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리딩엠의 독서논술] 나만의 혜안을 발휘하는 글쓰기
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5.04.09 09:00
  • 호응에 맞는 문장으로, 일관성 있는 논리 구성을 보여주며, 군더더기가 없는 글을 쓰는 학생들이 있다. 기본기가 잘 갖추어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신감 있게 내 목소리를 담는 글이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색깔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 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원장,
    ▲ 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원장,

    첫째, 찬성, 반대의 입장이 나뉘는 글이라면 두 입장에 대해서 모두 써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에 복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양쪽의 생각을 조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찬성, 반대 입장을 모두 쓰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찬성> ‘1인 가구는 결혼 이전의 청년들이나, 결혼 후 사별 등으로 홀로된 경우다. 그중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결혼 이전의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경제적 부담을 꼽는다. 이들 중 다수는 고시원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기도 하며, 충분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상태가 많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복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장차 30-40년 뒤의 안정된 가구를 늘리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 ‘1인 가구보다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은 한정돼 있으므로, 예산의 활용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출생 문제를 안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신혼부부를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더 낫다. 경제적 부담이 적은 삶을 선택한 1인 가구라면 그 방식은 존중하되, 그런 생활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 1인 가구나, 청소년 1인 가구는 미혼 청년 가구와는 다른 기준으로 복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옳다.’

    엉성하게 이해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펴보는 것은 생각을 깊숙하게 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으로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둘째, 자신이 이 주제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드는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얼마 전에 한 정기간행물에서 “틈만 나면 자기계발 콘텐츠를 보는 데 혈안인 사람은 자기계발을 간절히 원한다기보다는 고요하게 자신의 존재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가장 젊은 날의 철학>, 이충녕)라는 내용을 우연히 읽었던 적이 있다. 배경 맥락은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답을 찾는 출발점을 외부에 두지 않고, 내부에서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글쓰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선생님의 생각을 듣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겠으나, 자신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세히 고려해보는 것이 나답고 빛나는 답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1인 가구 지원 문제를 숙고의 과정 후 써 본다면 어떨까?

    ‘찬성이든 반대이든 그 취지는 국가의 재정을 활용해 필요가 큰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일에 있다. 그런데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에,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란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도움이 필수적이냐’의 여부가 된다. 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도움이 필수적인 경우라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예산을 책정해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라면 예산 규모, 지원 빈도, 도움을 주는 방식의 변화 등에 있어서 융통성을 가지고 계획을 짤 수 있다. 누군가에게 ‘효과적’인 디딤돌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도움이 진정으로 필요할지 고민하고 조심스레, 정성스럽게 지원하는 과정이 있다면, 해결이 차근차근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혜안이 있는 글이란 엄청난 해답을 담은 글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를 담은 글, 그래서 나와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본 글이라면 가치 있는 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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