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문성준의 학종 전략 자료집] 고1들이여, 주제 탐구의 감을 잡자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기사입력 2025.04.18 09:00
  • 이제 곧 1학기 1차 지필고사를 치른다. 고1들에게 첫 지필고사는 수시 학생부전형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지 판가름하는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교과 성적을 받으면 곧바로 ‘정시파이터’로 ‘전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현 대학입시에서도 위험한 ‘정시파이터’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상위권 대학에서 더욱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정시파이터’를 아예 염두에 두지 말 것을 권한다.

    2026학년도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교과우수전형), 성균관대(사범대학), 한양대 등이 학생부 종합평가 내지는 교과평가를 한다. 2028학년도부터는 중앙대, 경희대까지 확대될 것이 분명한데(경희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따른 전형 개선 연구, 2025. 2.>), 아마도 더 많은 학교가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고1이라면, 학생부 교과 성적과 특기사항 관리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하자. 물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일반고 재학생일수록 학력평가 공부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이번 글에서는 주제 탐구의 방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주제 탐구의 감을 잡기 어려운 고2·고3도 참고하면 좋겠다.

    ◇ 수동적인 수행평가와 능동적인 주제 탐구

  •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고1 학생들은 3~4월, 여러 과목 선생님들로부터 수행평가 안내를 받았으며, 일부는 평가가 진행 중일 것이다. 어떻게든 수행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 싶어, 수행평가 안내를 ‘해독’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지금 자신이 준비한 내용이 적절한지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다. 우선 수행평가의 유형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①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② 교과에서 배운 개념,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③ 교과에서 배운 개념, 원리를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 지어 새로운 대상에 대해서 탐구한 바를 확인한다.

    각 유형의 사례를 들어보자.

    ① [공통수학Ⅰ] 2차 방정식의 계수와 근의 관계를 다룬 문제를 직접 만들고 풀이한다.

    ② [통합사회Ⅰ] 선택해야 하는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 과정을 토론과 글쓰기로 한다.

    ③ [통합과학Ⅰ]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 중 자신의 진로나 관심사와 연결 지을 수 있는 과학 현상 하나 선택하여 탐구한다.

    ①, ②, ③ 각각이 요구하는 바는 서로 차이가 꽤 크지만, 수행평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충실하게 준비했다면 평가 점수는 차이가 없다. 이렇게만 보면 각 수행평가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게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런데 위 수행평가가 학생부 특기사항에 어떻게 기재될지 생각해 보면 각각의 경우 꽤 달라진다.

    ① “공통수학Ⅰ: 2차 방정식의 계수와 근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난이도 높은 문제를 직접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알기 쉬우면서도 논리적으로 정합한 풀이를 함.”

    ② “통합사회Ⅰ: 선택의 딜레마 상황에서 공리주의자의 선택은 무엇인지 풍부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토론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로 칸트주의자의 주장을 논박함.”

    ③ “통합과학Ⅰ: 생명현상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칫솔의 위생적 관리 방법을 탐구함. 자신의 칫솔을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미생물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 미생물은 어떤 물질로 제거하거나 생장을 멈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 방법을 설계하고 수행함. 그 결과를 ~하게 분석하여 ~한 결론을 내고 전체 과정을 발표함.”

    ③이 길어서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고, 그래서 대입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①과 ②를 길게 쓴다고 해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①과 ②는 제한된 조건에서 ‘정답’에 가까운 내용을 만들어내야 하는 수행평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수행평가는 대단히 중요한 평가이긴 하다. 교과에서 배워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목을 배우는 이유다.

    하지만 ①과 ②의 수행평가를 우수하게 수행한 것에서 더 이상이 없다면 대학 평가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워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1)교과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잘 이해했는지는 교과 성적과 성취도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2)자신만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3)자신의 진로와 얼마나 관련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③과 같이 능동적 탐구 기회를 주는 수행평가가 특기사항에 제대로 기재된다면, 대학 평가자 입장에서는 이 학생이 무슨 생각으로 무엇에 대해서 어떤 방법으로 탐구해서 어떤 결론을 냈는지 과정을 파악할 수 있고, 그 과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좋은 평가 점수를 줄 것이다.

