름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1권보다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와 아빠가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 ‘후긴앤무닌’에서는 매해 겨울이면 캘린더를 만들어요. 벌써 9년째 만들고 있는 대표 프로젝트인데요. 캘린더에 넣을만한 그림이 한 번에 짠 완성되는 일은 잘 없어요. 제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은 한쪽으로 빼두고,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 것들만 모아 가족들과 회의를 해요. 그러면 아빠는 보여주지 않은 그림들도 모두 가져오라고 해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빼둔 그림들을 새롭게 배치해 보고, 좋은 점을 찾아내서 달력의 그림으로 넣은 적도 많죠.

    제가 마음속에서 치워둔 그림도 자리를 찾아주는 아빠를 보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마음을 2권의 주제로 잡았습니다. 

  • ─ ‘모 이야기’ 외에 새로 구상 중인 작품이나 그리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요?

    아직은 ‘모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모’처럼 저도 이제 막 모험을 시작했거든요.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모’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일상에서 느낀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에 녹여나가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 앞으로 최연주 작가는 어떤 그림책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리는 그림책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차갑고 바쁜 현실을 살아가다 우연히 제 그림책을 펼쳤을 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신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 최연주 작가

  •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디자인 소품샵 ‘후긴앤무닌’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모 이야기>를 통해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모 이야기>는 국내 출간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일본, 대만, 중국 9개국에 판권이 수출됐으며,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스트레가상 라가체 에 라가치상과 프랑스 소시에르상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아동 문학계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6월에는 <모 이야기 2>를 출간하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