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준 낮을수록 자살률 ‘최대 13배’ 높아져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01.09 09:55
  • 30~44세 연령층 남성의 교육계층별 자살률 변화, 1995-2020
    ▲ 30~44세 연령층 남성의 교육계층별 자살률 변화, 1995-2020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자살률이 최대 1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의과대학 기명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자살의 계층적 불평등 양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및 의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1995~2020년) 동안 30~44세 남성 대상으로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그룹과 대학교 졸업 이상인 그룹으로 나눠 자살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30~44세 청년 남성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사람은 대학교 졸업 이상인 사람에 비해 모든 조사시기(1995-2020년)에서 자살률이 6.1~13배 높은 것으로 확인횄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 남성 집단은 인구 10만 명당 2015년에는 288.2명, 2020년에는 25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내 평균 수치인 27.3명의 1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의 자살률이 계층 간 격차가 크고,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 남성 집단의 높은 자살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의 ‘절망의 죽음’ 이론을 연상시킨다”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망감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계층 간 사회적 격차와 정서적 전이가 반영된 결과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신적 고통과 자살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정신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봤다. 

    기명 교수는 “최근 한국은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 등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행정적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사회적 취약성을 반영한 적극적인 대응이 자살 예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자살 예방 정책이 사회적 약자층 입장에서 사회적 존중과 배려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사회의학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Social Science and Medicine’에 ‘자살률 증가와 감소시기 자살불평등의 변화: 1995-2020년 한국의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