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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는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교육정책과 대입제도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제도로 인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2028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 굵직한 변화들이 예고되면서 앞으로 입시전략에도 큰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조선에듀는 서울대학교 입학본부를 이끌었던 권오현 서울대학교 사범대 명예교수를 만나 변화하는 대입제도의 흐름과 학생·학부모가 주목해야 할 핵심 사항을 짚어보았다.
권오현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입의 기조가 학업 성적 중심에서 ‘학업적합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과목을 들었는가보다, 그 과목을 어떻게 학습했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학생부 기록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시에서도 학생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능과 내신을 균형 있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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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권으로 끝내는 입시전략』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부모님은 대학입시에 대해 큰 기대도 갖고 계시지만 걱정도 많이 하십니다. 왜 그러신가 보니 대부분 대입을 자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기시더군요. 그래서 이때 부모로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될거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학부모님이 대입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①대입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②너무 자주 바뀌어 따라가기 어렵다, ③남들은 앞서 준비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는 것 같다, 이 세 가지로 요약됐습니다. 그래서 대입제도에 대해 꼭 알아 두셔야 할 내용과 현재 주요 변화 트렌드를 한권으로 정리해서 쉽게 설명을 드리려는 의도로 집필하게 됐습니다. 우리 학부모님이 이 책을 머리맡에 두시고 대입 준비와 관련해 초조한 마음과 궁금증이 생기실 때 편하게 읽어보시는 친근한 진로진학 길라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입시전략의 핵심은 무엇이며, 기존 입시 관련 서적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대입제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입제도를 ‘학교교육’ 및 ‘자녀교육’과 서로 연결하여 기본적인 내용들을 함께 정리하고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모님들이 자녀 맞춤형으로 구체적인 진로 진학을 설계하고 준비하실 때 도움이 되는 친근한 안내자가 되려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고3 학부모보다는 초등 5-6학년에서 고2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님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특히 다음 네 가지에 중점을 둡니다. 첫째는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후 똑똑한 학교생활로 학업성적(내신)과 학업적합성(과목이수, 탐구역량)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을 설명합니다. 둘째는, 복잡해 보이는 대입 전형을 알차게 준비하도록 입시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드리고, 2028 대입, 무전공선발 등 최근 주요 이슈들에서 유의할 점들을 다룹니다. 셋째, 오늘날 대입의 대세인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와 평가방식을 해부하고 준비 방향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넷째, 자녀교육에서 유의해야 할 점들을 요약해드립니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자녀가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끼도록 내적 근육을 키워주는 방안에 관해 설명합니다.
이러한 네 가지 핵심 사항을 차분히 읽어 보시고 ‘멘토같은 부모’로서 자녀에게 큰 성장이 일어나도록 도움을 주시는 데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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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대학입시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돼요. 특히 학생과 학부모가 주목해야 할 핵심 변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입에서 달라지는 점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나는 대입제도의 큰 트렌드가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이런 변화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기에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핵심은 대입의 기조가 시험과목의 ‘학업 성적’에서 대학에서의 ‘학업적합도’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죠. 그리하여 선발 기준이 응시과목 점수에 따른 ‘순위’가 아니라 학생이 이수한 학업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최근 대학들이 수능 점수보다는 학생부를 더욱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책적 제도적 개혁에 따른 대입의 변화입니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춘 대입 개편, 예를 들면, 정시에서는 선택과목이 없어진 새로운 수능 제도, 수시에서는 5등급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내신 평가방식의 변화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또한 무전공 선발이나 의대 정원 확대 등의 변화도 주목해서 볼 부분입니다.
