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장, 영어 문해력에 대해 조언하다(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4.12.27 10:00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한국의 문해력 문제는 몇 년 사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금일’, ‘중식’, ‘사흘’, ‘심심한 사과’ 등의 어휘를 둘러싼 논란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문해력 저하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 영어 학습 프로그램 ‘노부영’을 운영하는 제이와이북스는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영어 문해력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제이와이북스의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은 최신 리터러시 이론과 현장 수업의 노하우를 접목한 리터러시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지난 2021년 리뉴얼 돼 현재 9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초기 문해력(Early Literacy) 전문가인 한소현(Sohyun Meacham) 박사는 “수다를 통해 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제이와이북스 프로그램 자문과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 강의를 진행하는 등 영어 문해력 증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미다문화교육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Multicultural Education)에서 2024년 우수연구도서상(Philip C. Chinn Multicultural Book Award Winner)을 수상하며 ‘수다 이론’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조선에듀는 경기도 성남시 제이와이북스 사옥에서 한소현 박사를 만나,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해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전미다문화교육학회 우수연구도서상을 수상한 한소현 박사.(왼쪽에서 네 번째)./한소현 박사 제공.
    ▲ 전미다문화교육학회 우수연구도서상을 수상한 한소현 박사.(왼쪽에서 네 번째)./한소현 박사 제공.

    ─ 최근 전미다문화교육학회에서 우수연구도서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전미다문화교육학회는 다문화 교육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만 한 학회인데요. 이렇게 큰 학회에서 저희 책을 올해의 우수연구도서상으로 추천해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다문화를 연구하는 한국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한국인으로서는 제가 처음 수상한 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연구하면서 강조한 부분은 ‘수다 이론’이예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수다가 우리 문화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이해하고, 이러한 수다 이론을 체계화하면서 연구를 지속했어요. 어린이들의 수다가 교육적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그 과정을 인정받아 기쁜 마음입니다. 앞으로 더 바빠지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국제문해협회(International Literacy Association) 홈페이지 캡처.
    ▲ 국제문해협회(International Literacy Association) 홈페이지 캡처.

    ─ 미국에서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을 맡고 계시죠.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아이오와 리딩협회는 ‘국제 문해협회’의 미국 아이오와 지부라고 보면 되는데요. 국제 문해협회는 1956년 탄생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28개국의 30만 회원이 활동하는 협회예요. 문해 학자나 실제 교사로 활동하는 분, 교육행정을 맡고 계신 분 등 많은 문해력 전문가가 함께하고 계세요. 문해력과 관련해 미국에서 손꼽히는 저널 3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오와주는 90% 이상 백인으로 구성돼 있어요. 인종 다양성이 낮아 이에 대한 교사나 부모의 감수성도 낮은 편이죠. 아이오와 리딩협회의 경우에도 그런 감수성이 높지 않아요. 저는 다문화 교육과 다문화 문해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있거든요. 아이오와 리딩협회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다문화와 관련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왔어요. 회장이 되고 나서는 테이 켈러라는 한국계 미국인 아동문학가를 아이오와로 모셨죠. 테이 켈러 작가는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기도 해요.

    아이오와 같은 백인 위주의 주에서는 알려지기가 쉽지 않은 분인데, 이런 분들이 아이오와 리딩협회와 상호적으로 교류하게 되는 거죠. 이는 아이오와주도 다문화 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아시아라든지, 라틴 계통 등 다문화 문해의 스피커 분들을 계속해서 초청하고 있다는 점이 제가 아이오와 리딩협회장으로서 이룬 큰 성과기도 합니다.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한국에서의 문해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최근 한국은 문해력 관련 사회적 이슈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요?

    한국의 문해력 문제는 원래 없던 것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원래 있던 문제인데 이제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거죠. 그중에서도 어휘에 대한 문제가 큰데요. 

    우리나라의 언어는, 특히 문자의 차원으로 볼 때 영어보다 훨씬 더 읽기를 배우기 쉬운 언어인 것은 확실해요. 한글은 상당히 과학적인 조합으로 문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독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에요.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타국 대비 높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해 수준이 높지 않은 이유는 어휘의 문제예요.

