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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만 많이 외우면, 문법을 잘 알면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진짜 영어 실력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17년 넘게 영어 독서교육 현장을 지켜온 최정희 대표는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한 문장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글의 흐름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는 것. 이것이 곧 영어 문해력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단순히 교재를 만드는 교육자가 아니다. ‘문해력은 곧 사고력이며,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철학 아래, 현장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영어 문해력 프로그램 ‘Bridge to Literacy’(이하 BTL)를 직접 설계하고 실천해왔다. 그는 시험 성적이 아닌, 진짜 영어 실력을 키우는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과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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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문해력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영어 독서지도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해력 수업법에 대한 강의도 함께 진행해 왔어요. 민간 자격증 발급 과정이 포함된 강의였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은 평가를 주셨죠. 그런데 실제로 강의 내용대로 수업을 운영하는 강사님들은 많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대부분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었더라고요. 바로, 수업에 꼭 맞는 교재와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수업을 제대로 하려면 지도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콘텐츠와 교재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하잖아요.
그 고민 끝에 ‘모두가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영어 문해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라는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해서 ‘Bridge to Literacy(BTL)’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교재 제작을 넘어서, 강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던 거죠.”
─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영어책을 읽을 때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영어 문장을 읽을 때 가장 흔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어요. 마치 ‘나는 / 간다 / 학교에’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우리말로 바꾸면서 해석하려는 거죠. 그러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문맥에서 의미를 유추해보려 하기보다 일단 뜻을 찾아보는 데 집중해요. 이건 예전에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익숙했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에요.
하지만 ‘읽기’란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글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사고 활동이에요. 문장 너머의 의도, 문맥 속 중심 내용을 추론하는 힘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단어 하나하나를 따지는 대신, 글 전체의 흐름과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훈련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영어 독서에서 중요한 건, 해석이 아닌 이해입니다. 아이들이 글을 읽을 때 ‘이 글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게 저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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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BTL만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요?
“BTL은 단순히 한두 번의 수업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영어 문해력 수업을 좀 더 일반화하고, 누구나 믿고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전문성 있는 강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파닉스부터 초등 고학년 수준까지, 약 5년 동안 단계별로 문해력 수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짰고요. 또 이 수업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 강사 양성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BTL을 도입하려는 모든 강사님께 반드시 이 양성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있어요. 단순히 교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업을 맡는 선생님이 충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런 과정 덕분에 저희 프로그램은 누가 가르쳐도 똑같이 잘 되는 수업이 아니라, ‘준비된 선생님이 이끌어가는, 신뢰할 수 있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수업을 안정적으로 오래 받을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BTL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 커리큘럼과 강사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그럼 실제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글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BTL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해(Understanding)’와 ‘분석(Analyzing)’이에요. 단순히 단어를 아는 것, 표현을 외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 전체의 의미와 메시지를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예를 들어 Marc Brown의 『Arthur’s Pet Business』라는 책이 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Arthur가 자신의 책임감을 부모님께 증명하는 이야기인데, 저학년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이 책을 저희는 4주간에 걸쳐 읽고, 다양한 사고 활동을 함께 진행해요. 첫 주에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 즉 주인공과 배경, 플롯을 파악해요. 다음 주에는 Arthur가 자신의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정리해보고요. 세 번째 주에는 그가 겪은 어려움과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며 문제 해결의 흐름을 따라가게 해요. 마지막 주에는 인물 분석을 통해 Arthur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결국 이 이야기의 핵심 주제인 ‘책임감’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죠.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단순히 영어책을 읽었다는 데서 멈추지 않아요.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스스로 발견하며, 글 속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자라나죠. 영어 표현이나 단어를 외우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Put one’s foot down.’같은 표현이나 ‘Responsibility’, ‘Advertise’ 같은 단어만 외운다고 해서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얼마나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기 언어로 표현해봤느냐 하는 거죠. 저희 수업은 바로 그런 깊이 있는 읽기와 사고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 사고 중심 수업이 참 인상 깊은데요. 프로그램 안에 구성된 세 가지 시간, ‘Literacy Time’, ‘Skill Time’, ‘Library Time’은 각각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BTL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수업은 총 세 가지 핵심 시간으로 구성돼 있어요. 먼저, ‘Literacy Time’은 말 그대로 문해력 향상을 위한 시간이에요. 아이들이 픽션 원서를 읽으면서 주제와 흐름을 파악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메시지를 이해하는 다양한 사고 기술(Thinking Skills)을 함께 연습해요.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독해 능력이 길러지죠.
그다음은 ‘Skill Time’이에요. 이 시간에는 주로 논픽션 글을 활용해요. 아이들이 읽고, 듣고, 쓰고, 말하는 영어의 4가지 기본 기능을 연습하면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함께 키워나가는 시간이에요. 실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실전 훈련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마지막으로 ‘Library Time’은 다독을 위한 시간이죠. 아이들이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책을 자유롭게 읽으면서, 문해력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기도 해요. 이 시간에는 억지로 과제를 하거나 문제를 풀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재미있고 관심 있는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언어 감각과 표현력을 키우는 거죠. 이 세 가지 시간이 함께 돌아가면서 아이들은 단단한 영어 문해력의 뿌리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 수업에서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 원서를 모두 활용하고 있어요. 두 가지 종류의 글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로 수업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나요?
