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교사 “디지털 공간은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이어야” (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4.29 15:00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디지털 유스 스쿨’로 키우는 청소년 디지털 윤리의식

  • 디지털 유스 스쿨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 중인 장하나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 디지털 유스 스쿨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 중인 장하나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맞았다. 간단한 음식 주문부터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각종 스마트 기기를 접하며 자라온 아이들의 경우, 대면보다 온라인 환경을 더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도박 등의 디지털 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범죄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며 생겨난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대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미성년자거나, 청소년이 성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해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아직 성장기인 청소년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성인만큼 발달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장하나 민세중학교 도덕 교사는 청소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평소 디지털 리터러시와 인공지능 윤리 교육에 관심이 많던 장하나 교사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구성하다 우연히 ‘디지털 유스 스쿨’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디지털 유스 스쿨’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청소년들이 온라인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장하나 교사는 “디지털 유스 스쿨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디지털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돕는 최적의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장하나 교사가 전하는 우리 사회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와 디지털 유스 스쿨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디지털 윤리 교육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수업에 활용 중인 디지털 유스 스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디지털 유스 스쿨(이하 디유스쿨)’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인공지능 윤리의식을 기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접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시민 의식 기르기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 ▲저작권 보호 ▲허위조작정보 구분하기 ▲딥페이크 알기 ▲인공지능 윤리의식 함양하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기르고, 사용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 장하나 선생님께서는 디유스쿨을 어떻게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1학년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수업하고 있습니다. 총 2차시의 주제선택 수업 중 앞선 1시간은 디유스쿨의 교재 내용을 다루는 강의를 진행하고, 남은 1시간은 디유스쿨 활동북을 이용해 ▲톡 홀더 만들기 ▲개인정보 Do&Don’t 기억력 게임 ▲인공지능 윤리 무드등 만들기 등의 실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이론 내용을 학습한 뒤, 이러한 만들기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활동북에는 그날 배웠던 학습 내용을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데일리 피드 카드’가 포함돼 있는데요. 매 수업 마무리로 이를 작성하고, 제공되는 나무 받침대에 꽂아 학급 내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 직접 활용하며 느낀 디유스쿨의 강점이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디유스쿨의 콘텐츠는 동기유발에 적합합니다. 배움에 있어 동기유발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총 8개 단원으로 구성된 디유스쿨 프로그램은 모두 중학생들의 수준에 알맞은 일상사례가 제시돼,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색다른 교과 융합 수업도 가능합니다. ‘도덕’과 ‘정보’ 교과의 융합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과 인공지능 윤리의식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학생 교재와 활동북은 물론, 교사가 사용할 지도서와 PPT 자료, 교구 등이 함께 제공돼 체계적으로 수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 장하나 민세중학교 교사.
    ▲ 장하나 민세중학교 교사.

    무엇보다 큰 강점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운영사무국의 꼼꼼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입니다. 지난해 1학기에 운영사무국에서 직접 민세중 수업에 참관하고, 수업 전후에 걸친 피드백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프로그램을 더 잘 이해하고 수업 방향도 더욱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어요. 이와 함께, 디유스쿨 온라인 카페가 운영돼 프로그램 사용 학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교사로서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받고 있어요.

    디유스쿨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과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수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더욱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지식재산권·저작권 등에 대한 문제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지켜본 학생들의 디지털 저작권 인식 수준은 어떤가요?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지식재산권,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방송 캡처 이미지나 음악, 영상 등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유하고,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학생이 많아요. 

    디유스쿨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디지털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만든 사람의 소중한 창작물로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안내하는데요.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한 후 학생들은 ‘내가 찍은 사진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신기하다’, ‘앞으로 이미지를 공유할 때 저작물이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겠다’ 등의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 그밖에도 디유스쿨 수업 후, 학생들로부터 효과를 체감한 적이 있나요? 

    수업 도중 제 노트북 화면이 학급 TV와 연결된 적이 있어요. 사이트에 로그인하려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의 개인정보가 화면에 보인다’고 말해줬습니다. 디유스쿨 개인정보 보호 수업 이후 학생들에게 경각심이 생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학생이 ‘SNS에 허락 없이 친구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도 초상권 침해라고 생각해 사진을 내린 적이 있어요’라는 말을 전해왔어요. 학생들이 일상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 속 상황과 연결해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수업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 최근 딥페이크·사이버도박 등의 사회적 문제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죠. 실제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나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딥페이크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이 ‘나쁜 것이에요’, ‘범죄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하며 딥페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사이버도박에 대해서는 자신과는 크게 관련 없는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사이버도박이 나쁜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직접적인 경험과 노출 여부가 없어 크게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같이 청소년 범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련 교육을 통해 사전에 청소년들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디지털 유스 스쿨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 중인 장하나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 디지털 유스 스쿨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 중인 장하나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 디지털 범죄가 특히 청소년들에게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대부분 청소년은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인터넷과 SNS를 사용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교육받지 못했어요. 아직 성장기인 청소년들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다 보니,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SNS와 각종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아요.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죠. 올바른 디지털 윤리의식을 갖추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천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저는 디유스쿨을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판단력과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디지털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올바른 디지털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모든 청소년에게 체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해 안전하게 디지털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학교 현장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학교는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합니다.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밖에 교과 수업 시간에도 부분적으로 올바른 디지털 기술 활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됩니다. 

    교사들의 경우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연수’에 참여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 이 같은 현실에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은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 분별 능력, 문제 해결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이나 저작권 침해,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한 사이버 중독 등의 문제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나 앱, SNS 활동에 대해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사용 시간을 통제하기보다는,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부모가 알아야 해요. 디지털 공간에서도 지켜야 하는 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특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받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무엇이고 그것을 왜 조심해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끝으로, 디지털 사회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사회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남기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공간처럼, 디지털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상호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기술의 무한한 발전은 놀랍고 특별하지만, 그 기기를 개발하는 자와 사용하는 자는 모두 사람입니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곧 사람인 셈이죠.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은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람으로서 함께 배우고 노력하자고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