    ◇ 능동적 주제 탐구(1) ‘테마’의 선정

    그렇다고 모든 수행평가가 ③과 같을 수는 없다. 학교 선생님들은 교과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필고사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이해 수준을 확인하는 수행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 평가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고교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을 원한다.

    수행평가의 유형이 무엇이든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어야 대학입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능력을 보이는 일차적인 방법은 능동적으로 탐구하기이다. 자신만의 동기로 특정 대상에 대해서 특정한 방법으로 조사·실험·분석·비교·적용 등을 해서 결론을 내는 탐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도 경력이 쌓여 3학년 때는 잘하지만, 1학년이나 경험을 쌓지 못한 2·3학년 학생은 난감해 한다.

    그래서 뭔가 체계적인 주제 탐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자신의 탐구 ‘테마’를 선정하는 것이다. 모네는 인간이 인식하는 빛을 재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연꽃을 그렸다. 잭슨 폴록은 예술 작품의 우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캔버스에 물감을 뿌려댔다. 모네가 연꽃을, 폴록이 액션 페인팅을 선택했듯이 그것이 무엇이든 관심을 끄는 것이라면 골라보자. 모네처럼 사물이어도 되고, 폴록처럼 방법이어도 된다.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대상이 아니어도 된다. 세상과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 지독히도 관심이 없는 상태여도 무언가 하나는 조금이라도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것이어도 상관없다. 뭐든 하나만 골라보자.

    ‘테마’를 선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중 흥미를 느낀 것을 택하는 것이다. 흥미를 준 것이 개념일 수도 있고 원리일 수도 있고 사건이나 현상일 수도 있다. 혹은 특정한 원리로 특정한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 능동적 주제 탐구(2): 질문하기

    산화의 하나인 연소가 재난이 된다면 화재이다. 화재는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에게 비극을 안겨주는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화재를 테마로 설정한다면, 그다음에는 화재, 화재와 연관된 무엇이든 그것에 질문을 해보자. 질문은 중구난방이며 끝도 없다. 떠오르는 대로 마구 적어보자.

    - 산화의 정의는 무엇인가? 연소의 정의는 무엇인가?

    - 연소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중에서 화재와 관련 있는 연소는 무엇인가?

    - 연소 과정에서 관련 있는 화학적 작용과 물리적 작용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작용을 방해하거나 유지하거나 가속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 어느 물질이 연소하느냐에 따라 화재의 성격은 달라지는가? 화재의 성격에 따라 진압의 방법은 어떻게 다른가?

    - 산불의 원인은 무엇인가?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인위적인 산불의 원인은 무엇인가?

    - 연소가 일어나는 주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온도, 습도, 공기의 흐름, 공기의 구성 등은 연소 전과 어떻게 달라지는가? 산불과 같은 대형 화재는 주변 지형에 따라 복사열의 전달이나 공기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가?

    - 연소의 화학반응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는가?

    - 연소로 인한 주변 환경의 변화는 수학적으로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는가?

    - 산불을 산에 사는 모든 생명 종에게 불리하기만 한 것인가? 산불로 이득을 얻는 생물 종은 무엇인가? 이들이 산불로 이득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와 반대로 산불로 피해를 입는 생물 종은 무엇인가? 산불로 산의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겪는가?

    - 산불이 자연적으로 발화하거나, 실화로도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 조건은 기상 상태나 기후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 산불은 식물종의 구성에 따라 발화와 확산이 달라지는가? 국가의 조림 정책에 따라 산불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는가? 한국의 조림 정책은 산불에 취약한가?

    - 산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무엇인가? 산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대도시 주민과 산과 가까이 사는 산촌·농촌 등의 주민의 인식은 다른가? 다르다면 왜 다른가?

