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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는 책읽기와 글쓰기,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도서 내용 분석 문제를 틀려서 짜증을 내는 아이,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 항상 예문을 써 달라고 하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닌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때 교사는 교실에서의 목표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실은 당연히 글을 쓰고, 발표하는 기술을 갈고닦는 곳이지만, 이따금 그 ‘목표’에만 매몰되면 교사와 학생 모두 오히려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목표만을 생각하면 교사는 학생이 문제를 틀린 것과 상관없이 빨리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고,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무엇이든 그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길 바라며 조급해진다. 그러나 교실에서 펼쳐지는 그러한 상황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넘어간다면 같은 상항은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교실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목표를 두기보다, ‘무엇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목표를 둬야 한다. 결과물은 크고 작은 여러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쓸 수 있는 데까지만 써 보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보자.”
아이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기로 약속한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다. 이러한 말은 아이들에게 완벽보다 도전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해 볼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한 아이가 처음 등원했을 때의 일이다. 아이는 원고지에 첫 글자를 쓰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교사는 커다란 원고지에 잔뜩 겁을 먹은 그 아이에게, 처음 온 날이니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인생 처음 맞닥뜨리는 글쓰기라는 산을 자신이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 오를 수 있을지를 정확히 알아야 산에 오를 수 있는 학생이었다.
학생이 마음을 좀 진정한 후에 글쓰기 개요를 하나씩 짚으며 어떤 내용이 있는지 직접 차분히 읽어보게 했다. 그 내용은 전부 수업 중에 아이가 직접 말로, 글로 표현했던 것들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왜 이걸 못한다고 했을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교사가 ‘글을 써 보겠니?’라고 묻자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글쓰기를 해냈다. 그 후 지금까지도 매주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이제는 수업 도서 줄거리 요약을 혼자 척척 해내고, 글쓰기 개요를 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용부터 차곡차곡 글에 담아내며 매주 자신만의 결과물을 쌓아 가고 있다.
‘발표토론심화수업’ 때의 일이다. 평소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가 발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 교사는 학생이 한 마디라도 발표해 보는 경험을 해 보길 바랐다. 그래서 학생 옆에 나란히 앉아서 교사와 같이하면 해 볼 수 있겠는지 물었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작은 목소리지만 자신이 작성한 발표 원고를 교사와 함께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들이 쌓여 본인이 파악한 도서 내용, 그것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종알종알 말하게 됐다.
서두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문제를 틀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짜증 내던 아이는 실수도 배움의 일부라는 것을 경험해가고 있다. 맞춤법이 틀리는 것이 두려워 문장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던 아이도, 이제 도서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자신만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어려움 없이 써 내려가게 됐고, 부교재와 글쓰기 첨삭을 통해 맞춤법도 차근차근 익히고 있다.
교사는 그저 아이들이 교실을 말과 글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으로 느끼게 해 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교실에서 낸 작은 용기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글쓰기와 말하기 기술을 스스로 익혀 간다. 더 많은 아이가 교실에서 마음 놓고 실수하며 성장하길 바란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교실 속 작은 용기로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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