─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핵심 사항은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금년 고1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바뀌는 부분들은 우리 학모님들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모든 과목을 학기별로 개설하며, 그동안 단위로 표현하던 것을 학점으로 부른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지금까지는 출석만 2/3하면 과목을 이수했는데 이제 과목별 출석률 2/3에 과목 성취률 40%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셋째는 미이수하는 경우 I 성적을 받지만, 재수강 제도는 없습니다. 대신에 이런 학생들은 교과 담당 교사로부터 특별지도(예방 지도, 보충지도)를 받아 E성적을 받게 됩니다. 넷째는 과목 수가 100여 개에서 150여 개로 크게 증가합니다. 그러나 졸업을 위한 이수학점은 204에서 192학점으로 축소되기에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학업 부담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부분들은 그냥 이렇게 바뀌는구나, 정도로만 알고 계시면 충분합니다.
고교학점제가 되면 학생과 학부모님은 특히 다음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고등학생이 되면 ‘과목 마인드’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는 교과(수학)를 가르치다가 고교부터는 과목(미적분, 기하 등)을 가르치는 나라입니다. 여기서 ‘과목 마인드’란 다니는 학교의 과목 구성에 관심 갖고 이들 중에서 최선의 조합을 선택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업을 설계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다음은, 다양한 과목들을 학습할 때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전해주는 지식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때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색할 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고1 때를 중심으로 자신의 진로와 미래 삶의 방향을 꼭 설계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자기 설계는 고교에서 학업을 계획하고 이수하는 출발점이며, 자기 삶의 ‘행복루트’를 찾는 골든타임이 됩니다. 하나의 세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자신의 미래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가짐입니다. 학년마다 진로가 바뀌더라도 그때마다 단단한 진로 의식을 갖추면, 나는 잘해 낼 것 같다는 진로 효능감이 생기고 이것이 학업에 대한 의지를 더욱 키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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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목 선택이 입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과목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진로와 학업 설계에 맞춰 ‘전공적합성(진로역량)’과 ‘내신 등급 관리’ 두 변수를 균형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두 변수가 같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상충하는 때도 흔합니다. 진로에 맞춰 어려운 과목을 이수하면 등급이 떨어지고, 등급이 높은 과목은 전공적합성이 약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 점에 대해 정말 많은 부모님과 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정답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일반적 상황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만약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계획이면 전공적합성에 앞서 내신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물론 지원 전공과 연관성이 큰 주요 과목은 이수하도록 하세요.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계획이면 지원전공과 연관성을 더욱 세심히 관리해야 합니다. 우선 희망하는 대학교가 전공별로 ‘(핵심)권장과목’을 요구하는지 확인하고, 해당 수학, 과학 과목은 우선적으로 이수해 두십시오. 나머지 과목은 전공적합성과 내신성적 두 요소를 견주어 보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수 과목의 수준이나 성격도 평가에 반영하니 이점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또한 대입 정책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 대학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나고 지역인재전형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지방의 상위권 학생 중에는 전공적합성보다는 내신성적에 초점을 두고 과목을 이수하는 경향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 진로 변경 시 전공과 선택과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입시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질문도 자주 받는데, 사실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진로란 항상 변경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대학도 이해하고 있으며, 진로를 수정했다고 해서 과목이 불일치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단, 인문계에서 자연계로 진로를 바꾼 경우에는 대학이 지정한 (핵심)권장과목이나 전공 학업에 꼭 필요한 수학, 과학 교과의 과목을 이수해 놓는 게 좋습니다.
