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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가 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을 앞두고 있다. 연말과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이 다이어리를 구매하기 위해 북적인다. 대형 서점을 즐겨 찾는 필자도 연말이 되면 문구 전시대에 가서 다이어리를 구경한다. 가맹점 카페에서는 스티커를 모으면 다이어리로 교환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또, 온라인 서점에서도 책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추가 금액을 계산하고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연말, 연초가 되면 다이어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다양한 곳에서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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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구매하려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기록(記錄)이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는 것, 또는 그런 글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이 손으로 끄적이거나 SNS를 이용하여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과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것도 ‘사관’이 그 당시의 상황을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기록’은 개인적인 일상을 남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적인 일을 위해 남기기도 한다. 공부한 후에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적는 것 모두 기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시간이 흘러 지난날을 돌이켜보기 위해서 기록은 필요하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년) 선생님도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 기록의 중요성을 두 아들에게 편지로 부치셨다. 여기에서 정약용 선생님이 말한 기록을 ‘초서(抄書)’라고 한다.
책을 읽은 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기 어렵고,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약용 선생님은 중요한 내용을 가려 뽑아, 따로 정리해 두라고 하셨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책 한 권을 눈으로 읽기만 한다면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읽었던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이면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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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전집을 읽고 책의 내용, 나의 생각을 남기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고 쓰는 활동을 좋아하지 않아 책을 읽고 끝내려고만 할 수 있다. 그럴 땐 내 생각을 그림으로도 표현해 보고, 글로 덧붙여 보면서 흥미를 찾아 나서면 된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독서 목록이 추가되고, 독서 기록이 점차 쌓여가는 것을 볼 때 아이들의 눈은 별을 담은 것처럼 반짝였다.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한 권만 더 읽으면, 30권이에요.”
“두 권만 더 쓰면, 도서 목록 한 장 더 주셔야 해요!”
“선생님, 파일이 무거워졌어요!!!” 라며 행복해한다.
정약용 선생님께서는 ‘무딘 붓이 더 총명하다’라며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고 하셨다. ‘서툰 글씨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다. 짧게라도 좋으니 기록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2025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기록하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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