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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은 2.3%로 이전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10대 이하의 거식증 환자는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543명으로 약 97.5%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식이장애가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식이장애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 과정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와 식이장애를 구분하지 못해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책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의 저자인 박지현 ‘너는꽃 심리상담센터’ 센터장은 “식이장애는 영양 결핍에 의해 건강한 성인으로의 성장을 방해한다”면서 “정서적으로 불안, 우울증,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을 유발하고 왜곡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라고 밝혔다.
다음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박지현 ‘너는꽃 심리상담센터’ 센터장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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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식이장애는 대개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나요?
“청소년 식이장애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며, 그 기준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식습관이 강박적이고 조절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증상의 경우, 한 유형에만 고정되지 않고, 거식증, 폭식증, 폭식장애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식증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패턴으로 바뀌거나, 폭식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 식이장애를 겪는 청소년이 보이는 심리적, 행동적 변화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체중과 외모에 대한 집착이 가장 대표적이죠. 체중이 조금만 늘어나도 큰 공포를 느끼고, 자신이 살이 찌는 것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집니다. 체중이 급격히 변하면 주의가 필요해요. 또,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강박적인 식사 규칙을 적용하기도 하죠. 먹어도 되는 음식과 금지된 음식을 철저히 구분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심한 자책감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이 겹친 음식을 피하거나 특정 음식을 아예 안 먹는 경우가 있어요. 이와 더불어 하루에 먹어야 할 칼로리를 과도하게 계산하고, 기초 대사량도 못 채우는 수준의 음식을 섭취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불안과 우울적 성향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불안, 우울, 강박이 증가하고, 대인관계에서 고립되며, 자신을 비하하는 경향이 심해져요. 이런 정서적 불안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반면, 사회적 가면을 쓰기도 해요. 겉으로는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려 하지만, 내면에서는 불안과 불만족이 가득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요.”
─ 식이장애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식이장애는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청소년은 성장 단계에 있으며, 키와 뇌의 발달이 계속 이뤄져야 하죠. 이때 식이장애는 영양 결핍에 따른 내분비계 이상이 발생하거나, 키 성장이 저하되는 등 건강한 성인으로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특히 음식 섭취 부족은 뇌에 영향을 미칩니다. 불안, 우울증,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을 유발하죠.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식이장애가 쾌락 중추를 자극하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식이 건강하지 못한 다이어트나 폭식, 절식 등 왜곡된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식이장애로 인해 자아 성찰과 정서 발달이 저하되면,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게 될 위험이 있죠. 청소년의 경우, 또래 문화가 발달하는 시기로,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다이어트를 따라 하는 집단행동이 나타나고, 외모나 몸을 기준으로 자기를 평가하고 타인을 비교하는 경향이 강화됩니다. 이러한 평가와 비교는 학벌, 가정환경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확대돼 왜곡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죠. 이는 인간관계 능력의 저하와 고립, 자살 시도 및 자해 시도와 같은 심각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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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식이장애는 주로 어떤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나요?
“‘사회적 외모 지상주의’와 ‘SNS 발달’ 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원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 문제, 애착 문제, 개인적 트라우마, 그리고 억압적인 감정 조절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볼 때, 청소년이 식이장애는 부모와의 애착 문제, 개인의 트라우마, 그리고 기질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식이장애를 겪는 청소년은 보통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유연하고 착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납니다. 같은 가정 내에서도 형제자매 간에 식이장애의 유무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가족 내 억압적인 분위기와 부모의 감정 조절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완벽주의적으로 행동하거나, 외모에 대한 지적이 잦은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이러한 행동을 학습하고 따라하게 됩니다.”
