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이젠 취향의 시대, 성인은 좋아야 배운다”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7.04 09:00

“배움의 이유가 달라졌다… 성인교육, 이제는 취향과 확장의 시대”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성인교육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이나 커리어 전환 중심의 실무 교육을 넘어, 취향·자기표현·디지털 리터러시를 아우르는 새로운 학습 수요가 등장한 것이다. 고령층의 참여가 확대되고, 인문학 소비가 늘며, 글로벌 수요까지 다양화되면서 교육 플랫폼들도 기존의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데이원컴퍼니는 이런 흐름 속에서 취업·자기계발·라이프스타일·해외 시장을 아우르는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실무형 AI 교육뿐 아니라, 성우 데뷔나 작사가 도전 같은 감성 콘텐츠까지 주목받고 있으며, 일본·미국 등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됐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신사업 사례부터 시니어 학습자 대상 전략, 국내외 시장 특수성, 그리고 2025년 키워드까지.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가 바라보는 성인교육의 미래를 집중 조명했다.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  최근 개설하신 강의 중에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던 사례가 있을까요? 또 그런 성공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요인은 뭐였을까요?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결과들이 종종 나와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패스트캠퍼스의 ‘바이브 코딩’ 과정이었죠. 출시하자마자 정말 빠르게 반응이 왔고, 지난 3~4년 사이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기존의 코딩 방식과는 달리 AI에게 자연어로 지시해서 코드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수업이었는데요, 저도 강의 출시 당시 “이건 꼭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실제로 직접 결제해서 수강했을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였어요.

    그리고 마이라이트 쪽에서도 정말 흥미로운 반응이 있었어요. 처음엔 ‘정말 될까?’ 싶었던 성우 데뷔, 작사가 데뷔 학습지 같은 콘텐츠들이 있었는데, 이게 역대급 반응을 끌어냈어요. 내부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에 깜짝 놀랐죠. 

    이런 사례들을 통해, 저희도 중요한 걸 하나 다시 깨달았어요. 그동안은 아무래도 ‘이걸 배워서 취업이 되나’, ‘돈을 벌 수 있나’ 같은 ROI 중심의 교육을 주로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건 꼭 결과 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취미나 성취감,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배움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또 오래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배움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고민하고, 시도해보려고 해요.

    ─ 요즘은 50~60대 이상 학습자들도 디지털이나 실무 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데이원컴퍼니는 시니어 학습자들을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요즘 60대 분들은 단순한 은퇴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시기에 계신 것 같아요. 제2의 커리어나 디지털 역량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뚜렷해졌고요. 실제로 저희 패스트캠퍼스의 AI 관련 교육 콘텐츠를 보면, 조회수의 45%가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나오고 있어요. 이건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죠. 그만큼 이제는 중장년층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꼭 갖춰야 한다는 흐름이 생긴 거예요.

    작년에는 중장년 취업박람회에 참여해서 K-디지털 크레딧 프로그램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현장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상담을 하면서 느낀 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강하시다는 거였고, 다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신다는 거였어요. 지금은 시니어층을 위한 디지털 역량 교육을 따로 기획하고 있고요. 단순한 강의 제공을 넘어서 빠른 직무 전환이나 실질적인 커리어 설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폭넓게 준비 중이에요. 누군가의 두 번째 인생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교육, 그게 지금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입니다.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장희주 기자.

    ─ 한국의 성인교육이 직무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이나 북미처럼 인문·시민교육 영역으로 확장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사실 그 변화는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고 느껴요. 예전에는 성인교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자격증이나 실무 중심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스스로 인문학 콘텐츠를 찾아보고, 즐기고 있다는 걸 실감하죠.

    예를 들어 경제신문 읽기라든지, 철학을 다루는 강의 같은 것들이 요즘엔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더 높은 것 같아요. ‘침착맨’이 삼국지를 5시간 동안 읽어주는 영상이라든지, 인문학 관련 유튜버들이 많아진 것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예전 같으면 책이나 강의실 안에서만 접하던 내용들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처럼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시대가 된 거죠.

