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찬 작가 “초·중등 시기에 시행착오 겪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2.21 13:00
  • 임민찬 저자 제공.
    ▲ 임민찬 저자 제공.

    공부 습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공부 습관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그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큰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형성된 공부 습관은 시간이 지나 중·고등학생, 수험생이 됐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현실적인 공부법으로 학부모들의 멘토로 떠오른 임민찬 저자는 “말로만 습관을 지시하는 게 아닌, 부모가 직접 아이와 함께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민찬 저자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일반고를 다니며 의대 진학에 성공했다. 치열한 대한민국의 입시 전쟁 속에서 자신이 직접 느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신간 <의대생의 초등 비밀과외>를 출간하고 유·초등 시절부터의 입시 로드맵과 더불어, 아이가 올바른 학습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조선에듀는 임민찬 저자와 함께 아이의 공부를 위해 학부모가 꼭 알고 실천해야 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체인지업 제공.
    ▲ 체인지업 제공.

    ─ 신간 <의대생의 초등 비밀과외>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님만을 위한 의대 입시 로드맵이 아닙니다. 의대와 상관없이, 우리 아이의 초등 6년을 현명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유·초등 학부모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녀교육서입니다. 뻔하고 추상적인 조언은 걷어내고, 정말 현실적으로 트렌디한 조언을 가득 채웠습니다. 실제로 제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것들, 요즘 초등 아이들이 부모님께 바라는 점, 과목별 현실적인 로드맵, 초등 학부모의 주된 오해와 해결책까지 이 한 권의 책에 전부 실려 있습니다.

    ─ 임민찬 저자는 어떤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나요?

    초등학교 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예체능 경험입니다. 부모님께서 예체능을 중요시하셨던 만큼, 태권도,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야구 등 다양한 예체능을 경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체력과 정서적 안정감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건 ‘성취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6살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5년 넘게 태권도를 하면서 ‘나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구나’라는 노력의 힘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취 경험은 제가 추후 공부를 할 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 어린 시절, 임민찬 저자의 부모님은 저자의 학습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주셨나요?

    아버지께서는 일로 바쁘셨기 때문에 주로 어머니께서 자녀교육을 담당하셨는데요. 가장 감사한 부분은 어머니가 모든 과목을 직접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셨던 점입니다. 요즘에는 워낙 ‘엄마표’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전 과목을 모두 직접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학부모님도 있습니다. 학부모님 본인이 약한 과목까지도 직접 가르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종종 아이와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는 문과적인 성향이셨고, 책과 영화를 좋아하셨습니다. 독서 교육과 국어 공부만큼은 확실하게 저희 어머니가 책임지고 이끌어 주셨어요. 어머니가 자신 없으셨던 수학, 과학, 영어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 외부의 수단을 활용해주셨고요. 이렇게 하다 보니 어머니와 공부로 인한 갈등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독서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늘 보며 자라왔던 점도, 제가 책을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끼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임민찬 저자 제공.
    ▲ 임민찬 저자 제공.

    ─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등 너무 어린 나이부터 입시를 위한 공부가 만연한 사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어린 나이부터 입시 공부를 시키는 학부모님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빠르게 선행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주변 아이들과 내 아이 교육을 비교하며 불안해하고 힘들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공부를 시작해도 될 성향을 가진 아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요. 

    유·초등 학부모님께 ‘우리 아이를 그저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목표인가?’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써,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려면 공부보다 중요하게 배워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다양한 경험, 여러 취미 활동, 친구들과의 관계 같은 것들이죠. 그저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이러한 정서적인 활동들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 사교육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학원들이 어린 학생들의 공부 정서나 습관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사교육은 공부 정서나 습관이 주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의 역할은 ‘지식 전달’입니다. 수학이라는 과목, 영어라는 과목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게 목적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는 공부 습관을 만드는 역할에 부수적인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주 정해진 날에 가서 수업을 듣고, 매일 정해진 분량의 숙제를 하면서 공부 습관을 쌓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은 아이의 의지가 아닌 사교육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 습관을 지속하려면 집에서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해요. 결국 어린 학생들의 공부 정서나 습관은 학부모님이 함께 신경 써주셔야 할 부분입니다.

