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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수천억 개나 있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는 별이 얼마나 많을까?
별들 대부분은 하나 이상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묻게 된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건 확률적으로 보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는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생명체는 아무 데서나 살아갈 수 없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조건을 꼽자면 바로 ‘액체 상태의 물’이다.
물의 문제는 너무 차가울 경우 얼어붙고, 너무 뜨거우면 증발한다는 점이다. 행성이 중심별로부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좋은 거리에’ 있어야만,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별 주변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우리는 생명 가능 지대(Habitable Zone)라고 부른다.
생명 가능 지대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영미권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한 말이다. 작은 소녀 골디락스는 곰 세 마리의 집에 들어가 세 개의 죽을 맛본다. 첫 번째는 너무 뜨겁고, 두 번째는 너무 차가웠다. 그러나 세 번째는 딱 알맞은 온도여서, 그 죽을 다 먹어 치웠다. 액체 상태의 물이 너무 뜨겁지 않고, 너무 차갑지 않은, 딱 알맞은 조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점에서 골디락스 존은 생명 가능 지대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별명이다.
그런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딱 좋은 거리’가 모든 별에서 같지 않다. 별의 광도가 생명 가능 지대의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광도가 작은 별은 성냥불과 같다. 성냥불로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하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다. 반면 광도가 큰 별은 캠프파이어와 같다. 너무 가까우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지만, 적절히 멀리 떨어지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범위가 비교적 넓다. 이와 같은 원리로 중심별의 광도가 클수록 생명 가능 지대는 중심별로부터 더 멀리 떨어지게 되고, 그 폭도 넓어진다. 별의 광도에 따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영역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위성인 달도 생명 가능 지대에 포함되지만, 달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없고,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 이를 통해 중심별로부터의 ‘딱 좋은 거리’는 시작일 뿐, 생명의 탄생과 유지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지구는 중심별로부터의 ‘딱 좋은 거리’는 물론 그 외의 다양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였고, 그로 인해 생명체가 나타나고 진화했으며, 결국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가 등장해 문명까지 이루었다.
골디락스는 단 세 그릇 중에서 먹기 좋은 온도의 죽을 골랐지만, 우리는 수천억 그릇 중에서 딱 좋은 죽을 찾는 것과 같은 확률을 뚫고 나타난 것이다. 공부가 지칠 때면 가끔 별을 올려다보며,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떠올려보자.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 자체가 기적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안성진의 본투비 지구과학 이야기] 골디락스 존과 지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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