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前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대입 심층 분석’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2.28 08:52

- 앞으로 대입의 핵심 키워드는 ‘역량’
- 정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시대

  • (인터뷰①에 이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시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수능 선택과목 폐지, 학생부 평가방식 변화, 무전공 선발 확대 등 여러 가지 개편 사항들이 대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생들은 어떤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하며, 학부모들은 어떻게 자녀의 진로 선택을 도와야 할까?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입시제도를 깊이 연구해 온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 『한 권으로 끝내는 입시 전략』을 통해 변화하는 입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과 전략을 짚어주고 있다. 그는 단순한 성적 관리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진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선에듀가 권 교수를 만나 2028 대입 개편의 주요 내용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입시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 2028 대입 개편안에서 학종 확대가 예고되면서 특목고·자사고의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른 고교 유형별 유·불리와 학부모 및 학생들의 전략적 선택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5등급으로 축소되지만, 상대평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특목고나 자사고가 유리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블라인드 평가가 시행되면서 일반고의 합격자 비율이 약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합니다. 고교유형 선택은 자녀의 성향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십시오. 일반적으로 조언해드리자면,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강한 학생에게는 일반고를 추천합니다. 반대로 학업 분위기 의존도가 심한 학생은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수시와 정시 지원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고등학교 선택은 달라집니다. 수시와 정시 모두 지원하고 싶다면 일반고가 좀 더 유리합니다. 영재고와 특목고는 거의 수시에만 집중하죠. 자사고는 수시와 정시 모두 지원하지만 정시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또한 미래 진로에 맞는 대입 전략을 고려해서 학교 유형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령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으로선 자사고와 일반고가 더 유리합니다. 최근에는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되다 보니 내신 점수의 대입 영향력이 더욱 커졌죠. 반면 공학자나 연구자를 생각한다면 영재고나 과학고, 그리고 법조계나 경제 분야라면 상대적으로 외고나 자사고가 좀 더 큰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 설명일 뿐이고 개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 2028 대입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방식과 대학입시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028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국어, 수학, 사회·과학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한 점입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의 유불리 문제가 개인별, 지역별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수능 선택과목의 영향력은 주로 수학과 과학(미적분, 기하, 과학II 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능에 선택과목이 없어지면 수능이 문과화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인문/사회계는 수능을 통해 어느 정도 변별이 가능하지만, 자연/이공계는 변별력을 잃게 된다는 뜻이죠. 

    수능이 문과화 되면 대학이 정시에 어떤 전형 요소를 추가할지 특히 주목해 봐야 합니다. 중하위권 대학은 정시에서 지금처럼 수능 100퍼센트로도 선발이 가능하겠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에 다른 전형 요소를 추가할 것입니다. 그러면 정시도 단계별 평가체제를 도입해 1단계에서 수능으로 정원의 2~3배수 정도를 뽑은 다음, 2단계에서 1단계 점수에다 앞서 언급한 추가 전형 요소의 평가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려 할 것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정시에 수능 외에 어떤 전형 요소를 추가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미 서울대는 학생부 정성평가를 추가했고,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학생부 정량평가를 정시에 도입했습니다. 그 외에 인성 면접 등을 시행하는 대학도 있겠죠. ‘2028 대입 개편’으로 이제 정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이 정시에 수능 외에 어떤 전형 요소를 추가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2년 예고제에 따라 2026년 4월 말에 각 대학이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현재 고1 학생들은 대학별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 ─ 정시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이 도입되면서, 해당 과목이 수능 평가 과목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학생들이 대비해야 할 학습 방향을 조언해 주세요.

    2028 수능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 과목으로 두는 방안은 여러 부작용을 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통합사회나 통합과학은 교과의 기초과목으로 주제별로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하는 과목이라 정답을 찾는 수능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또한 1학년 때 배운 과목을 3학년 후반까지 끌고 가서 수능을 치르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벌써 교육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수능으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1학년 때 배운 통합사회, 통합과학만 반복해서 공부할 테죠. 실제로는 2~3학년 과정에 있는 사회와 과학의 선택과목들이 더 중요한데, 소위 정시파는 이 과목들을 수강해도 대충 공부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만 계속해서 복습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수능을 100퍼센트 반영해 선발하는 정시 비중이 커지면, 학교 교육은 아주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래서 정시도 수능 점수 외에 서울대처럼 학생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이 되면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논거가 약해집니다. 수시 학생부는 2~3학년 때 배운 과목으로 평가를 했는데 1학년 때 배운 과목의 성적으로 다시 합불을 뒤집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과 인기 모집단위의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변별력이 크게 축소되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면 수능 전형이 돼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능최저기준 적용의 논거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최근 ‘문과 침공’ 현상이 대입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과계열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열 학과로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학의 학문 균형과 대입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 자연계 선호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무전공 제1 유형같은 통합 선발에서는 이공계 성향의 학생들이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도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연계 진로를 찾는 학생은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도 학습하고, 과학도 더욱 심화된 수준의 과목을 이수함으로써 전반적으로 대학에서의 학업에 대한 준비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엔 이런 학생들이 국어와 영어에서도 성적이 괜찮더군요. 