    ─ 치열한 입시를 직접 경험하며 느낀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중등과 고등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게 ‘학교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대신 ‘단원평가’를 봅니다. 대부분의 국공립 초등학교는 특정 과목에서만 평가를 진행하고, 단원평가의 난이도도 쉽게 출제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 아이들은 학교 수업과 학교 시험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A~E등급으로 표시합니다. A등급의 비율이 높아 정확한 본인의 실력과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게 되는데요. 초·중등 학교 시험 성적만 보고 방심하고 있다가, 고등학교에 올라와 놀라고 좌절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이러한 괴리를 줄여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제대로 된 시험이 없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레벨테스트’가 성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학부모님은 학교 시험만으로는 우리 아이의 제대로 된 실력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죠. 초등 학생 때부터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줄 학교 자체시험이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임민찬 저자 제공.
    ▲ 임민찬 저자 제공.

    ─ 현재까지 900명 이상의 다양한 학생을 멘토링해오셨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중학생 때까지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이러한 이유로 집에서도 공부를 거의 안 시켰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이 목표는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그러나 공부 습관과 초·중등 현행 학습에 대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내적 동기부여가 생겼는데도 이미 너무 학습 공백이 커서 공부를 지속하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내적 동기부여는 분명 언젠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깁니다. 근데, 우리 아이의 공부 습관이 엉망이어서, 우리 아이의 기본기가 엉망이어서 발목이 잡힌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초등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고 공부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공부를 시키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뒤늦게라도 동기부여가 생겨 공부를 시작하려 할 때, 어렵지 않게 학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부 습관과 기본기를 다져주셔야 합니다. 

    ─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나요?

    아이가 중학생만 되더라도, 어차피 부모님은 자신의 공부에 대해 모를 거라는 생각에 학업에 대한 고민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꾸준히 아이의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시험 끝난 직후에 아이에게 성적부터 확인하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물론 아이의 성적이 궁금하실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시험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또다시 시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쉽습니다. 아이가 시험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성적부터 물어보기보다는, ‘수고했다’는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를 먼저 해주시면 어떨까요.

    ─ 어린 초등학생들의 경우 학습으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겪는 일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초등 학부모가 아이와 특정 과목에 대해 갈등이 반복되면, 바로 그 시점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힘들어한다는 이유로 공부를 안 시킬 수는 없는 환경입니다. 그렇다면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공부를 ‘엄마표’로 시키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엄마를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언젠가는 찾아옵니다. 학습에 있어 엄마와 반복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건 더 이상 엄마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교육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는 숙제를 검사하거나 학원에서의 학습을 복습하는 수준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는 게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그렇다면, 아이의 공부 습관을 길러 주는 것에 있어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일까요?

    ‘말로만 습관을 지시하는 것’입니다. 어른들도 습관 하나를 만드는 데에 몇 개월, 몇 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초등 아이들은 당연히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말로만 습관을 지시한다면 더욱 그렇겠죠. 초등 시기의 공부 습관은 부모님이 함께 잡아야 합니다. 함께 복습하고, 함께 플래너도 쓰는 식으로 말이죠.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서히 주도권을 넘겨준다면, 자기 주도적인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 임민찬 저자 제공.
    ▲ 임민찬 저자 제공.

    ─ 모든 학생이 스스로 학습에 재미를 느끼고 주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할까요?

    모든 학생이 스스로 학습에 재미를 느끼고 주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시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시험’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재미가 없습니다. 주도적으로 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과목만 공부하면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싫어하는 과목까지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모든 학생이 학습에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주도적으로 하려면 시험과 입시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러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늘 ‘원래 공부는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지금의 입시 구조에서는 시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공부의 재미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차라리 공부는 원래 재미없는 것이고, 학생이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공부를 해야 함을 받아들이고,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 끝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 부탁합니다.

    초·중등 시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건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성적과 생활’입니다. 초·중등 시기는 얼마든지 좌절도 해보고 어려움을 겪어봐도 좋습니다. 실패 경험을 몸소 경험해보는 게 고등학생이 돼서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실수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수를 했더라도, ‘아, 고등학교 때 이런 실수를 안 하고 미리 해봐서 다행이다’라는 인식을 가져주세요. 그러면 한결 더 초·중등 시기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