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AI 시대, 혁명의 물결 속에 더 중요해질 독서의 가치
이자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광주봉선교육센터 팀장
기사입력 2025.05.28 09:00
  • 세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으로 인과관계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아이가 TV를 오래 시청한 후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TV 시청이 성적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거나, 운동선수가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그 운동화가 실력 향상의 비결이라고 믿거나, 성공한 사업가가 젊은 시절 고생한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고생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두 사건이 우연히 일치할 때,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거나, 한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발생했다고 해서 원인을 잘못 추리하는 오류입니다. 마찬가지로 공부와 독서 사이에도 잘못된 인과관계가 흔히 퍼져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가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을 보고 독서가 성적을 향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입니다. 그밖에도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의 높은 성적을 독서 ‘때문’이라고 단정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할 것이라는 선입견, 심지어 어릴 때 책을 읽어준 경험이 미래의 학업 성취를 보장한다는 믿음까지, 깊이 있는 통찰 없이 단편적인 사실관계의 연결로 잘못된 인과관계를 추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이자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광주봉선교육센터 팀장.
    ▲ 이자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광주봉선교육센터 팀장.

    물론 독서는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시키고, 역사,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을 넓혀 학교에서 진행되는 학습의 직접적인 결과물인 성적으로 연결될 때가 있습니다. 독서를 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어휘와 정제된 문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더욱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학습된 배경지식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과 활동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능력과 이해력은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는 시험과 평가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또한 책 속의 다양한 상황이나 인물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곧 사회성과 연결돼 학교생활 전반 및 사회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고력 확장, 배경지식 함양, 공감 능력 향상, 어휘력 증진, 정서 함양 등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학업 성적 향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며, 때로는 학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독서교육을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독서가 지닌 사고의 깊이, 이해의 폭, 공감능력, 표현의 풍부함, 마음의 건강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는 쉽게 간과되기 쉽고, 눈에 보이는 학습의 결과물은 빠르게 흘러가는 평가현장 속에서 너무 느리게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독서교육의 포기는 특히,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교육 시장의 논리 속에서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서교육의 가치와 바른 인과관계를 이야기할 때,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요? 

    독서교육의 가치와 바른 인과관계를 이야기할 때, 단기적인 학업 성적 향상이라는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에서 벗어나 독서가 아이의 삶 전반에 걸쳐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키워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다음에서 독서교육이 아이 내면에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능동적인 주체로 발 돋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어떤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째, 독서는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담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분석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미리 경험한 어른이나 함께 탐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상상력을 키우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종이밥’을 읽었을 때, 한 학생은 주인공이 2025년에 몇 살이었는지를 추론하며, 주인공의 현재의 삶을 상상하거나, 그 시기에는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어린이 구호단체가 없었는지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발전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처럼 독서는 단순한 내용 이해를 넘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길러줍니다. 

  • 둘째, 독서는 폭넓은 배경지식을 함양시켜 줍니다. 역사,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필요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풍부한 배경지식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힘을 키워 학습 효과를 높여줍니다. 그런데 가끔 어른 중에는 독서를 단순히 ‘이야기 책 읽기’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 역사, 미술, 음악처럼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책 역시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독서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셋째,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한 독서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하는 경험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나아가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이 문학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 보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연습과 같습니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 향상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과계 속에서 타인과 건강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더 나아가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지혜를 길러주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 능력은 협력 학습이나 토론 수업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결국, 문학 작품을 읽는 경험은 학업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따뜻하고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 되는 셈입니다.

    넷째, 독서는 어휘력을 증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다양한 어휘와 표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더욱 정확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어휘력은 단순히 문맥의 흐름에 따라 글을 읽었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휘의 의미를 바르게 알고, 문장이나 실제 상황에서 그것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휘의 사전적 의미와 문장 활용의 예시를 적적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크릴 전쟁’을 읽은 아이와 함께 단어 공부를 할 때 ‘눈을 게슴츠레 뜨다’를 표정으로 재현하게 했더니 눈을 ‘희번뜩’하게 뜨는 아이의 표정에 놀라 크게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평소 책을 읽고 문맥을 잘 파악하며, 사실관계 및 논리적 추론을 요하는 문제도 막힘없이 풀었던 아이라서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이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그 문맥 안에 놓인 어휘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이가 가진 어휘력의 이해와 확장은 교과서나 시험 문제의 이해도를 높이고,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자산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정서적인 안정과 풍요로운 내면세계를 가꾸는 데 기여합니다. 책 속 인물들의 행동과 그 결과를 보면서 아이들은 옮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 삶의 다양한 가치관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경험들과 함께 삶에서의 직접 경험이 중첩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부정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와 희망을 얻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단단히 하며 자기 자신을 삶의 주체자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AI 물결이 교육뿐만 아니라, 곳곳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AI시대가 심화될 수록 독서는 당장의 시험 점수나 학력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로 쉽게 측정될 수 없지만, 사고력, 이해력, 공감 능력, 표현력, 정서적 안정이라는 핵심적인 역량을 키워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삶에 능동적인 주체자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돼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