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글쓰기가 어렵다는 학생을 위한 변명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 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5.05.07 09:26
  • 리딩엠 제공.
    ▲ 리딩엠 제공.

    “저희 아이가 책을 잘 안 읽고, 글쓰기도 싫어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님들 상담 때 자주 듣는 말이다.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고, 글 한 줄 적기까지 한참을 머뭇거리는 모습은 저학년 수업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책상에 엎드려 꼼지락거리는 아이,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반복하는 아이, 시선을 끊임없이 주변으로 돌리는 아이,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반복하는 아이까지. 섬세함과 정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일수록 글쓰기 교육은 때로는 버거운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 학생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에서 더 큰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대할 때는 학생 개인의 성향 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문자적 사고를 통한 표현보다는 시각적‧공간적 사고를 통한 표현에 강한데, 이런 경우 대개 감정보다는 사건 중심의 서술 방식을 선호한다.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일이나 자기 내면을 드러내는 글쓰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또한 장시간 앉아서 정적인 활동에 집중하기보다는 활동적이고 구체적인 과제에서 몰입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는 발달 과정에서 흥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 ‘글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 다른 에너지와 흥미를 교육에 효과적으로 접목한다면, 글쓰기는 지루한 과제가 아닌 즐거운 자기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 ‘왜 써야 하는지’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글쓰기의 목적이 명확할 때 몰입도가 높다. 리딩엠 초2 수업 도서 <생쥐 라자의 신나는 모험>에서 ‘자신이 라자와 함께 떠나고 싶은 모험’을 주제로 제시하였다. 한 학생에게 라자와 함께 어디로 어떻게 모험을 떠날지, 글쓰기 전에 먼저 어떤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총동원해 ‘다른 나라에 있는 모든 OOO 놀이공원에 가서 무엇을 타고 어떤 걸 먹으면서 비교하는 모험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곳에 갈 때 어떻게 가야 할지 물으니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이야기했다. ‘그럼 이야기한 내용을 글로 옮겨 보자’라고 하면서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으로 써줘“라고 주문하니 평소 쓰기를 어려워했던 학생이 신이 나서 한 장 가득 작성해 냈다. 이처럼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것에 구체적 목적을 부여하니 글쓰기의 좋은 동기가 된 것이다.

    ◇ ‘틀’이 있으면 안정감과 자신감이 생긴다

    보통의 저학년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글쓰기’를 이야기하면 백지상태가 돼 ‘시작’을 하지 못한다. 머릿속 생각을 글로 바로 표현하기를 매우 어려워한다. 이럴 때 ‘문장의 뼈대’를 먼저 만들어주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글쓰기 주제를 알려주고 문단별 작성이 필요한 내용을 찾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는 ‘나는 ○○을 좋아해요. 왜냐하면~’, ‘○○는 ○○해서 멋져요.’, ‘내가 본 ○○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게요.’ 등의 문장을 따라 쓰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문장 구성에 자신감이 붙는다. 특히 말로 먼저 설명하게 한 후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게 하면, 학생들이 갖는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 교육센터 원장.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 교육센터 원장.

    ◇ 경쟁을 통한 흥미 유발

    수업에 게임처럼 승부와 피드백 요소가 포함될 때 집중도가 높아진다. 또한 작은 칭찬과 성취 경험에 큰 동기 부여를 가져다준다. 매주 잘 쓴 글을 칭찬하며 서로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면 아이들은 “이번에는 내가 1등 할 거야!”라며 더 길게 쓰려고 노력하고, 친구들의 글을 읽는 것도 즐거워한다. 이처럼 경쟁의 요소를 덧붙인 ‘놀이와 참여’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유도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글쓰기가 ‘혼자하고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일’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 글쓰기는 표현의 기술이자, 생각의 근육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며, 세상을 관찰하는 훈련이다. 다만 남학생에게는 그 출발점은 다를 수 있다.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아직 글쓰기보다 말하기에 익숙하고, 자신이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맞는 글쓰기 교육은 말로 풀어보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해보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관심사에서 출발하고, 작고 구체적인 성공 경험을 통해 성취의 경험을 제공할 때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어울리는 방식’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아, 나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이 작은 깨달음이 쌓일 때, 글쓰기는 더 이상 낯선 과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이미 그들 안에 있다. 그 열쇠가 되는 첫 문장을 함께 써 내려가는 따뜻한 조력자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