“문해력 수업에서 ‘어떤 글을 읽느냐’는 정말 중요해요. 먼저 픽션, 즉 문학 작품은 아이들이 깊이 사고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요. 문장 너머의 의미, 등장인물의 감정, 이야기의 흐름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메시지까지 등 이런 것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행간을 읽고, 맥락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죠. 하지만 영어 문해력 수업은 ‘외국어 학습’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도 있잖아요. 아이들이 영어 문장을 정확하게 읽고 해석하는 훈련도 함께 필요해요. 이때 등장하는 게 바로 논픽션이에요. 논픽션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쓰인 글이라서, 문장 구조가 명확하고 간결하거든요. 논픽션은 아이들이 문장을 읽으며 정확한 구조를 파악하고, 논리적인 글 읽기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정리하자면, 픽션은 깊은 사고를, 논픽션은 정확한 이해를 위한 도구예요. 두 가지 글을 균형 있게 읽으며, 아이들은 의미 있는 사고 활동과 정확한 읽기 능력을 동시에 키워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둘을 반드시 함께 사용하죠.”
─ 현장에서 수업하면서, 문해력 향상의 효과가 또렷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을까요?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참 많은 아이가 떠오르지만,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한 친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 아이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영어 학원을 다녔고, 챕터북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어요. 실제 수업에서 책을 읽어보면 ‘선생님, 이 단어는 무슨 뜻이에요?’하고 계속 물어보느라 한 페이지도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고요. 이 친구는 영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우리말로 바꾸려는 습관이 아주 강했어요. 단어 뜻을 모르면 넘어가지 못하고, 문장을 해석하지 않으면 읽은 게 아니라고 느끼는 거죠. 사실 이런 방식은 우리가 영어를 배워왔던 익숙한 방법이기도 해요.
먼저, 그 아이에게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괜찮아. 일단 끝까지 읽어보자’라고 말했어요. 다 읽고 나서는 이야기의 큰 줄기, 예를 들어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결됐는지’를 스스로 정리해보게 했어요. 처음에는 아이도 많이 힘들어했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책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문장을 단어 단위로 끊지 않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 거죠. 아이 스스로도 책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고요. 이 친구의 변화는, 문해력이란 단순히 영어 실력이 아니라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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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학생들의 변화를 이끄는 건 교사의 역할일 테죠. BTL이 특히 강사 교육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문해력이 자라려면 그 성장을 이끌어주는 교사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BTL은 단순한 ‘교재’나 ‘수업 틀’로 보지 않고, 교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니에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능력이죠.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초등 저학년 때는 말하기 위주 수업을 하다가 고학년이 되면 곧바로 중학교 선행학습이나 수능식 문제 풀이 수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많은 영어 강사분이 시험 대비에는 익숙하지만, 픽션을 문해력 수업으로 풀어내는 방법에는 어려움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야기 속 구조나 메시지를 어떻게 분석할지, 어떤 사고 기술을 활용해 접근해야 할지를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결국 아무리 좋은 문학 원서를 갖고 있어도, 기존의 ‘해석 중심 수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 강사 양성에 집중해요. 강사님들이 먼저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 이야기 속에 어떤 사고 훈련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글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줄 수 있으니까요. 좋은 교재가 아무리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교사의 전문성에 달려 있어요. BTL은 문해력 전문가로서의 교사를 키우는 것을 교육의 첫걸음으로 생각합니다.”
─ 강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 공감이 됩니다. 그렇다면 강사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며, 실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강사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단연 ‘책임감’이에요. 영어 문해력은 단순한 언어능력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그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된 문장이나 누군가가 편집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영어 문해력 수업은 단순한 ‘영어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생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강사님들께는 늘 말씀드려요.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사람들이다’라고요. 문해력은 그만큼 무겁고도 중요한 교육이에요.
실제 교육 과정은 문해력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함께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요. 그다음에는 아이들의 읽기 발달이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고, 영어 원서를 어떻게 읽고 다룰지를 함께 배웁니다. 이어서, 효과적인 읽기 전략과 기술들을 익히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 것을 수업 속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을지 실제적인 방법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져요. ‘수업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진짜 의미 있는 읽기를 만들어가는 법’을 고민하는 과정이에요.”
─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또,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현장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들 말씀하시는 게 바로 ‘쓰기’에 대한 부담감이에요.
BTL은 단순히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 아이 중에는 깊이 있게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도 서툰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고, 끌어주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껴요.
그럴 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처음에는 한두 문장도 겨우 쓰던 아이가, 점차 세 문장, 네 문장으로 늘려가는 걸 눈으로 보여주는 거죠. 그걸 포트폴리오처럼 정리해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기 성장을 실감하고 '아, 나도 해냈구나!' 하는 자신감과 동기를 얻게 돼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글쓰기’가 숙제가 아니라,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라는 걸 점점 알아가게 돼요. 교사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죠.”