    - 대도시 주민들은 산불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대도시 주민들의 규모가 다른 지역 주민의 규모보다 압도적으로 크므로, 한 국가의 산불 정책은 산불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울까?

    산불이 아닌 도시의 화재, 공단의 화재, 그리고 최근 주목받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에 대해서도 과학적 원리, 사회적 조건, 대처 방법 등에 대해서도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실 끝이 없다. 다만, 질문은 여러 방향에서, 여러 차원에서, 여러 입장에서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런 질문들은 더 심화된 탐구가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처음 선정한 테마는 다른 테마로 바뀔 수도 있다. 어쨌든 질문을 정제하고 다듬으면, 바로 탐구 주제가 된다.

    ◇ 능동적 주제 탐구(3): 교과 내용과 연결하기

    애초에 교과 내용에 대해서 질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교과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 탐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든 교과 내용과 무관하게 질문을 던진 경우든 교과 내용과 더 적극적으로 연결 지어보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전자라면 확인의 과정이기도 하다.

    수학은 학교에서 언제나 배운다. 다만 학년, 학기마다 내용이 다르다. 1학년 1학기에 다항식을 배운다면 연소, 화재 등과 관련한 자연적, 사회적 현상을 다항식으로 표현해 보는 작업을 할 수 있다. 후에 미적분을 배운다면 연소와 화재의 변화를 미분과 적분으로 기술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확률과 통계를 배운다면 특정 조건에서의 화재 발생 확률, 실제 화재 통계의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어떤 현상이든 물질과 관련된 점이 있다면 과학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현상이든 인간이 인식하고 다룬다면, 그 자체로 인문‧사회적 성격을 띤다. “왜 인간은 우주 개발을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과학 원리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문자로 표현된 글로 지식을 습득하므로, 국어와 영어 교과와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을 억지로 국어나 영어, 제2외국어 과목들과 연결 짓는 것은 어색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 수동적 수행평가를 극복하기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유형의 수행평가 중 ③의 경우는 능동적 주제 탐구를 하기에 어렵지 않지만 ①과 ②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행평가 과정에서 배운 개념, 원리, 적용과 같은 방법, 다룬 대상에 대해서 새로운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2차 함수로 표현할 수 있는 상관관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근사적으로라도 실제 현상 중 2차 함수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를 궁금해하는 것이다. 또는 공리주의가 현실에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사례들(주로 정책 결정)을 분석하고, 이 사례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고 극복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추가 탐구 내지는 심화 탐구다.

    앞에서 수행평가 ①과 ② 유형은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것만 학생부 특기사항에 기재되면 그다지 매력이 없는 학생부가 되므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추가적인 심화 탐구를 하는 방법뿐이다. 물론 모든 과목의 모든 수행평가에 대해서 이렇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로 볼 때, 혹은 자신의 관심사로 볼 때 조금이라도 더 중요한 과목에서의 추가 심화 탐구는 필수로 여기는 것이 좋다. 추가 심화 탐구는 밋밋한 수행평가 기재 내용을 바꾼다.

    ② “통합사회Ⅰ: 선택의 딜레마 상황에서 공리주의자의 선택은 무엇인지 풍부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토론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로 칸트주의자의 주장을 논박함. 이후 한국의 조림 정책을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분석함. 공리주의는 한국 조림 정책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가능함을 보여 공리주의를 적용한 사람이 어떤 궁극적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이용될 수 있음을 입증함. 이를 바탕으로 공리주의에 생태주의를 더해 한국 조림 정책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을 제시함.”

    테마 선정과 질문하기 과정의 반복은 자신만의 테마를 수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3학년쯤 되면 자신만의 테마에 대해서 정말 수준 높은 탐구를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전에 이런 테마 저런 테마에 집적대며 방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평가자는 이 과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폼 나는 테마 하나를 일관되게 탐구해야 한다는 환상이자 부담은 떨쳐 버리고 지금 눈앞에서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에서부터 탐구를 시작하면 된다.

와이비엠0417

교원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