전공적합성(진로역량)을 고민할 때 너무 과목 위주로만 접근하지 말고 전공에 관한 관심과 열정, 전공 관련 진로 탐색 활동을 두루 고려하십시오. 즉, 전공적합성에는 학업, 경험, 흥미, 열정, 활동 등 인지적·정서적·의지적 요소들이 두루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 새로운 전공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망 전공과 관련된 책을 선정해 읽어 보는 것도 좋은 준비입니다. 예를 들어, 사범대를 지원할 경우, 『죽은 시인의 사회』, 『평균의 종말』 등을 추천합니다. 사범대 희망자가 특정 과목에서 수행평가를 할 때 교사 직업과 관련된 주제를 이러한 책들을 참조하여 다루고 그 내용을 해당 과목의 세특에 기재하면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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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되면서 입시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죠.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입시 준비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배경은 최근 학교 교육의 대세인 개별화 현상입니다. 지금은 학교가 내용을 표준화하여 같은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학생 각자에게 맞는 성장이 일어나게 하는 힘을 개별적으로 길러주는 데 교육의 목적을 둡니다. 문·이과 과정 폐지나 고교학점제 도입 등은 모두 개별화 현상의 결과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의 몸은 하나지만 영혼은 다르다”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이지만, 깊은 곳에 자신만의 다양함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다른 능력, 진로, 적성, 성격, 소망 등을 지니며 다른 환경과 여건 속에서 공부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표준화된 하나의 기준과 절차로 평가하고 한 줄로 세우는 방식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대학마다 학종을 확대하는 추세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입니다. 즉 학생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특성과 외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학종이 더욱 시대 상황에 맞다는 뜻이지요, 대학 입학생 구성의 다양화, 전공적합성의 확인, 향후 성장 가능성의 반영 등은 학업성취도를 양적으로만 측정하는 수능같은 국가 고사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교사가 3년간 관찰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학생부가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학교생활의 모습은 오랜 기간의 성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자연히 대학도 학생부를 교육적 가치가 가장 높은 평가 서류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 학종이 확대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평가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향후에도 학종 평가에서 변별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석차 9등이 5등급으로 축소되면 상위권에 1등급이 크게 증가하므로 변별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까지 ABC 성취평가만 제공하던 진로선택 과목들도 이제 5등급 상대평가를 모두 제시함으로써 학업역량을 일관성 있게 판단할 근거들이 더욱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상위권이든 중하위권이든 학업역량을 진단할 자료들은 학생부를 통해 대학에 풍부하게 제공됩니다. ①주요 과목별 성취평가 등급(ABCDE)과 등급별 학생 비율, ②주요 과목의 상대평가 석차 등급(1~5등급), ③부가 정보: 주요 과목별 지원자의 원점수, 과목 평균, 과목 수강생 수, ④지원자의 학업태도와 특성(세특), ⑤이수 과목의 성격과 내용 수준, ⑥이수 과목의 전공 연관성, ⑦과목별 평가정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중, 수행평가 영역 명, 성취도별 분할점수, ⑧지원자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자료 등 정말 다양합니다. 대학 입학사정관은 ①~④의 성적 및 태도 관련 기록을 근거로 일차적 학업역량을 파악한 후 ⑤~⑧의 교과목 정보를 보고 이 지원자의 학업 역량을 더욱 정밀하게 해석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면, 내신성적 외에 교과목 이수 상황이나 자기주도적 탐구학습 태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앞으로는 아마 어떤 과목을 들었는가보다 그 과목을 어떻게 학습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각 교과의 학습 내용을 암기하고 풀이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런 내용들을 작동시키는 핵심 원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배운 내용을 우리 사회와 자신의 맥락에 넣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학업태도를 기르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운 내용을 ‘깊이 있게 사고’하는 습관을 차근차근 갖추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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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 비교과 활동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대학은 학생의 역량을 다 각도로 평가하고 있죠. 대학이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요소는 무엇인가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이 전면 적용된 2024학년도 이후에 비교과 활동의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교과 부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흐름을 보입니다. 이러한 외부요인을 고려해보면, 학종의 핵심 평가 기준이 기존의 ‘학교생활 충실도’에서 ‘교과 활동 충실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교과와 교과 외 활동으로 구성된 학교생활 중에서 교실에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는 뜻이죠. 그러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과 태도, 여기에서 이루어낸 성취도, 교실에서의 자기주도적 참여 활동 등이 대입에서 핵심 증거자료가 될 겁니다.
