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뇌 과학 박사 “아이에게 ‘실패’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세요” (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4.15 08:00
  • 김보경 박사 제공.
    ▲ 김보경 박사 제공.

    많은 부모가 자녀의 훈육을 문제로 시행착오를 겪곤 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괜히 움츠러들거나, 훈육할수록 엇나가는 아이를 보며 속앓이를 하는 부모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잘못된 훈육 방법은 아이와 부모 모두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의 두뇌 성장을 지원해 온 김보경 신경심리학 박사는 “뇌는 실수를 통해 더 잘 배운다”며 “아이의 실패를 막거나 혼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보경 박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뇌 과학을 전공하고, 두뇌발달연구소 스튜디오B를 운영하며 브레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학자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현실적인 훈육 방법을 개발하고 나누며 많은 부모의 신뢰를 얻었다.

    조선에듀는 김보경 박사와 함께 훈육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가 전하는 뇌 과학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이고 진심 어린 조언을 들어보자.

    ─ 뇌 과학을 기반으로 한 훈육법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뇌과학 훈육이란 무엇이며, 일반적인 훈육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저는 “할 수 있으면 했다”라는 말을 부모님들께 자주 이야기해요. 아이가 어떤 행동을 잘못한다면 그것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워요. 행동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뇌가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뇌의 입장에서 볼 때 훈육은 학습의 과정이에요. 충분한 학습을 거치면 뇌는 변하게 되고, 아이의 행동도 결국 변해요. 부모는 ‘왜 그 행동이 어려운가?’, ‘어떤 능력을 키워야 가능한가?’를 바라봐야 해요. 아이들이 좋은 행동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①상황에 대한 이해력, ②더 좋은 혹은 더 중요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판단력, ③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 능력들을 키워가는 것이 뇌 과학 훈육의 목표예요. 

    ─ 훈육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있나요?

    저는 훈육을 시작하기에 이른 나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훈육을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일’로만 보지 않고 아이의 뇌 발달에 맞춰 세상의 규칙을 배우고 익히도록 돕는 과정으로 본다면, 훈육은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뇌는 언제나 배우고 있으니까요. 0세는 단지 ‘아기’로만 보기 쉬운 시기지만, 뇌과학적으로는 감각 회로와 신뢰의 기반이 폭발적으로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모가 곁에 있고, 따뜻하게 반응하며, 반복적으로 아이의 몸과 마음을 살펴 조율해주는 것이 아이의 첫 번째 훈육입니다.

    ─ 아이의 성장 시기에 따라 훈육 방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태어난 직후인 0세의 아이라도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려는 능력은 이미 갖고 있어요. 안정적인 일과의 흐름은 아이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게 도와주고, 이는 뇌에 큰 안정을 줍니다. 여기에 짧고 리듬감 있는 말을 붙이면 아이와의 소통도 가능해집니다. 벨트를 채워주며 “똑딱”이라고 반복해보세요. 아이는 ‘똑딱’이라는 말을 들으면 벨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만 1~2세는 자율성이 폭발적으로 자라는 시기입니다. 이제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어디로든 가고 싶고, 무엇이든 만지고 싶어져요. 지루한 밥 먹기는 하기 싫고, 장난감만 갖고 놀겠다고 하기가 일쑤예요. 못하게 하면 울고불고하죠.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이에요.

    아이에게 탐험의 기회를 많이 주세요. 손을 잡고 걸어 다니며 아이가 손으로 가르치는 것을 함께 구경하고 이름을 알려주세요. 동시에 부모의 삶에 아이를 초대하세요. 식사 시간엔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함께 먹고, 장보기나 청소 시간엔 아이에게도 할 일을 주세요.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보며 배웁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세요.

    만 3세 즈음 아이들은 차츰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배울 준비를 하게 됩니다. 뇌의 전두엽이 점차 발달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감정 반응을 넘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말로 설명하고,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하는 시기예요. 이 시기의 아이는 “왜?”라는 질문이 많아지고, 친구와의 역할 놀이를 통해 사회 규칙을 배우기도 합니다. 이때부터는 “안 돼! 그만해!” 같은 단순한 제지보다는 ‘왜 그런 행동은 안 되는지’를 이해시키고, 더 좋은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해요. 아이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상황에 대해 생각하도록 기회를 주세요.

    아이의 선택권을 빼앗는 훈육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뇌가 ‘행동-결과’의 고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 데이터가 쌓일수록 아이는 좋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미리 알려주며 아이의 실패를 막지 마시고,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무엇이 더 좋은지 깨우칠 기회를 주세요. 뇌는 실수에서 가장 잘 배우거든요.

  • ─ 그렇다면, 부모의 훈육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는 무엇일까요?

    아이를 즉각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바로 고쳐야 하고, 말 한마디에 곧바로 듣기를 기대하죠. 그러다 보니 점점 강하게 말하게 되고, 협박이나 비난 같은 방식으로 흐르기 쉬워요. 이런 접근은 부모와 아이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부모는 아무리 훈육해도 효과가 없다고 느껴 좌절하고, 아이는 반복적으로 혼나면서 자신이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조급함은 오히려 학습을 방해하죠. 뇌는 언제나 배우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며 배우고,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통해서도 배우고, 책이나 영화의 영향도 받죠. 좀처럼 변화가 없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몰라보게 자라있는 게 아이들입니다. 길게 보세요. 