    내가 그 단어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독해가 쉬워지고, 재미있어지고, 더 읽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아무리 읽어도 이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상황이 반복되면, 거기서 멈추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해 문제는 이거예요. 가진 자는 계속해서 더 많이 가지게 되지만, 가지지 못한 자는 그 자리에 멈춰버리고 덜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읽기 자체가 싫어지는 것, 그래서 많이 읽지 않는 것. 우리나라의 도서 구매율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잖아요. 읽기 자체를 즐기지 않는 문화, 이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차원에서 한국의 문해력 문제는 존재하지 않던 문제가 아닌, 이제야 표면으로 올라와 풀어나가려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 시리즈가 상당히 큰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의 민정홍 PD님이 저희 집으로 취재를 오신 적이 있는데요. 민 PD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해력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게 느껴지더라고요. 문해력을 연구하는 교수님들과도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었어요.

    이렇게 문해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먼저 나서서 공부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차원으로 어떻게 하면 읽기에 더 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런 활동을 이어간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 9기 수강생 모집.
    ▲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 9기 수강생 모집.

    ─ 제이와이북스에서도 문해력 문제 해결을 위해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문해력이 이슈가 되고 중요해지게 된 배경 같은 부분들도 많이 다루고 있고요. 최근 미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과학적인 부분에서의 문해력 교수 방법론 등 아직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학습 방법 등도 같이 안내하고 있어요.

    이런 강의 내용은 전부 제이와이북스 팀과 함께 논의를 거쳐 완성하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 내용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항상 논의를 통해 정하죠.

    제가 제이와이북스와 일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분들은 상당히 대화적이기 때문이에요. 수다적인 거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탑다운 방식으로 시키는 것이 아닌,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조율하는 방식이에요. 

    ─ 초기 문해력 전문가로서 ‘JY리터러시 전문가 과정’ 후배들을 이끌 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유아기, 혹은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생후에 걸쳐 연구하는 학자인데요. 저의 기본 배경은 유아로부터 출발했어요. 그런데 요즘 문해력을 연구하는 분들을 보면, 초등 기반으로 많이 접근하시더라고요. 

    보통 유아 교육은 놀이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초등 교육부터는 문자 이해와 해독 능력 쪽으로 문해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말하기를 시작하는 유아 단계에서의 구어 발달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죠. 초등 교육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이 부분은 놓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유아 바탕으로 문해력을 연구하신 분들이 초등 교육까지 잘 이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초등에서 요구하는 문자 해독과 같은 부분을 잘 다루지 않거든요. 결국 이 두 가지 영역을 잘 연계해서 접근하는 분들이 현재는 없는 상황인 거죠.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실제 독해가 잘 이루어지려면, 이전에 어휘를 탄탄하게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어휘를 다진다는 것은 구어, 즉 수다를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다를 통해 국어 발달이 충분히 이뤄져야 초등 저학년, 고학년 넘어가면서 문자 해독에도 꽃을 피울 수 있거든요. 초기 읽기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 헬로노부영./ 제이와이북스 제공.
    ▲ 헬로노부영./ 제이와이북스 제공.

    ─ ‘노부영’ 프로그램 자문도 맡고 계시죠. 

    제가 노부영에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부분은 읽기와 쓰기 이전에, 먼저 언어를 통해 읽기 문해력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다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어요.

    노부영은 노래를 통해 언어의 유창성, 읽기의 유창성에 영향을 많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어요. 양질의 그림책과 노래를 통해 언어를 학습하고, 이후에는 읽기 책까지 제공해요. 듣고 말하고 읽는 모든 부분에서 학습이 가능한 프로그램인 거죠.

    사실 처음 제이와이북스에서 자문 요청이 왔을 땐, 개인적인 연구로도 바빴기 때문에 회사와 일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노부영의 그림책들을 보니 상당히 질이 높은 책들로 선정해 놓았더라고요. 보는 눈이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이와이북스가 가진 이러한 정체성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자문하고 있어요. 퀄리티 높은 교재가 있다면, 이것을 어린이들과 교사, 부모가 충분히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탐구하고 있죠.

    ─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아직도 찬반여론이 거센데요. 문해력 전문가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국 초기 문해력 쪽에서도 AI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어린이들 개인의 문해력 수준을 AI를 통해 파악하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재를 제공하거나 수준별 맞춤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죠.

