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청아 대표가 말하는 ‘영유아기를 발달의 황금기로 만드는 법’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1.22 10:08
  • 허청아 올디너리매직 대표.
    ▲ 허청아 올디너리매직 대표.

    허청아 올디너리매직 대표는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교육 전문가이다. 출산 후 영유아 발달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하며, 2020년 올디너리매직을 설립했다. 올디너리매직은 ‘모든 부모의 자신감 있는 육아를 돕겠다’라는 비전 아래, 0-24개월 영유아의 발달에 맞춘 맞춤형 놀잇감을 개발하고 있다.

    영유아 시기는 아이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의 경험은 아이의 전 생애에 걸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영유아기를 흔히 ‘아동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부른다. 이 시기 올바른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 놀이를 통한 탐구, 적절한 자극과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유아 발달에 따른 맞춤형 놀잇감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달에 맞는 놀잇감과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면서 올디너리매직의 2022년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7% 성장했다. 2023년에는 3분기 만에 전년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점치고 있다.

    허청아 대표는 “영유아 시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므로, 교육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 중심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면서, “부모와 교육자가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보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생후 0~3세이다. 이때는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다. 특히 뇌 발달의 약 85%가 이 시기에 이루어지며, 그만큼 영유아 단계의 경험과 환경은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시기 부모와의 애착 형성은 향후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시기로, 이때의 자극과 경험이 아이의 전반적인 성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의 발달 요구에 맞는 적절한 환경과 놀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영유아 발달 단계별 주요 특징은?

    “피카비는 생후 24개월까지의 시기를 총 12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생애 초기의 첫 2년간 아이에게 월 단위로 빠르고 놀라운 발달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각 단계에서 아이는 특정한 발달 욕구를 표현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과 자극을 필요로 한다. 영유아의 발달은 소근육, 대근육, 인지, 언어, 사회정서 등 모든 영역에서 급격히 이뤄지며,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의 발달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따라서 발달 단계에 꼭 맞는 적절한 자극과 놀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후 5개월 무렵의 아이는 손으로 물건을 잡고 입으로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감각과 운동 능력을 발달시키려는 욕구를 보인다. 이 시기에 부드럽고 안전한 촉감 놀잇감을 제공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고, 이를 통해 유능감을 키우며 소근육 발달과 감각 탐색 능력을 함께 배운다. 생후 12개월이 되면 아이는 서랍을 열거나 물티슈를 뽑는 행동을 통해 인과관계를 탐구하고, 대상 영속성*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발달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서랍형 놀잇감이나, 뽑아 빼는 놀잇감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꼭 맞는 놀이 경험은 아이가 발달 욕구를 즐겁게 해소하도록 돕고, 부모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관찰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발달 단계와 맞지 않는 놀잇감은 아이의 흥미를 끌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달 과정에 필요한 자극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 발달 심리학의 분야에서 연구되는 핵심 개념으로, 특정 대상이 관찰(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모든 방법)되지 않아도 계속 존재함을 뜻하는 용어다.

    ─ 언어, 신체, 사회성 등 주요 발달 영역별로 적절한 자극이나 지원 방법은?

    “영유아의 신체, 언어, 사회정서, 인지 등 발달 영역은 각각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 한 영역의 발달은 다른 영역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 치우치기보다는 모든 영역의 고른 발달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와 아이 간의 질 높은 상호작용 시간, 즉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루 단 15분이라도 부모가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여 놀이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의 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발달 영역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자극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 영유아 발달에서 자주 관찰되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영아기와 유아기의 발달은 신체, 언어, 인지, 사회정서 등 여러 영역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며, 초기 발달 과정에서의 경험과 환경은 이후 성장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이 시기에 아이의 발달적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스마트기기 사용 연령이 낮아지고,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발달의 취약성을 보이는 아동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발달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아동이 생애 초기부터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발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 발달 지연이나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는 어떻게 구분하며, 부모가 취해야 할 첫 단계는?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아이의 발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은 월령별로 체계적인 발달 평가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아이의 발달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검진 결과에서 추가적인 검사가 권장되거나 발달 지연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발달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조언을 받으면 된다. 발달 지연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개입하면 개선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피카비 플레이키트. / 피카비 공식 홈페이지 제공.
    ▲ 피카비 플레이키트. / 피카비 공식 홈페이지 제공.