    이런 결과는 이미 ‘문과 침공’이라는 말로 현실화됐죠. 물론 인문계의 인기 학과에도 이과 방향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합격하는 것은 창의/융합의 시대에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합격하기 위해 문과계 전공을 택했다가 반수를 하면서 원래 희망한 자연계 모집단위로 다시 옮겨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과 침공은 ‘점령’이 아니라 ‘중간 기착지’ 활용이라 말합니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요

  • ─ 무전공 선발 확대가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 입시 경쟁 구도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며, 이를 보완할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그동안 지방의 인기학과(예, 경영·경제·컴공  등)를 지원하던 학생 그룹이 수도권 무전공 선발에 지원하려 하겠지요. 물론 무전공 선발을 적용받지 않는 의약계나 사범계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번 서울 주요 대학 수시에서 무전공 선발의 경쟁률이 크게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전공 선발은 취지 자체는 참 좋습니다. 자기 적성에 맞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나의 전공을 정해 입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논의됐습니다.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 1년간 탐색해 볼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취지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 무전공 입학 후 전공 선택 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죠. 

    무전공 선발의 공식 명칭은 ‘전공 자율 선택제’입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운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계열별 모집’, ‘광역모집’, ‘학부제’ 등으로 불렀습니다. 질문하신 바처럼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인기 전공 쏠림 현상이 강해 과거에도 대학들의 고민이 컸습니다. ‘전공 자율 선택제’라는 명칭답게 자유로운 전공 선택을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대학이 그러지 못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기 전공의 경우, 무전공 입학생뿐 아니라 복수전공 희망 학생들도 많을 것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전공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를 고민하겠죠. 대학에 따라서는 무전공 입학 학생에게 복수전공 학생보다 전공 선택의 우선권을 두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시모집에서 무전공 선발은 당연히 전공적합성보다는 일반적 학업 역량을 중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원할 때부터 전공을 몇 가지 생각해두고 그에 해당하는 과목들도 일부 이수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경제 수학’ 등을 이수해 놓는 식이죠.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할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선발 단계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 최근 대학이 추구하는 핵심 역량과 인재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재상과 교육의 방향에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중시했던 분야별 사고와 지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내용, 사실, 원리를 엮어서 생각과 활동의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내는 소위 ‘역량중심 인재상’이 주목받습니다. 이런 인재는 자기에게 맞는 걸 찾아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물입니다. 이런 자질을 바로 ‘역량’이라 하지요. 

    오늘날은 사회 상황의 맥락에 맞게끔 나의 강점을 활용해 실행함으로써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에도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소위 ‘강한 개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서울대 유홍림 총장님도 이런 말을 하셨더군요.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인재가 아니라 최고의 역량을 지닌 ‘강한 개인’을 키워야 합니다”라고요. 옛날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학력이고 실력이었습니다. 오늘날은 학력과 실력의 기준이 개인의 책임성에서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경쟁력을 갖출지 파악한 후 스스로 자기 맞춤형으로 매섭게 설계하고 실행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어야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 대입도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 중심으로 학종 평가항목을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에서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으로 바꾸었고, 서울대도 학종 서류평가를 종합역량평가, 면접 및 구술고사를 SNU심층역량평가, 정시 교과평가를 교과역량평가로 명칭을 바꾸려 합니다. 모두 ‘역량’이란 단어를 넣는 공통점을 보이는군요. 오늘날 대입의 핵심 키워드는 ‘역량’이라는 뜻입니다.

  • ─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을 키우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희망 전공에 맞는 과목 이수 그리고 과목별 성적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어』 ‘위정편 爲政篇’에 좋은 설명이 있습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은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배운 것이 아니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해진다”라는 의미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추구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아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고 여기에 자기 생각을 담지 않으면 공부라 할 수 없고, 자기 생각만 하고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하며, 배운 내용에 여러분의 생각을 자꾸 추가해보세요. 이것이 고등학생이 해야 할 자기주도적 탐구이며 깊이 있는 학습입니다. 따라서 학종을 대비해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을 키우려면, 평소에 ‘수업은 교과 학습이면서 나의 탐구활동이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교과를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 ① 교과 내용 학습 → ② 핵심 원리 이해 → ③ 나의 관심과 생각 넣기(교과 주제 또는 큰 주제) → ④ 교과 내용의 활용, 융합 활동(깊이 있는 학습) → ⑤ 학업에 대한 성찰과 개선 → ⑥ 성장한 모습 확인 및 기록

    물론 매번 이런 과정을 거칠 수는 없습니다. 여러 교과를 공부하다가 기회가 될 때 가끔 이런 깊이 있는 학습을 의도적으로 수행해 보세요. 수업에서 참여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 참여’입니다. 교과 내용에 자기 생각을 참여시킬 때 관련되는 책을 읽고 함께 참여시키면 더욱 큰 도움이 됩니다. 저가 볼 때 가장 힘이 느껴지는 ‘세특’ 기록은 교과의 학습내용(성취기준)과 학생의 개인적 탐구(진로든 학업이든) 활동과 교과 주제 관련 독서 경험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룬 경우입니다. 교과마다 한두 번이라도 이런 방식으로 공부해보면, 교과 주제에 대한 흥미도 높아지고 학업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핵심 전략을 제시해 주세요.

