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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소프트웨어(SW) 교육은 더 이상 특정 직업군을 위한 선택 과목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데이터 리터러시 같은 키워드가 일상 속에 들어오면서 SW 교육은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을 기르는 핵심 교육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레드브릭은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고 2018년 출범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창작 플랫폼 등 레드브릭은 단순한 에듀테크 기업을 넘어 ‘미래 교육 생태계’를 설계하는 종합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조선에듀는 이수욱 레드브릭 본부장을 만나 교육 현장에서 레드브릭이 만들어가고 있는 길을 따라가 봤다.
─ ‘레드브릭’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볼게요. 레드브릭은 어떤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설립됐나요?
“레드브릭은 ‘소프트웨어 창작이 누구에게나 일상이 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2018년에 출발했습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핵심 비전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창업 당시 큰 영향을 준 건 MIT의 미첼 레스닉 교수가 만든 ‘스크래치(Scratch)’라는 플랫폼이었어요. 스크래치는 단순한 코딩교육 도구를 넘어, 전 세계 청소년들이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그래머로 함께 협업하면서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저희는 이 ‘스튜디오’라는 개념이 앞으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봤고, 특히 AI 기술이 그 변화를 더 빠르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가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창작 생태계도 AI와 빅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레드브릭은 ‘뉴칼라(New Collar)’ 세대를 위한 창작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다면, 복잡한 개발 지식 없이도 손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저희가 지켜가고 있는 핵심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기술을 혁신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나가고 있어요.”
─ 현재 레드브릭의 주요 사업 분야와 핵심 서비스는 무엇이며, 차별화된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레드브릭은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느껴지는 복잡함, 그리고 제작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체 소프트웨어 에디터(엔진)를 개발했죠. 덕분에 창작자들은 코드를 몰라도 자신이 원하는 게임이나 앱, 메타버스 콘텐츠를 훨씬 간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마치 웹툰 작가들이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듯, 레드브릭 플랫폼에서도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에디터를 기반으로 현재는 게임, 교육, Web3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입니다. 특히 교육 부문에서 레드브릭만의 강점이 두드러지죠. ‘레드브릭 클래스’는 기존 SW 교육과는 달리, AI 시대에 꼭 필요한 창의성과 실무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실제로 멀티캠퍼스,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인천교육청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도입될 만큼 효과와 혁신성도 인정받았죠.
또, AI나 블록체인처럼 빠르게 변하는 기술 흐름을 발 빠르게 반영하면서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들이 레드브릭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기술력과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창작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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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내외 SW 교육 시장의 주요 트렌드와 변화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나요?
“요즘 국내외 소프트웨어 교육 시장을 보면, 단순히 코딩만 가르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아요.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그 이상을 지향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실제로 써볼 수 있는 AI 리터러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배우는 데이터 리터러시 같은 것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또 단순히 따라 하기보다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하고 소통하는 경험,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보는 윤리적 사고 같은 부분도 교육에 많이 녹아들고 있죠. 이런 흐름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AIDT 교과서 도입 이후 정보 과목에서도 이런 내용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다뤄지고 있고요. 앞으로 초등학교에서도 정보 교육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거라는 전망이 많아요.
저희 레드브릭은 단순히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어떤 환경 변화가 오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건 사실 MIT나 스탠포드 같은 세계적인 교육 기관들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 SW 교육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SW 교육이 필수라기보다는 학습자한테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처음 나왔던 시점부터 10년이 지났죠.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서,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SW 교육은 단순히 개발자 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현해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핵심이죠.
지금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나 빅데이터, 블록체인, 가상현실, IoT나 로봇, 클라우드 같은 기술들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잖아요.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이나 사람들을 보면, 다들 기술을 도구처럼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도,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내죠. 국가적으로도 이런 창의 융합형 인재가 정말 절실한 상황이지만, 교육 현장이 이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실제로 얼마 전에는 국가 차원에서 ‘AI 국가대표팀’을 꾸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던 거고요.