─ 미디어, 특히 SNS가 청소년 식이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몸은 각자의 체질, 키, 생체 리듬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죠. 얼굴이 다르듯이 몸도 다양하고, 개인마다 상태나 체형이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포토샵이나 보정으로 만들어진 몸매가 자주 등장하죠. 이를 본 아이들은 아이돌의 마르고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몸매를 평범한 기준으로 여기고, 자신의 몸과 비교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내 몸이 잘못됐다’라고 생각하게 되죠. 예를 들어, 제니는 먹지 않고도 활동을 잘하는데, 자신은 왜 못하는지 자책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난하고,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하게 돼요.
결국 머릿속에 이상적인 몸매라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 형성됩니다. 그런 몸을 이루어야 자신이 성공했다고 느끼는 거죠. 예를 들어, 목표 체중을 48kg으로 정해 그 무게에 도달해도 여전히 더 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이상적인 몸매에 대한 강박이 끊임없이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게 만들어요. 이들에게 몸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여지는 외형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되는 거죠. 따라서 자신의 몸이 잘못됐다고 느끼면서, 나아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식이장애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 청소년에게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효과적인 지도 방법이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거식증 상태에서 찾아옵니다. 이때는 왜 먹지 못하는지, 자신만의 식사 규칙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건강한 하루 섭취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식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현재 다이어트가 아니라 식이장애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죠.
이후에는 거식증 증상을 유지하려는 근본적인 심리적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작업을 합니다. 식이장애는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내 몸을 혐오하고 저체중을 유지하려는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거죠. 이유를 찾아가면서 아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더 이상 거식증 증상을 유지할 필요가 없도록 돕습니다. 이를 위해 부모님과 가족 치료를 병행하며, 아이의 깊은 내면의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합니다. 최종적으로는 관념적인 신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청소년 식이장애의 예방을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아이의 식이장애를 놓치기 쉽습니다. 대부분 다이어트로 시작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아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식사를 줄일 때, 부모님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또, 부모님 스스로 외모나 성취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요. 부모의 과도한 성취주의나, 외모에 대한 집착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식이장애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통신문을 통해 잘못된 다이어트와 식이장애의 위험성을 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죠. 더불어 학생들이 SNS를 통해 접하는 왜곡된 다이어트 정보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 관리와 감정 조절 방법 등 자기 내면을 돌보는 방법을 집단 교육으로 제공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 밖에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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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정책 및 법규 개선 등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나요?
“식이장애가 단순히 다이어트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병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우울증 캠페인처럼, 식이장애도 복합적인 심리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홍보물과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어요.
이와 더불어 저체중이나 과도한 체중 감량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안내문을 의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비만 관리에 대해서는 많은 정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저체중이나 체중 감량에 대한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죠. 비만 관리와 마찬가지로, 저체중과 체중 감량에 대한 예방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식이장애 치료는 복합 트라우마 치료의 일환으로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이 부족하고, 학교 내에서도 그룹 치료나 개인 상담 프로그램이 부족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더 많은 전문 치료 시설을 확충하고,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식이장애는 단순한 다이어트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깊은 마음의 상처에서 비롯된 ‘마음의 병’이죠. 식이장애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내면에 미해결된 상처가 많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결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우며, 다른 사람의 도움과 지지가 필수적이죠. 부디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자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루라도 빨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교 내 상담센터와 같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시작으로, 부모님과 상의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세요.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도와줄 전문가들이 있으니, 혼자서 힘들어하지 말고 꼭 도움을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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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현 작가
‘너는꽃 심리상담센터’ 센터장으로 10년 넘게 매년 1000명이 넘는 내담자와 식이장애 상담을 해왔다. 다양한 심리 치료기법을 식이장애 치료에 적용했으며, 신체중심접근(SP)과 가족 치료를 병행해 청소년의 식이장애를 치료하고 있다. 또한, 식이장애는 단순히 다이어트의 문제, 살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트라우마, 애착 문제, 가족 문제와 연관이 깊다는 것을 다방면으로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는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날>, <나의 식사에는 감정이 있습니다>,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등이 있다.
교육뉴스 이슈·생활
[인터뷰] 박지현 작가 “청소년 식이장애,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요”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하루라도 빨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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