    한국에서는 이런 차원의 연구가 교과서로 기운 것 같은데요. 한국은 수업 방식이 상당히 교과서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 모두가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닌, 개개인별 맞춤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죠. 그러나 반대하는 분들의 근거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금보다 훨씬 많이 노출될 거고, 그로 인한 중독 현상이 발생하고 우울증도 더 늘어날 수 있죠. 아이들이 이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만 사용하면 좋은데 그러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이런 점들을 보면 디지털교과서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교과서라는 차원보다는, 교수 방법론적인 차원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디지털 기기를 아이들이 직접 다루는 게 아닌,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요. 교사는 이를 통해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과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읽기 자료를 준비해 줄 수 있겠죠.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디지털 관련해서, 미디어 노출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문해력을 저하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아예 안 쥐어 줄 수는 없을 거예요. 나가서 외식을 한다거나, 집에 중요한 손님이 왔다거나 할 때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보여주게 되죠. 물론 저도 그랬고요.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쥐어 줄 때에는 어떤 것을 틀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쇼츠나 단순한 게임을 틀어주기보다는, 보여준 콘텐츠를 통해 함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던져주고 혼자 보도록 두지 말고, 부모가 함께 대화하며 미디어를 접하게 한다면 이로 인한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한국 교육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조기 교육’이 너무 활발하다는 건데요. 영어를 배우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는데 괜찮은 걸까요?

    저는 조기 교육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은 전 세계가 상호작용하고 서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영어에 노출이 더 잘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어요. 여러 언어를 섞어 쓰는 트랜스 랭귀지 현상 또한 하나의 언어 과정이 됐죠. 부모에게도 영어로 된 자료, 영어로 된 그림책 등이 아주 먼 세상의 얘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영어를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는 ‘조기 교육’의 개념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자녀에게 영어로 된 책을 주고 “네가 공부해야 할 책이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영어로 된 그림책을 함께 보는 거예요. 요즘 그림책은 퀄리티가 좋아서 어른들이 봐도 재밌거든요. 부모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배우면 되는 거예요. 자녀가 공부를 잘하도록 감독하는 부모가 아닌, 함께 그림책을 즐기는 부모가 되는 거죠.

    자녀와 함께 단 10분이라도 영어로 된 책을 읽어보는 것. 저는 이 부분을 정말 많이 격려하고 싶어요.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한소현 미국 아이오와 리딩협회 회장.

    ─ 초등학교 입학 전에 문자 기반 학습을 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교육부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놀이의 차원으로 간다면 아이들도 얼마든지 문자에 접근 가능하다고 봐요.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정말 많은 글자에 노출되고 있잖아요. 이미 그림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문자를 학습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학습 욕구를 우리가 억지로 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유초이음 교육도 많이 하잖아요. 강남대 부속 유치원에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유치원 내에 초등학교 교실을 역할놀이 공간처럼 꾸며놨더라고요. 학교 놀이, 선생님 놀이 이런 거 아이들이 참 좋아하거든요. 놀이 교육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자를 학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자 학습은 얼마든지 존재해도 괜찮다고 봐요. 몇 살 이전에는 학습하면 안 되고 몇 살부터는 되고, 이런 식의 접근은 개개인의 학습 욕구를 막는 일이에요. 아이들이 어떤 것에 흥미를 보일 때는 거기에 발맞춰 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통해 3세 이전의 어린아이들도 그림과 글씨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와 글씨를 쓸 때의 팔의 움직임이 전혀 다르거든요. 이 연구의 시사점은 아주 어릴 때부터 쓰기 문화에 노출돼 있고, 아이들이 놀이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초등학교 이전에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끝으로 제이와이북스 자문교수로서,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학습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나요?

    제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싶은 건 ‘수다’예요. 어린이들이 수다를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교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교재를 혼자 보고 풀이하는 것보다, 교재를 통해 사람들과 수다하고, 그 수다는 결국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한 활동이 되는 거죠. 단순히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취직을 하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이 균형 잡히도록 돕는 게 바로 소통 능력 배양이에요.

    제가 자문하는 프로그램, 제이와이북스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이 균형 있는 소통 능력을 갖춘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