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사 야아꼴라 교장 “핀란드 교육의 핵심은 신뢰를 기반한 유연한 시스템”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1.15 15:36
  • 에사 야아꼴라(Esa Jaakkola) 핀란드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 교장.
    ▲ 에사 야아꼴라(Esa Jaakkola) 핀란드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 교장.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창의성’과 ‘평등’을 핵심 가치로 삼아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중시하는 핀란드의 교육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학교 운영과 교육 정책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핀란드의 교육 철학은 글로벌 인재 양성에 있어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며, 최근 많은 국가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조선에듀는 에사 야아꼴라(Esa Jaakkola) 핀란드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 교장과 핀란드 교육의 핵심 가치와 목표,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을 조명해 보았다.

    에야 아야꼴라 교장은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감독·관리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라면서 “교육 주체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학생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라고 핀란드 교육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핀란드의 교육 과정은 ‘학생의 창의성과 교육받을 권리’, ‘인류애·문명·평등·민주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자산으로 보는 관점’, ‘지속 가능한 삶의 필요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수업에서는 기계적인 수학 기술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단순한 독해 능력보다는 비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합니다. 공예 수업에서도 단순 기술보다는 설계부터 구현까지 전 과정을 숙달하는 능력을 중시합니다.

    핀란드의 교육 목표는 국가 차원에서 설정되지만, 각 지방 자치 단체와 도시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교육 과정을 개발합니다. 이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으며, 국가는 지방 자치 단체와 도시, 학교가 그들의 교육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는 위베스퀼레에서는 웰빙 기술에 중점을 두어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야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 ‘낙오자 없는 교육’이라는 핀란드의 교육 철학이 실제 학교 운영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요?

    “핀란드의 대부분 학교는 공립학교이며, 사립학교도 공립학교와 같은 원칙에 따라 국가의 자금을 지원받습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 더 나은 학교에 진학하는 문화 자체가 없죠. 다만, 각 지방 자치 단체와 도시의 재정 상황에 따라 교육 투자에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어요. 

    무엇보다도 핀란드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습니다. 학생이 지원이 필요할 경우, 최소 기준에서 시작해 지원할 의무가 있죠. 아쉬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도시는 우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에요. 이 때문에 현재 시스템이 비판받기도 하죠.”

    ─ 핀란드에서 교사와 학생 간 관계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학습 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나 교장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친구가 아니지만,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커리큘럼은 교사가 학생과 함께 작업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권위자로서 역할을 하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외국에서 핀란드 교육을 볼 때, 특히 교사와 학생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주목합니다. 저는 교사의 전문성은 복장이나 공식적인 호칭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준비됐는지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사들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하나요?

    “핀란드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모든 교사가 대학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두 개 이상의 교직에 자격을 갖추고 있어 기본 교육이 매우 탄탄합니다. 하지만 ‘교사 연수 시스템’은 핀란드 교육의 약점 중 하나입니다. 현재 핀란드의 교사 연수는 매우 적어요. 이는 지방자치단체나 도시에 따라 교육 투자에 대한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죠. 도시마다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노력하나, 여전히 제한적인 편입니다. 

    또한, 학교 내에서는 각 교사가 무엇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지에 관해 많은 논의를 합니다. 각 교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간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죠. 교사들은 협력해 수업을 짜거나, 교육적으로 가장 적합하게 시간표를 조정합니다. 

    이때 교장의 역할은 코치와 비슷합니다. 교사들이 주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더 활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등의 기술적·환경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죠.”

    ─ 핀란드 교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감독·관리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와 도시가 최선의 방식으로 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죠. 또, 교사들은 학생들의 필요에 맞춰 수업이나 작업물을 개발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로 사회에서 신뢰받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지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감독·관리보다 ‘문제 해결’이나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등 다방면 교육에 집중할 수 있으며, 수업마다 유연성을 발휘해 학생들이 필요에 따른 감정적 문제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 주체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학생들이 진실로 필요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 최근 북유럽 교육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나 혁신적인 시도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부분도 학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르다고 봐요. 현재 다수의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교육 개혁을 진행하고 있죠. 결국, 목표는 같다고 생각해요. 교사들의 서류 작업을 줄이고, 학습 지원에 리소스를 재지정하는 것입니다.

    핀란드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는 지역 예술가와 협력해 미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협업은 30년 동안 진행돼왔죠. 학생들은 지역 예술가들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예술 작품은 학교 벽에 영구적으로 전시합니다.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작품이 제작됐죠.

    ‘모바일 스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2020년에 이 주제로 정부로부터 ‘시범학교’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목표는 학교를 더욱 활동적으로 만들고, 앉아서 하는 수업이 아닌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체질을 변화하는 것입니다.”

    ─ 에듀테크가 핀란드 교육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최근 교육에서 ‘기술’에 논의는 ‘제한’ 방향으로 더 많이 옮겨갔습니다. 사회는 기술 적용에 따른 짧은 주의력과 집중력 부족에 대해 우려해 왔죠. 또, 어린이의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사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핀란드 역시 국가 차원에서 2025년 가을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학교는 전통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교육 분야에서 최신 기술에 대해 열광하는 분위기였어요, 지금은 각자 교육 시스템에 맞는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는 편이죠. 더불어 정보보안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술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일부가 될 것이므로, 이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하고, 알맞게 적용해 나가야 할 핵심 주제입니다.”

    ─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에 따라 새로운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북유럽식 교육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요? 

    “핀란드의 교육 방식이 학교 교육을 조직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에게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의 교육 문제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다른 국가의 성공사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핀란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핀란드는 지방자치단체와 도시 간의 경제적 불평등이 주요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어요. 교육 역시 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향후 몇 년간은 포용성을 촉진하고, 학생 평가 기준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에사 야아꼴라(Esa Jaakkola)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핀란드 유바스큘라 시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 학교장을 역임하고 있다. 유바스큘라 사범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음악과 IT과목 특화 학급 교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번 ‘2025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2024 핀란드 교육 컨설팅 포럼’ Nova Schola 주제 발표자로, ‘성장, 배움, 웰빙을 지원하기 위한 개별학교 학습환경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