─ 그렇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기존 영어학습 방식과 비교해 이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부모님이 ‘영어 실력을 키우려면 어떤 문제집이 좋을까요?’, ‘어떤 단어를 더 외워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언어는 사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영역이 아니에요. 꾸준한 노출과 반복, 그리고 의미 있는 사용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진짜 발화와 이해로 이어지는 것이거든요.
문제는 지금 대부분의 영어학습이 해석, 단어 암기, 문법 위주로 진행된다는 거예요. 이런 방식은 시험 성적에 따라 실력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판단하게 만들어요. 아이가 시험을 잘 보면 ‘실력이 늘었구나’라고 착각하기 쉽고, 시험이 안 되면 또 다른 학원이나 방식으로 쉽게 갈아타게 되죠.
단어 암기나 문제 풀이는 사실 영어 문해력이라는 바탕이 제대로 갖춰진 후에 해야 할 일이에요. 마치 국어 시험도 책을 많이 읽고 읽는 능력이 길러진 다음에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요. 아직 시험 점수가 결정적이지 않은 초등 시기에는 무엇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언어의 구조와 의미를 체득하는 경험이 훨씬 중요해요.
BTL은 바로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이 픽션 문학을 통해 행간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며,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힘을 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확성과 유창성을 갖추게 돼요.
반면, 문해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시험의 유형이나 난이도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결국 진짜 영어 실력의 기반은 ‘문해력’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준비도 결국 그 기반 위에서 더 탄탄하게 다져지는 거니까요.”
─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적 효과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영어 원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고의 깊이 자체가 달라지게 돼요. 이건 단순히 언어능력을 넘어서 아이의 전반적인 학습 태도와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죠.
저희 프로그램은 약 5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는데요, 그동안 아이들은 다양한 사고 활동을 통해 읽기의 기본기부터 요약, 분석, 비판적 사고까지 차근차근 훈련받게 돼요. 그렇게 쌓인 경험은 영어 과목에만 국한되지 않고,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학습 영역에서 요구되는 고차 사고력으로 확장되죠.
특히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교과서 속 정보나 문제를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해석하고 연결 짓는 능력이 중요해지잖아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란 아이들은 바로 그런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돼요.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업 성취도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끼는 건, 문해력이 단단한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 있게 읽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건 곧,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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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영어 문해력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요? BTL이 그 안에서 추구하는 비전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영어 교육을 보면, 여전히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수능 영어가 평가하려는 핵심 역량은 ‘문해력’, 즉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이죠.
실제 학교나 학원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단어 암기, 문법 설명, 단문 해석,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단어와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죠. 문해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중심 내용을 읽어내는 사고의 힘이거든요.
BTL은 아이들이 글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수능을 위한 준비도 결국은 문해력 중심의 수업방식으로 전환돼야 진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전략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문해력은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문제 해결력의 핵심이에요. 그래서 영어 문해력 교육은 단순히 언어 실력을 높이는 걸 넘어서, 사고력과 학습 전반의 깊이를 키우는 기반 교육이 되어야 해요. 특히 초등 시기부터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이 잘 이뤄진다면 아이는 시험은 물론이고 어떤 학습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과 힘을 갖게 되죠.
BTL은 그 시작을 함께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언어를 통해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지켜가고 싶은 비전이에요.”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학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난 17년 동안 영어 독서지도 학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아이보다 조급한 어른의 마음이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습을 볼 때였어요.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하며 자꾸 학습 방향을 바꾸고, 당장 결과에 너무 집중하면 아이는 언제 자기 속도로 생각하고, 배우고, 자랄 수 있을까요?
영어는 단지 ‘점수’를 위한 도구가 아니에요. 영어 자체를 잘할 수 있는 힘, 그러니까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진짜 실력을 길러주는 게 먼저예요. 그 시작점은 늘 ‘읽기’에서 출발한다고 저는 믿어요.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고, 글로 표현해보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의 영어 실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자라납니다.
학부모님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영어 문해력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며 내면을 채워가는 힘이니까요. 아이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진짜 교육이듯이, 점수보다 본질을 바라보며 아이의 ‘진짜 영어 실력’을 함께 키워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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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희 리더스메이트 대표
20년 가까이 영어 독서교육 현장을 지켜온 영어문해력 교육 전문가로, ‘Bridge to Literacy’를 비롯한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현재 영어교육연구소 리더스메이트 대표이자 고려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며, 영어독서지도사 민간자격과정을 운영하며 전문 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문맥잡는 영어리딩』, 『기적의 유아영어』 등 실용적이고 현장 중심의 영어 학습서를 다수 집필했다.
교육뉴스 유아·초등
최정희 리더스메이트 대표, 영어 문해력 교육의 ‘본질’을 짚다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단어 암기와 문법 중심에서 벗어나,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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