    저는 지적 호기심은 여전히 살아 있고, 오히려 더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걸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가 달라진 거죠. 그래서 교육 플랫폼들도 단순히 ‘배움’이라는 틀에만 갇히지 말고, 사람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접근을 더 많이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학습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니까요. 가볍게 시작하더라도, 그게 사람 안에 어떤 울림을 남길 수 있다면 저는 그게 진짜 의미 있는 교육이라고 믿어요.

    ─ 국내 성인교육의 외연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데, 데이원컴퍼니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시나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궁금합니다.

    요즘 저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B2B 시장 확대예요.기업 맞춤형 교육이나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수요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거든요. 그래서 관련 조직을 키우고 솔루션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또 좋은 에듀테크 기업들과의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새로운 분야나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도 함께 준비 중이고요.

    해외 시장 진출도 점점 본격화되고 있어요. 지금 저희 콘텐츠는 이미 20여 개국에 공급되고 있고, 일본이나 대만에 이어 올해는 미국 델라웨어에 현지 법인도 설립했어요. 국가별로 보면요, 일본은 일러스트 강의 같은 디자인 계열 반응이 좋고, 영어권에서는 생성형 AI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더라고요.

    흥미로운 건 나라를 막론하고 “업계 최고에게 직접 배우고 싶다”는 수요는 똑같이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콜로소 재팬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같은 현지 최고의 전문가들과 협업한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었어요. 앞으로는 인도네시아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 시장에도 B2B·B2G 중심의 확장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국내든 해외든,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이 진짜 배우고 싶어 하는 것, 지금 꼭 필요한 걸 제대로 전해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걸 가장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 ─ 2025년 성인교육의 핵심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오르는데요, 첫 번째는 단연 ‘AI’예요. 성인교육이라는 게 결국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내 역량을 키우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AI는 그 과정을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도구예요. 예전에는 몇 달 걸리던 걸 요즘은 AI를 활용하면 며칠 안에 결과를 낼 수도 있거든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자원이니까, 이걸 어떻게 아껴 쓰고, 잘 활용하느냐가 성인 학습자들에겐 정말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 AI는 지금까지 나온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변화의 촉매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 키워드는 ‘취향’이에요. 요즘은 꼭 뭔가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내 방식대로 배우고 싶어서 시작하는 분들도 정말 많아요. 그래서 콘텐츠 자체보다도 그걸 어떻게 전달하느냐, 어떤 분위기로 소비하게 만드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졌어요. 특히 성인들은 누가 시켜서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강의가 아무리 좋아도 나한테 맞는 형식이 아니면 오래 못 가요. 그래서 이제 교육은 ‘좋은 정보’를 넘어서, ‘나다운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된 거죠.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교육’이라는 걸 우리가 너무 고정된 틀로만 보고 있었구나 하는 거였어요. 보통 교육이라고 하면 공공성, 책임감, 사회적 가치 같은 걸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성인교육은 좀 달랐어요. ‘자기 돈을 내고 배우는 교육’, 말 그대로 서비스이자 비즈니스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또 배우는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어야 했어요. 단순히 ‘좋은 내용’만으로는 안 되는 거죠.

    신기한 건 교육만큼 보람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는 거예요. 저희는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인데, 학습자분들은 항상 먼저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세요. 그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정말 커요. 다른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잘 못 느껴봤던 감정이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늘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마음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 ☞ 데이원컴퍼니(Day 1 Company)

    2013년 창업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실무 역량 중심의 플랫폼 ‘패스트캠퍼스’, 크리에이티브 교육 ‘콜로소’, 어학 및 취미 학습지 ‘레모네이드’ 등을 운영하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해온 한국 대표 에듀테크 기업이다. 특히 2021년 CIC(Company‑in‑Company) 체제 전환과 사명 변경을 통해 조직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누적 학습자 13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외 시장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