    ─ 영유아 시기, 놀이 기반 학습이 왜 중요한가?

    “영유아 시기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단계로, 이 시기의 모든 학습은 놀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이는 영유아 발달에 핵심적이며, 신체적, 인지적, 언어적, 사회정서적 발달을 고르게 지원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몸과 환경을 탐구하며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고력을 확장한다. 

    또한, 놀이에서 부모나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이는 사회 정서적 기술을 기르고, 아이의 자존감과 타인과의 관계 형성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놀이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탐구하며 스스로 배우는 경험을 제공한다. 놀이를 통해 얻는 학습 경험은 자발적이고 흥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는 놀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 놀이는 부모와 아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부모가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신뢰감을 느끼며,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전인적 발달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 디지털 미디어와 기기가 영유아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최근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꼭 체크하면 좋을 것이 바로 ‘감각 처리 능력의 발달’이다. TV를 비롯해 유튜브, OTT 등이 크게 발달함에 따라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크게 느는 추세다. 과도한 미디어 의존은 1차적으로 영유아의 과몰입을 부르고, 장기적으로는 영유아의 감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 미만 영아에게 아예 영상 노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며, 만 2세부터 5세까지의 유아 역시 영상 매체 이용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생후 24개월 내 TV나 DVD 등 시청 기간이 긴 아이들의 경우 감각 추구, 감각 회피, 감각 민감도 등 감각 처리 능력에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올바른 미디어 활용은 아이의 건강한 디지털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된다. 특히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은 창의성을 자극하고 어휘력을 풍성하게 기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양육자가 함께 시청하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 맞벌이 가정과 같은 현대 가족 구조가 영유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누리과정은 영유아 발달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매우 잘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충분한 발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맞벌이의 증가에 따라 교육 기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누리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또래와의 상호작용, 놀이 기반 학습, 정서적 안정 등 다양한 발달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영유아 발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라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이든 그렇지 않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는 질이 훨씬 중요하다. 하루에 단 15분이라도 부모가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며, 질 높은 놀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는 부모와의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고르게 신체적·인지적 발달을 이어 나간다.”

    ─ 현재 영유아 발달 교육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는?

    “체계적인 아이의 발달 상태 모니터링과 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지원 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발달은 부모와 교육자에게 아이의 발달 과정을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기술 발달은 앞으로 영유아 발달을 지원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올디너리매직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놀이를 기반으로 아이의 발달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피카비의 놀잇감과 놀이 콘텐츠를 통해 아이가 발달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과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양육자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를 통해 양육자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이해하도록 돕고,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한민국 영유아 발달 교육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학습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꼽고 싶다. 현재 교육과정이 놀이 중심으로 개편됐지만, 여전히 ‘놀기만 해도 잘 클 수 있는지’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조기 학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습 중심의 접근은 아이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하고, 발달 단계에 맞지 않은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놀이가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놀이의 효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놀이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닌,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며, 놀이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부모님들이나 교육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육아는 수많은 정보와 조언 속에서 늘 부족함을 느끼기 쉬운 여정이다. 부모님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며,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좋겠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따뜻하고 진심 어린 시간이다. 하루 15분이라도 아이와 온전히 교감하며 놀이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신뢰를 느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완벽해지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즐기길 바란다. 아이의 발달은 거창한 계획보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담긴 작은 순간들로 이뤄진다.”

    ─ 앞으로 영유아 발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놀이 중심의 접근과 전인적 발달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영유아 시기는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 중심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발달 과정에서 부모와 교육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부모와 교육자가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와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부모가 아이와의 질 높은 놀이와 상호작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영유아의 발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발달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은 부모와 교육자가 아이의 발달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놀이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발달 단계별로 균형 잡힌 지원을 제공하는 환경이 마련될 때, 아이들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

    ☞ 허청아

    영유아 테크 스타트업 ‘올디너리매직’의 대표다. 올디너리매직은 영유아 발달 맞춤 놀이 서비스 ‘피카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펠로우십에 선정된 바 있다. 더불어 한국아동학회, 육아정책연구소 등에서 7회 이상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의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