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론 질문의 두 가지 종류

반론 질문을 구성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입론에서 말한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질문 또는 추가적인 보충 설명 요구이고, 두 번째는 상대편 발언의 오류를 지적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 복도와 화장실에도 냉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라는 논제로 토론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다. 입론자가 ‘학교보건법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습도가 높기 때문에 복도와 화장실에도 냉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라고 근거를 말했다면 이때 할 수 있는 첫 번째 유형의 질문은, ‘학교보건법에서는 습도를 몇 퍼센트로 권장하고 있으며, 현재 학교의 평균 습도는 몇 퍼센트인가요?’, ‘평균 습도가 80% 정도라면 일반적으로 어떤 느낌이 드나요?’이다.

두 번째 유형인 오류를 지적하는 질문에서는 근거의 신뢰성, 적절성에 대해 물을 수도 있고, 상대 토론자 간에 언급한 내용의 불일치나 내용 앞뒤의 모순을 지적할 수도 있다. 

“학교 복도와 화장실에 냉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근거로 냉방을 통해 공기 순환이 되게 하면 습기와 냄새가 줄어들어 화장실의 위생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입니까?” <근거의 신뢰성>

“화장실의 냄새와 위생은 냉방시설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화장실 배관이나 오수관을 개선하면 더 나아지는 문제가 아닐까요?” <근거의 적절성>

“A 토론자께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위가 점점 심해져서, 견디기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복도와 화장실까지 냉방시설을 설치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더 심화시키고 내년, 내후년에는 더욱 버틸 수 없는 여름을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닐까요?” <내용 앞뒤의 모순>

◇ 반론 질문을 제시하는 요령

반론 질문을 할 때 질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적 흐름을 갖도록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서 제기한 질문이 상대의 자료나 근거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 허점을 지적한 것이라면, 다음 질문을 통해서 그 허점이 ‘쟁점’에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지적하여 상대의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은 결론이라는 것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여름철에 화장실의 냄새 원인은 무엇일까요? 네, 가장 큰 악취의 원인은 하수 배관입니다. 배관에 쌓인 이물질과 오물,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가스(암모니아, 메탄 등)가 보이지 않는 냄새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장실 냄새가 날 경우, 냉방시설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화장실 배관이나 오수관, 통풍 환경이나 쓰레기 처리 빈도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해결을 꾀해야 합니다. 냉방시설의 추가 설치는 잠시 악취를 덜 느끼게 할 뿐, 위생 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은 아니기에, 냉방시설을 추가 설치하여 화장실과 복도를 쾌적하게 만든다는 근거는 옳지 않습니다.”

◇ 반론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상대방의 질문이나 지적된 오류에 얼마나 제대로 방어했는지도 중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상대의 공격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때에는 상대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질문하는 사람이 준비한 함정은 없을지 헤아려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답변이 어려울 때는 솔직하게 “모르겠습니다.” 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낫다. 즉흥적으로 답변을 하다가 오히려 논리의 모순에 빠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반론 질문을 하는 태도

상대의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질문과 반박은 단순히 ‘꼬투리를 잡기 위한’ 반대가 아니다.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잃지 않고,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상대가 던진 합리적인 질문에 대해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안정된 어조로 명확한 답변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토론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나와 상대방의 주장, 근거를 검토해 보고 공동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면밀한 대화의 장이다. 경청과 인정의 태도로 멋진 소통을 해 나가는 우리와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