    대입 준비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 교육을 소홀히 한 채 수능만 전략적으로 준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소위 정시 파이터들이 성공하는 사례들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시에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들이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므로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능을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필요한 경우에 수능을 최대한 활용하되, 기본 마인드는 학교생활 충실도에 두는 전략이 대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둘째, 학생부교과전형을 대비해 쉬운 과목을 택해 내신 성적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향후 내신 등급이 5단계로 축소되면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선택과목 이수 내역을 평가에 반영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교과전형에도 학종과 같이 과목 수준이나 진로연관성 등을 반영하게 됩니다.

    셋째, 전공적합성(진로역량)을 맞추는 과목 선택에 정답이 있다고 보고 지나치게 여기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각 대학이 핵심권장과목 리스트(수학·과학)를 발표한 경우라면 이를 사전에 파악해 이수해둬야 합니다. 그 외에 전공 맞춤형 과목을 선택할 때는 다양한 가이드북의 안내 사항이나 희망하는 학과 홈페이지에서 필수과목 및 분야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참조일 뿐이지 정답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넷째, 세특에 대해 최대한 신경 써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특은 성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학생의 수업 참여 방식뿐 아니라 교과 관심도와 태도, 자기주도적 활동과 경험, 발표와 토론의 적극성 및 사고력, 교과의 성취기준별 성취 수준의 특징 등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대입에서 그 중요도가 점점 더 올라가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추천서와 자소서가 폐지되고,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이 대입 평가에 미반영되면서 상대적 비중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모든 것은 세특으로 통한다는 말이 참 실감 납니다.

  • ─  마지막으로 대입에 대한 걱정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고등학생이 되면 학업 스트레스가 아주 심해집니다. 그럴 때, 걱정보다는 관심이 담긴 말을 자주 해주세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따끔하게 나무라야겠지만 혼내고 나서는 진심을 담아 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나는 우리 집에서 참된 교육도 받고, 부모에게서 사랑도 듬뿍 받으면서 자란다’라는 뿌듯함을 스스로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학창 시절의 내적 근육은 가족 간의 상호 믿음과 참된 사랑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어느 서울대 입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중학생 때는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가니 혼자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어요.” 철봉에서 손을 놔버리면 바닥으로 끝없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나를 받아줄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마음이 이렇습니다. 그러므로 자녀가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학업에 열중하도록 배려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자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효과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자녀 앞에서 걱정하는 말과 행동은 삼가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볼 때 자녀들은 가장 마음이 위축된다고 합니다. 둘째, 미래 진로를 긴 호흡으로 차분히 설계하라고 조언해 주십시오. 대학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좀 더 긴 시각으로 바라보면 대학원 등 좋은 기회들이 참 많습니다. 이처럼 긴 호흡으로 준비하면, 자녀의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셋째, 알찬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녀와 대화를 자주 나누세요. 불안감은 진로나 학업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최신 정보와 핵심 사항들을 숙지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펴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의 진로·진학과 관련해서 유익한 조언은 하시되, 결정은 항상 자녀가 직접 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적 근육을 키워주는 뿌듯함의 핵심은 자녀가 스스로 하는 ‘자기결정’의 경험과 기억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결정력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러면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갈 동력이 없어지고 어려워지는 공부를 견디어낼 수 없어 쉽게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자녀가 더욱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유익한 조언을 해주시되 자녀가 자기결정을 통해 자주 뿌듯함을 느끼도록 배려해주는 분이 바로 진정한 멘토같은 부모입니다.  

  • ☞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입시의 중심인 서울대학교 입학본부를 이끌었다. 국가교육과정과 대입 제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교육에 기반을 둔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 대입에 굳건히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 오늘날까지도 ‘대한민국 입시·교육계의 멘토’로서 교육 종사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 대입정책자문회의 위원, 대한민국인재상 중앙심사위원회 위원장, 교육부 재외교육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교육 행정과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퇴임 후에도 전국 대학의 전임입학사정관, 위촉(교수)입학사정관, 진로진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입 정책과 입시제도, 대입 종사자의 직무 윤리, 진로진학 지도에 관한 강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KBS1 〈쌤과 함께〉를 비롯해 다양한 학부모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 『한 권으로 끝내는 입시 전략』을 펴내며, 지난 30년간 치열한 입시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권오현 교수만의 교육·입시 필승공식을 통해 본질부터 트렌드까지, 복잡다단한 대입 이슈를 명쾌하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