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 “독서 기반 영어학습, 아이의 흥미와 사고력 키워”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1.27 09:00
  • 한국의 유초등 영어학습 시장은 교육 트렌드와 기술 발전이 더해지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와 글로벌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필요성이 맞물리며, 새로운 학습 방식과 도구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전통적인 암기식 학습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흥미와 창의력을 자극하는 교육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포트톨리오가 운영하는 ‘리딩앤’은 독서를 기반으로 한 영어학습을 제공한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아이들이 내용을 추론하면서 어휘, 듣기, 읽기, 말하기를 모두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최근에는 ‘AI로라’ 기능을 더해 아이가 책 내용을 기반으로한 창의적인 대화를 가능케 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는 “올바른 언어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자기 사고력을 키우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한국의 유‧초등 영어학습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세나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영어학습시장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교육 정책의 변화와 부모들의 높은 기대치가 반영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죠. 

    최근 트렌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행동주의 교육 방법론에서 구성주의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입니다. 행동주의적 접근, 즉 주입식 교육은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실질적인 영어 활용 능력을 기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시험 만점을 받은 학생들조차 실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죠. 반면, 구성주의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학교나 서구형 교육 시스템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입니다. 디지털 플랫폼, AI 기반 학습 도구, 그리고 맞춤형 학습 솔루션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영어교육을 더 개인화하고,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며, 실질적인 영어 사용 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죠.”

    ─ ‘구성주의로의 전환’의 경우, 한국 부모들에게는 이상적으로 들릴 것 같은데요. 

    “과거에는 부모님들이 입시 제도에 종속된 교육 환경을 따라가야 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배운 교육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방향을 원하고 계십니다. 부모님들의 세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요구도 명확히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독서를 중심으로 한 교육 접근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영어교육 접근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적기 교육’입니다. 한국에서는 조기 교육, 선행 학습, 평가 중심의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를 저는 ‘EAT’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어요. EAT는 Early Education(조기 교육), Assessment Addiction(평가 중심), Teaching and Training (티칭 중심)의 약자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유아와 초등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평가를 중시하는 방식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꺾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주된 원인입니다.”

    ─ 기존 교육 방식의 대안으로는 어떤 것을 추천하나요?

    “기존 교육 방식은 언어를 암기 중심의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으로 학습한다는 점이 문제죠. 언어는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를 배우는 것처럼 반복적이고 몸으로 익히는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을 통해 습득돼야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어 수천 개를 외우는 데에 치중하죠. 실제로 이런 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뇌를 촬영하면, 실제 영어를 사용할 때 뇌 전체가 혼란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기존 방식을 탈피해 올바른 언어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넌 시험부터 봐야 반 배치를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너는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니?’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해요.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면, 스포츠 관련 영어학습으로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행동주의 방식의 반복 학습이나 강제 훈련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신 게임이나 스토리텔링처럼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학습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
    ▲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

    ─ 최근 AI를 활용한 패턴 형식의 영어학습이 인기입니다.

    “맞아요. 최근 다양한 업체들이 생겨났고, 또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패턴형식의 영어교육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 방법은 말하기 습관을 형성하고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 성인의 경우 읽기와 쓰기조차도 진정한 의미의 언어 능력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지문을 해석하거나 문법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해왔지, 이야기 구조를 읽고 이해하는 ‘스토리 리딩’ 경험은 거의 없거든요. 패턴 위주의 학습은 결국 ‘생존 영어’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영어를 도구로 자기 생각을 설득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러한 접근은 단순 암기식 학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죠.”

    ─ ‘생존 영어’요?

    “패턴 위주, 말하기 위주의 학습은 급하게 해외 출장을 가야 하거나, 짧은 기간 내에 회화 스킬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죠. 하지만 이는 언어 능력을 정말로 키우는 방법은 아니에요. 패턴 학습은 ‘맥도날드 잉글리시’ 혹은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가르칩니다. 미국에서 주문하거나, 택시를 탈 정도는 가능해도, 그 이상의 사고력이나 논리적 표현력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출과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습 환경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결국 핵심은 독서입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Stephen Krashen) 교수도 ‘독서는 영어학습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읽기를 통해 사고를 기르고,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아웃풋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사고력을 키우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학습 초기에 결과를 빨리 보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 비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영어학습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지털 기술은 노출 시간을 효율적으로 늘리는 데 굉장히 유용한 도구입니다. 다만 저연령대에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종이책을 읽고,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해야 합니다. 반면, 고학년이나 성인에게는 디지털 플랫폼과 병행하면서 흥미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죠. 특히 생성형 AI는 영어학습에 있어 개인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학생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무엇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디지털 기술도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진정한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여전히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새로운 방식의 영어학습 도구가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한국의 영어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단순히 단기 목표를 넘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독서와 사고 중심의 학습을 통해 영어를 도구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 리딩앤의 접근 방법은 기존과 어떻게 다른가요?

    리딩앤은 초·중등학생을 위한 디지털 영어 리딩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옥스포드, 콜린스 등 세계적인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원서 2300여 권을 포함하여 다양한 영어 도서를 제공하죠. 기본적으로 ‘독서’를 기반으로 한 학습 시스템입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을 파악해 적합한 레벨의 도서를 추천하죠. 아이는 독서를 통해 스토리를 파악하고, 어휘, 듣기, 읽기, 말하기, 스펠링 및 학습 리뷰까지 포함한 5단계 학습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영역을 반복 학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하기 단계에서 아이의 발음을 녹음하고 분석해 정확한 발음 학습을 지원합니다. 

    ─ 이 방식이 학습자 심리에 어떤 변화를 줄까요?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리딩앤은 아이가 테스트를 받지 않아요. 아이의 테스트 결과는 오로지 학부모나 선생님에게 전달되죠. 이에 따라 학습자가 틀렸을 때 과도한 지적이나 평가로 위축되는 기존 학습과 달리, 리딩앤은 스스로 탐구하고 발전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예컨대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했던 ‘강아지에게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보면, 테스트나 피드백 없이도 어린이의 읽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아이를 향한 지적을 줄이고 긍정적 학습 경험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꾸준한 학습이 가능해지죠. 이렇듯 독서를 통한 언어 학습은 언어가 학습자의 생활 속 자연스러운 부분이 되도록 도습니다”

    ─ 앞으로 리딩앤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합니다. 

    “우선 리딩앤은 디지털 중심의 현재 플랫폼을 오프라인 도구와 통합해 종이책과 연계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성인 학습시장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죠. 성인 교육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 중입니다. 

    현재 베타 테스트 중으로, 상반기 내에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하반기에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 학습자가 별도로 시간을 내거나 큰 결심을 할 필요 없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언어가 스며들도록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알람으로 영어 명언을 읽게 하거나, 일상적인 행동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어를 새로운 루틴으로 만드는 대신 기존 루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입니다.”

    ☞ 리딩앤

    에듀테크 영어교육 전문 기업 아이포트폴리오의 AI 디지털 영어교육 서비스이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콜린스, 펭귄랜덤하우스 등 글로벌 출판사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모국어 습득 원리에 따라 5단계 다차원 읽기(MDR·Multi-Dimension Reading) 방식을 적용해 어휘, 듣기, 읽기, 말하기 등 영어의 전 영역을 동시에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난해 전국 1016개 초·중·고등학교에 공급됐으며, 전국 교육청과 공급 계약을 체결해 공교육 현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