교실 수업 내에서 학생이 수행하는 참여 활동과 그 태도를 기재한 ‘세특’의 활용도가 대입에서 점점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독서도 이제 세특의 메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 활동을 별도로 기록할 수 없으니 학생들의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주로 ‘세특’을 통해 대학에 전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어쩌면 이런 방식이 더욱 바람직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을 각 교과 학습과 연결해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활용하면 교과 공부에도 깊이를 더해줄 테니까요.
그러나 독서 경험까지도 대입 활용에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저자와 제목만 기재하고,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이나 진로와의 연관성 등은 독서 활동 부분에 담을 수 없습니다. 독서는 학교 공부와 정신적 성장의 핵심 바탕입니다. 그래서 독서를 많이 하면 끈기 있게 탐구하는 자세가 길러지고 학업도 깊이 파고들게 됩니다. 독서 활동의 제한은 정부 당국도 심각히 재고해 보기 바랍니다.
─ 학종 평가에서 고교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학교 여건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과목 이수 기회가 차이 나면서 학교 간 교육 격차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십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선택과목을 운영하고 이수하는 방식에서 기존보다 유연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저는 지금보다는 오히려 학교 간 편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소인수 선택과목도 개설될 가능성이 크고, 단위 학교 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교과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이수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학교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도입 초기에는 교사 수급과 교육과정 편성에서 학교 사정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날 것이기에 정부 당국도 너무 이상적인 것만 추구해선 안 되며,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기본적 비전을 제시하고 각 학교가 여건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도록 지역과 학교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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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학종 평가방식도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학생부 기재 방식이나 평가 기준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더라도 학종의 현재 평가방식에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미 적용된 블라인드 평가 및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학종의 운영 방식이 꽤 큰 변화를 거쳤기에 학생들은 앞으로도 이 틀 속에서 전형이 이루어진다고 보고 학종을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에서 볼 때, 세특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봅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깊이 있는 학습’ 개념을 도입하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탐구활동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로역량도 관심도가 커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과목 이수 내용, 과목의 수준과 특성, 진로와 연관된 활동 등을 더욱 유심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학업역량을 읽을 때 새롭게 제공되는 정보들을 독해하는 역량을 더욱 키워가야 합니다. 5등급으로 줄어든 석차 등급에 대한 독해는 물론이고, 올해 1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전형자료의 추가 정보, 즉 ‘교과 운영 특이사항’ ‘과목별 평가정보’ ‘학교 교육과정 편성현황’을 학업역량 평가에 바르게 활용하는 자질을 갖추어 가야 합니다. 특히 ‘과목별 평가정보’에는 교과의 수행평가 비율, 수행평가 내용, 분할 점수(A/B, B/C)가 들어 있으므로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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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입시의 중심인 서울대학교 입학본부를 이끌었다. 국가교육과정과 대입 제도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교육에 기반을 둔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 대입에 굳건히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 오늘날까지도 ‘대한민국 입시·교육계의 멘토’로서 교육 종사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 대입정책자문회의 위원, 대한민국인재상 중앙심사위원회 위원장, 교육부 재외교육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교육 행정과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퇴임 후에도 전국 대학의 전임입학사정관, 위촉(교수)입학사정관, 진로진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입 정책과 입시제도, 대입 종사자의 직무 윤리, 진로진학 지도에 관한 강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KBS1 〈쌤과 함께〉를 비롯해 다양한 학부모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 『한 권으로 끝내는 입시 전략』을 펴내며, 지난 30년간 치열한 입시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권오현 교수만의 교육·입시 필승공식을 통해 본질부터 트렌드까지, 복잡다단한 대입 이슈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교육뉴스 중등·고등·입시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짚은 ‘대학입시 필수 전략’ (인터뷰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진로 > 희망대학 > 고2 4월 말 > 전형요소·평가요소 파악 > 학생부 의미 만들기”
- “어떤 과목을 들었는가보다 ‘어떻게 학습했는가’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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