    ─ 자녀의 두뇌발달과정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네요. 첫째,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영역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 지금 그 아이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일 수 있어요. 친구와 자꾸 다툰다면 갈등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고, 숙제를 계속 미룬다면 시간 관리와 실행력이 아직 미숙하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싸우지 마”, “빨리해” 같은 지시는 마치 아이가 지금 당장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들리죠. 아이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지시가 아니라, 학습과 연습입니다. 아이 자체를 문제로 보지 말고,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을 박탈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몸을 움직이며 자기 몸을 조절하는 법,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법,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만들어갑니다. 그런데 너무 이른 나이부터 얌전히 앉아 있기를 요구하면, 그 중요한 발달 기회를 놓치게 돼요. 특히 한국 사회는 아이들을 너무 빨리 앉히고, 어른의 말이나 정해진 수업을 따르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해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아이의 선택이 실패로 이어진다면, 이후 부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이유는 항상 올바른 결정을 하기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통해 배우게 하기 위함입니다. A를 선택했을 때 좋은 결과가 오고, B를 선택했을 때 불편한 결과가 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A를 더 자주 선택하게 돼요. 아이의 실패는 학습의 기회이자 뇌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실패했을 때는 “왜 그렇게 됐을까?”, “그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함께 돌아보세요. 어떤 건 아이가 스스로 깨닫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비탈길을 달리다 넘어진 아이는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몸으로 배우게 되죠. 반면 어떤 상황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자꾸 늦게 자서 지각하는 아이에게는 “몇 시쯤 자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겠죠.

    아이의 실패를 막으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하세요. 10시에 자기로 결심하더라도 분명 잘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왜 약속을 안 지키냐”고 혼내실 필요는 없어요. 처음부터 안 될 것을 가정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거예요. 저녁을 일찍 먹거나, 숙제를 미리 하거나, 귀가 후에는 샤워를 먼저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아이의 이해력, 판단력, 실행력을 키우는 과정이에요. 

    뇌는 실수를 통해 더 잘 배웁니다. 부모가 나서서 정해주지 말고 아이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게 하면 돼요. 그 과정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 최근 아이에게 공감하는 훈육법이 유행처럼 떠올랐습니다. 한편에서는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훈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그건 아마도 공감을 허용으로 오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공감은 훈육의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진 능력이자 삶의 태도입니다. 공감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정적·인지적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해요. 즉, 내 입장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힘이죠. 

    공감 때문에 훈육이 잘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공감은 아이에게 더 친절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출발점이에요. 아이가 식당에서 자꾸 돌아다니려 할 때 ‘앉아서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제안할 수 있을 거예요. 숙제를 했다고 거짓말한 아이를 ‘숙제가 버겁지만 솔직하게 말하기는 두려웠구나’라고 이해하면 아이의 능력에 맞는 적당한 숙제를 책임지고 하도록 지도할 수 있고요. 

    공감은 행동 이면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쉬운 일은 아니죠. 언제나 잘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푸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겁니다.

    ─ 육아 및 훈육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자책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많은 부모가 훈육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참다 참다 화가 폭발한 뒤 깊이 자책하곤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부모 역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아이의 뇌가 반복을 통해 성장하듯, 부모도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오늘까지 조금씩 자라왔어요.

    공감 능력, 아이와의 소통 능력, 감정 조절 능력 역시 연습을 통해 조금씩 자라나는 능력입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시도해 보세요. 진지하게 설명해보기도 하고, 놀이처럼 훈육을 연습해보기도 하고, 자기 전 포옹하며 대화해보거나, 가끔은 아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보기도 하고요. 비록 오늘 잘되지 않았더라도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아이가 훈육을 통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문제를 두고 도망치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해결해 간다’는 것입니다. 이 태도를 배운 아이는 자기 인생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끝으로, 올바른 육아를 위해 애쓰고 있는 부모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양육의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용기입니다. 아이를 공감하고 이해해주거나, 실패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은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더 힘든 방식일 수 있어요. 따라다니며 고쳐주고, 일일이 알려주고, 때로는 호되게 혼내서 내가 정한 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더 쉽고 빠른 길처럼 보일 때도 있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그 기다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용기가 필요하고요. 용감하게 사랑하세요. 그것이 아이의 뇌를 성장시키는 가장 깊은 힘이 됩니다. 

  • 빅피시 제공.
    ▲ 빅피시 제공.

    ◇ <아이의 행동이 저절로 바뀌는 훈육의 정석> 김보경 저.

    김보경 박사의 신간 <아이의 행동이 저절로 바뀌는 훈육의 정석>은 아이를 좋은 의사결정자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박사는 훈육의 목표는 아이가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훈육’을 육아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는 부모가 많다. 대개 훈육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훈육을 ‘부모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목표가 아니다. 부모가 지시하고, 아이가 잘 따르는 형태를 추구한다면, 부모는 계속 아이를 따라다니며 지시하고 통제해야만 한다. 또한, 아이는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아이의 행동이 저절로 바뀌는 훈육의 정석>은 아이가 ‘왜 말을 안 듣는지’가 아니라 ‘왜 아직 그 행동을 하기 어려운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능력의 성장을 통해 행동이 바뀌는 실제적인 방법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