그리고 코딩 교육과 SW 교육은 사실 좀 달라요. 코딩은 개인의 기술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SW 교육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팀과 함께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과정 전체가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SW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거고, 그 중심에 SW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봐요. 미래 교육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 일부 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은 SW 교육의 실질적인 학습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마치 영어 교육이나 수학 교육을 처음 접할 때와 비슷한 오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영어 교육을 생각해볼게요.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통‧번역가가 되려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영어는 전 세계와 소통하고, 더 넓은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가 된 거죠. 게다가 요즘은 통‧번역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굳이 영어를 완벽하게 못 해도 정보를 얻는 건 훨씬 쉬워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빠르게 소통하고 더 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예요.
수학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을 배운다고 해서 다들 수학자가 되려는 건 아니죠. 중요한 건 수학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 창의력, 문제를 해결하는 힘, 그리고 인내심 같은 걸 배우게 된다는 거예요.
SW 교육도 이와 비슷하게 보면 돼요. 아직 많은 분이 SW 교육을 ‘개발자 양성’이나 ‘AI 전문가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지나치게 좁은 시선이에요. SW 교육은 개발자 한 사람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라, AI와 데이터가 연결된 세상에서 다양한 분야에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융합형 사고를 지닌 인재를 기르기 위한 기반 교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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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 교육이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돼 있나요?
“창의력 자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 협업 과정, 데이터 분석, 토론 능력 등은 충분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레드브릭 플랫폼에서는 학습자의 참여도, 논리적 사고, 협업 역량 등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코딩 단계에 들어가면 AI가 코드의 오류나 개선 방향을 자동으로 안내합니다.”
─ 창의성 자체보다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진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맞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인천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가는 방법’을 찾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해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정답이 하나인 문제가 아니기에 해법 자체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보다는, 그 해법을 도출해내는 과정,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탐색하는 사고의 흐름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SW 교육이 아동·청소년의 문제 해결력, 논리적 사고력, 창의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SW 교육이 학습자의 문제해결력, 논리적 사고력, 창의력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SW 교육을 받으면 모두 그런 능력이 성장한다고 단정 짓긴 어려워요. 중요한 건 ‘어떻게 가르치느냐’, 즉 교육 과정과 방식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거죠.
저희 레드브릭클래스도 이런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SW 교육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그 자체에 있으니까요. 문제해결을 단순히 말하자면, 먼저 문제를 작게 나눠보고, 해결 방법을 단계별로 설계하고, 그걸 실제로 코드로 구현해보고, 실행해보면서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이걸 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도 하게 되고, 복잡한 걸 단순하게 바꾸는 추상화 능력도 쓰게 되고, 또 아이디어를 내면서 창의성도 발휘하게 돼요.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까지 함께 키울 수 있죠.
중요한 점은 단순한 이론이나 일회성 경험이 아니라, 실생활과 연결된 문제를 직접 도출하고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학습 경험을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이때 교육 과정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는지, 그리고 이걸 이끌어주는 강사님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느냐도 정말 중요하고요.
최근에는 많은 플랫폼이 SW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순한 실습 위주의 수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팀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디지털네이티브 세대의 학습 특성에 맞춘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은 무엇이며, 레드브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앞서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레드브릭은 문제해결 중심의 PBL(Project-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 방식을 교육 철학의 중심에 두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걸 넘어서 실제 문제를 찾아보고, 그걸 스스로 해결해보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죠.
이런 방식은 이미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효과가 입증됐어요. 특히 이들 국가는 ‘창업의 성지’로 불릴 만큼 혁신적인 인재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바탕에는 어릴 때부터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받아온 경험이 쌓여 있거든요. 이런 교육이 단지 대학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K-12(유치원~고등학교) 단계부터 꾸준히 실천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레드브릭은 공교육 기관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이런 PBL 방식을 더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저희는 다양한 SW 교육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결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학교나 교육기관에 제공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는 게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보는 경험까지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직접 다뤄보면서, 주도성과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가게 됩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교육뉴스 유아·초등
“코딩을 넘어 창의력으로”… 레드브릭, SW교육을 다시 설계하다 (인터뷰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이수욱 레드브릭 본부장 인터뷰
- 창의력·문제해결력 키우는 실습형 교육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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